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7-20   1306

<안국동窓> 한미 FTA와 외눈박이 정부

비가 그치려나 보다. 큰 비가 계속 내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커다란 수해가 잇따랐다. 토건세력과 열린우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형 댐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부실공사 투성이의 막개발이야말로 이번 수해의 참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토건세력이 주도하는 부패와 부실의 막개발이다.

큰 상처를 남기고 장마는 이제 그칠 것 같다. 그러나 바야흐로 한미 FTA의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이 비는 물론 자연의 비가 아니라 ‘인공강우’이므로 언제든지 오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의 비가 쏟아져 내리게 하려는 자들은 이것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겨 수많은 사람들이 허우적거릴 것이 뻔한데도 그들은 은밀하고 집요하게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

자유무역 자체가 ‘악’은 아니다. 자유무역은 참여자들에게 여러 이득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무역협정을 그 자체로 적대시하고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힘의 우위를 무시한 자유무역은 결국 ‘강자의 보호무역’이 되기 십상이다. 한미 FTA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농업, 제조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의 모든 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한국은 미국의 먹이일 뿐이다.

한미 FTA는 한국에게 대형 쓰나미이다. 토건세력이 수해를 자초해서 커다란 이득을 챙기듯이 한미 FTA 추진세력은 대형 쓰나미를 일으켜서 거대한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 이를 위해 힘없고 돈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재벌을 정점에 두고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강력히 구조화될 것이다. 전국의 모든 도시에서 노숙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고, 노예와 같은 삶을 강요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급속히 불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농민들이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350만명의 농민이 아마도 몇 년 안에 2-3만명 정도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소수의 ‘부농’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농민들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것은 농업의 급격한 축소로 이어질 것이며, 그 결과 우리의 식료와 자연이 막대한 위험에 처하고 말 것이다. 쌀은 지키겠다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은 그럴듯한 거짓말이다. FTA가 아니어도 쌀시장은 이미 개방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쌀조차 지키지 않는 ‘전면적 살농정책’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추진하는 한미 FTA의 출발점이다.

제조업의 양극화도 강력히 추진될 것이다. 한미 FTA 추진세력은 마치 한국이 미국보다 제조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농업의 경쟁력은 미국이 강하지만 제조업의 경쟁력은 한국이 강하니 한국은 농업을 죽이고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공업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힘은 공업에서 나온다. 한미 FTA 추진세력은 손바닥, 아니 발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다. 재벌의 몇몇 제조업체를 제외하고 한국의 제조업체, 특히 중소 제조업체는 모두 망하고 말 것이다.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전면적인 자유무역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분야가 크게 축소되고 말 것이다. 우편, 수도, 전기, 가스 등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공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도 미국은 자유무역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머지 않아 공공서비스는 대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결과 양극화는 극단적으로 심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기업의 대정부 제소권으로 말미암아 한국 정부는 한낱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전면적 종속국화야말로 한미 FTA의 궁극적 귀결점이다.

한미 FTA의 문제는 크게 내용적인 것과 절차적인 것으로 나뉜다. 두가지 문제에 대한 치밀한 지적과 비판이 이미 풍성하게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는 한미 FTA에 대해 끝장토론을 하고 싶다며 물러났다. 그가 끝장토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회며 법정에서 자기변론을 하게 될 것은 틀림없을 것 같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갑자기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저의에 대해 가장 큰 실무적 책임은 바로 그가 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추진세력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이다. 이 사회는 소수의 강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유토피아이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의 약자들에게는 생지옥 그 자체이다. 이런 사회를 강력히 추구하면서 양극화 타파를 외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은 좋게 말해서 모순적이다. 그는 탈권위주의를 주장하면서 극히 독선적으로 모순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은 ‘탈권주의 독선 리더십’이다. 이것부터 참으로 모순적이다.

잘못된 한미 FTA에 대한 문화방송 PD수첩의 비판에 대해 이 정부는 ‘외눈박이 방송’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마치 지난 겨울의 황우석 사태를 둘러싼 공방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과학적이고 반민주적인 비난 때문에 PD수첩이 고통을 당하고 진실이 묻힐 뻔했다. 그런데 이런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이 정부는 또 다시 진실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니 이 정부야말로 ‘외눈박이 정부’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이야말로 ‘외눈박이 리더십’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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