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8-02   1048

[비평칼럼] 불순한 목적의 불법명의신탁, 법원이 도와줄 수 없다

반사회적 목적의 불법명의신탁에 쐐기를 박은 하급심 판결

지난 6월 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이종광 판사는 채권자들로부터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외삼촌에게 부동산을 명의 신탁한 원고가, 채무소멸시한을 경과한 후 외삼촌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의 반환을 요구한 소송에서, 반사회적 목적의 불법명의신탁이므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도박, (구)이자제한법 초과이자, 관세포탈을 목적으로 관세법을 위반하면서 비밀송금한 경우’ 등은 이른바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로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지만,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것, 건설면허 대여 방편으로 건설업을 양도한 것’ 등은 그 자체로는 선량한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명의신탁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해 온 대법원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종광 판사는,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 행위의 법률로서 무효”이며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하며 명의를 넘겨준 ‘명의 신탁자’에게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를 가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사상의 구제(명의신탁한 부동산의 소유권 회복)를 허용하면 부동산실명제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에 위반된 명의신탁 약정이나 등기의 무효를 구하는 어떤 민사상 청구에도 법원은 협력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판결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보아 이 판결을 비평하기로 하였으며, 비평 칼럼은 김제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작성하였다.(편집자 주)

대법원의 기존 입장을 극복하려는 하급심 판결의 전범을 보여준 사례

지난 2006. 6. 9. 선고된 서울서부지방법원 2005가단2182소유권이전등기 판결(판사 이종광)은 부동산실명제법(정식 명칭은 ‘부동산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에 관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

부동산실명제법에 위반하여 채권변제 회피, 납세 회피 등을 목적으로 자산을 명의신탁(名義信託)을 해 두었던 사람이 스스로 명의신탁이 실명제법위반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명의의 환원을 주장하는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허용하지 아니한 사례이다. 여기서 ‘불법원인급여’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자가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며 자신이 급여한 재산의 환원을 요구할 때 법원은 이를 구제할 이유가 없다는 원칙이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된 이후에 이루어진 불법적인 명의신탁까지도 법원의 판결을 이용해 이를 되찾아 오던 종래의 관행에 대해 1심 법원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불법적인 목적을 위해 남의 이름을 빌어 부동산 명의신탁을 행하여 온 사람들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판결은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의 변경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을 위하여 우리 법원이 취하여야 할 바람직한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형식의 측면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 대법원의 기존 견해와 배치되는 판결을 하급심에서 선고하는 경우에 어떠한 태도를 취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하나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판결문은 판사의 법학적 소양과 양심, 가치관과 철학이 들어있는 것

이번 판결문은 A4용지 약 50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데, 그 대부분을 법리에 관한 논증에 할애하고 있다. 판결이유에서는 10개 항에 이르는 목차를 붙여 논리적인 전개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법학교수들과 실무가들의 논문과 평석을 명시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존 판결 형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특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판결에 관하여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설시한 내용은 많으나, 이유를 잘 알 수 없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우리 판결의 필요적 내용으로 주문과 이유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나아가 이유가 판결문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지적이 있는 것은 그 설시된 이유가 실질적으로는 논증이나 설득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판결에서 흔히 보이는 극단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판결이유에서 “피고는 …라고 항변하나,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하는 경우, 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아가 “원고의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라고 결정이유를 기재하였다면, 이를 두고 이유를 설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비해 이번 판결은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불법적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명의의 환원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으로서 왜 구제수단을 부여하여서는 안되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이론적 쟁점이 있는 판결 이유를 설시함에 있어서 법학자들의 논문과 평석, 저서를 인용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로서, 우리들로서는 매우 부러워했던 법률문화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판결에서는 대법원판결은 무수히 인용하지만, 법학자들의 논문 등을 명시적으로 인용한 판결은 필자의 기억으로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에 관해 종종 우리나라의 실무가들은 “법학자들의 논문 중에 실제로 재판에 도움이 되는 것이 별로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도움이 되는 논문이 하나도 없어서 지금까지 인용하지 않은 것일까? 오히려 이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법조실무계와 학계의 소원한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여야 한다. 실무와 학계의 긴밀한 교류 협력이 우리나라 법률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판결에서 학자들의 논문을 명시적으로 인용한 참신한 태도에 대해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판결의 이유에 대해서는 실무가 뿐 아니라 학자들 가운데에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 상급심에서 파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판결은 우리가 왜 불법적인 명의신탁에 대해 재산환원수단을 부여해서는 안되는지에 관한 담당 판사의 판결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게 한다. 거기에는 판사의 법학적 소양과 양심, 가치관과 철학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판결은 설사 상급심에서 파기된다 하더라도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인 통상적인 판결 못지않게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법적인 목적의 명의신탁 재산 환원에 법원이 협력해선 안된다

이번 판결에서 지적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이 글에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쟁점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해 간단히 그 경위와 쟁점을 설명함에 그치고자 한다.

부동산 명의신탁의 대부분은 탈세, 정당한 법적 규제에 대한 회피, 강제집행 면탈 등 불법과 편법을 위해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투명한 선진사회에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잘못된 과거의 제도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부동산명의신탁에 관한 한 대법원은 시종일관 이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여 왔다.

과거로부터 명의신탁은 무효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민법학자들의 견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명의신탁이 유효하다고 인정하여 왔다. 법원이 이를 유효로 인정하는 한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리 없었고, 도리어 중요한 관습법(慣習法) 중의 하나로 굳어져 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결국 국회에서는 명의신탁을 금지하기 위해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1990)을 제정하여 형사처벌 조항을 두었다.

그런데 이 법에는 명의신탁이 민사적으로 무효라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에 따라 ①형사처벌은 별론으로 하고 명의신탁 자체는 민사적으로 유효하다는 견해와 ②명의신탁은 형사처벌을 받는 반사회적인 행위이므로 민사적으로도 당연히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 대법원은 전자의 견해를 취하였다. 따라서 이 법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 재산의 환원이 여전히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명의신탁에 대한 형사처벌은 신탁자뿐 아니라 수탁자도 공범 내지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어, 현실적으로 고소가 제기되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결국 형사처벌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특별조치법 입법자들의 강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은 감소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에서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중 해당 조항을 강화하여 명의신탁계약이 민사적으로 무효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부동산실명제법’(1995)을 독립한 법으로 제안하였고,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와 같은 법 제정의 동기는 물론 신탁자가 명의신탁의 유효를 주장하여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대두하여 다시 견해가 대립되게 되었다. 이 법에 의해 명의신탁이 무효로 된다면, 명의신탁에 의해 이전된 등기도 무효로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명의신탁재산이므로 돌려 달라”라고 주장하는 대신 “명의신탁이 무효이므로 돌려달라”고 하는 청구는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로 된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은 청구를 인정한다면 부동산실명제법을 제정한 취지는 몰각된다. 남의 이름으로 재산을 돌려놓은 후 필요한 때에 “명의신탁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환원을 청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명의신탁을 유효로 인정하는 때와 비교해 달라지는 바가 없다.

그렇지만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자가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며 자신이 급여한 재산의 환원을 요구할 때 법원은 이에 대한 구제수단을 부여하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를 불법원인급여 제도라고 하며, 우리 민법 제746조에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명의신탁이 이에 해당한다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의 유효를 주장하며 재산의 환원을 청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명의신탁의 무효를 주장하며 그 환원을 주장할 수도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법원인급여의 대표적인 사례로 도박자금에 대한 대여를 든다.

결국 명의신탁의 무효를 주장하며 명의 환원을 청구하는 사안에 대해 ①이를 불법원인 급여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②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 없다며 구제수단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였다. 여기에서 우리 대법원은 후자의 견해를 취하였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실명제법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서 명의신탁제도는 의연히 이용되었다.

이번 판결은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상세한 논거를 제시하면서 적어도 부동산 명의신탁을 모두 동일하게 평가하지 않고 그 가운데 불법성 내지 반사회성이 강한 몇 가지 유형에 대해서는 적어도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보아 그 환원시도에 대해 법원이 협력을 거부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채택한 것이다.

‘불법원인급여’의 원칙을 바로 세우다

대법원은 명백히 불법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진 명의신탁에 대해서 대단히 관대하여 왔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산가들이 저지르는 불법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도박자금을 빌려 준 것과 불법적 목적의 명의신탁을 비교해 볼 때, 전자는 구제수단을 부여해서는 안 되지만 후자는 부여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견해인 셈인데, 이러한 차이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이와 같은 불균형은 자칫 우리 대법원이 국민에 대해 공평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빌미를 준다.

명의신탁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들은 우리 대법원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되며 이번 하급심은 이에 대해 탄탄한 논리로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면 결과적으로 수탁자가 재산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것은 또 다른 불법 내지 불균형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 이와 같은 유형의 반론은 나아가 이번 판결과 같은 견해가 헌법상 자유민주주의의 재산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든가, 사적자치(私的自治)라는 민법상의 대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든가, 개혁만을 의식한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불법원인급여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다. 법원은 불법적인 거래에 대해 법의 이름으로 협력하지 않음을 선언하는 것뿐이지, 수탁자가 재산을 차지해야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님에 유의하여야 한다.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하는 견해에서도 불법적인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한 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자기들끼리 원만하게 명의를 환원하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이에 개입하지 않는다. 만일 이와 같이 환원한 후 수탁자가 오히려 재반환을 청구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수탁자의 손을 들어 주지 않는 것이다.

법원은 불법에 대해 어느 쪽이든지 구제수단을 부여하지 아니하는 것이지, 수탁자를 더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법원이 신탁자에 대해 구제수단을 부여하지 않은 결과 수탁자가 반사적인 이익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 책임은 법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해 “신탁자가 부동산실명제법의 규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위법하게 명의신탁을 강행한데서 생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부동산실명제법은 과징금과 형사처벌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민사적으로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와 같은 반론에서는 특히 금융실명제의 경우도 그러하다는 점을 아울러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세부 제도상의 차이를 간과한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형사처벌에 관하여 살펴보자.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제의 경우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형사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금융기관의 직무상 고발에 해당하는 제도 및 신탁자만을 처벌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며, 현 제도만으로 형사처벌이 명의신탁에 대한 억제기능을 행하지는 못한다고 보여진다.

다음에 과징금에 관하여 살펴보면, 금융실명제의 경우 과징금은 금융자산의 50%이며, 이자소득세의 원천징수율은 90%이다. 나아가 금융기관이 과징금납부를 소홀히 한 경우 10%를 가산금을 부과한다. 이와 같은 매우 중한 제도로 인해 금융실명제의 경우 비실명거래가 적발되면 원금의 절반 이상을 찾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과징금만으로도 훌륭한 억제기능이 있다.

반면 부동산실명제의 경우 과징금은 부동산가액의 30% 이내에서 정하게 되어 있는데, 시행령에 의하면 부동산의 가격과 의무위반기간을 합산 고려하여, 부동산가격 30억이상 2년 이상 위반의 경우 30%이고, 5억원 이하 1년 이하이면 10%에 불과하다. 게다가 과징금산정의 기초가 되는 부동산가격이란 실거래가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과세표준가격을 말한다. 나아가 조세포탈이나 법령에 의한 제한 회피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여기에서 50%까지 감경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간단히 계산해 보면 몇 년간 약 50%이상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명의신탁으로 인한 과징금을 다 내고도 합법적으로 명의신탁 재산을 환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상승한 부동산이 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규모가 작은 부동산이라면 가격이 10%만 상승해도 명의신탁을 할 동기가 있으며, 게다가 50% 감경혜택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동반되면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별도로 불법적인 목적이 달성됨으로 인하여 얻는 이익이 큰 경우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부동산실명제의 경우 금융실명제와 달리 과징금이 억제기능을 하기 어렵다.

법원은 명의신탁 동기를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구제수단 부여를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필자는 모든 명의신탁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자신의 위험부담 하에 서로 믿고 명의신탁을 행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위법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불법적인 목적을 위해 명의신탁을 하였다면, 이에 관해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무효를 주장하며 법원에 재산의 환원을 호소하지 말라는 것이다.

명의신탁의 동기를 고려하여 법원은 사안에 따라 구제수단의 부여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이번 판결의 결론에 찬동한다. 대상 판결의 결론 부분의 일부를 인용함으로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수천억원의 형사상의 추징금을 받았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은 29만원 밖에 없어 추징금을 국가에 납부할 수 없지만, 자식들은 수백억원 대의 부동산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사법현실(司法 現實)이다.

타인의 이름을 빌려 투기를 통해 부(富)를 축적하고, 다시 자신이 얻은 부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타인의 명의를 빌림으로써 포탈하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다시 투기를 하다가 자신이 타인에 빚을 지게 되는 경우 자기의 재산을 타인 명의로 신탁을 함으로써 정당한 채권자가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이런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

명의신탁제도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원인이었고, 이를 극복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부동산실명제를 만들어 냈으며, 이제 부동산실명제 시행 10년이 흐른 지금 법원은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 □

김제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