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11-22   1121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④] “획일적인 사법연수원 교육,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임종인 법사위원에게 드리는 편지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의 개혁을 위해 지난 10년간 논의되었으며, 2003년부터 운영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마침내 도입하기로 결정했던 로스쿨 제도임에도,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의 심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회의원들에게 로스쿨 제도 도입에 필요한 법안을 조속히 심의하여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를 개혁하는데 동참할 것을 설득하기로 하여 15일부터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네 번째 편지는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의 ‘획일적인 사법연수원 교육,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임종인 의원님?

국회에 들어가시기 전에도 활발한 각종 사회활동들을 통해 사법개혁을 위해 헌신하시던 임 의원님의 변호사시절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그리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법연수원 제도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시고 사법연수원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시던 모습도 감동깊게 보았습니다.

저는 임 의원님의 현행 사법연수원제도 폐지 주장에 깊은 동의를 표하며 사법연수원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법조인 양성제도를 가지기 위해서라도 로스쿨 제도가 이번에 꼭 도입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의원님께 몇 자 두서없는 글을 올립니다.

몇 년 전 어느 미국 교수와 함께 사법연수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서초동에서 일산으로 옮겨온 지 얼마 안 된 사법연수원은 넓은 대지에 웅장하고 화려한 대리석으로 지어진 새 건물들로 단장되고 있었습니다. 전임교수 전원이 현직 판검사들로 구성된 실무형 교수진, 각종 시청각 기자재를 갖춘 최첨단 교육시설, 이 모든 것들이 이 나라 예비법조인들을 모아놓고 교육시키는 국내 유일의 법조인 양성기관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 연수원을 구석구석 돌아보던 미국교수도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그런데, 그 미국 교수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슬며시 던진 말이 있었습니다. 한국식의 획일적 사법연수원 제도가 ‘위험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별 뜻 없이 듣고 넘겼지만, 그 말은 그 뒤 곱씹어 볼수록 의미심장한 말이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예비법조인을 국가가 하나의 기관에 몰아넣고 5급 공무원으로 월급을 주어가며 오로지 기존의 사법관행을 전수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판에 박힌 교육을 시키는 것이, 그리고 그 성적에 따라 판검사 임용을 결정하기에 사법연수생들을 2년간 혹독한 경쟁으로 내모는 것이, 법조인을 ‘국민과 사적(私的) 권리의 창의적 대변자’가 아니라 ‘국가통제논리의 순응적 전달자’로 만들 위험성이 있음을 그 미국교수는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임 의원님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대법원이 잠시 운영되던 사법대학원 방식을 버리고 현재와 같은 사법연수원 제도를 출범시킨 것은 1971년의 일입니다. 그 후 사법시험 합격자 연 1,000명 시대가 열린 5년 전 이후로 연수생의 수가 특히 많아져 그 규모가 커진 것을 빼고는 연수원 교육의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사법연수원에서의 교육은 ‘실무교육’이라는 미명하에 판결문 작성과 공소장 작성 방법에 대한 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급변하는 미래사회의 복잡다기한 법적 문제를 해결해 나갈 창의적인 미래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법적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적 노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시험 답안으로 작성한 판결문에 대한 채점이 감점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 잘못 찍으면 점수가 깎입니다. 얼마나 과거의 관행대로 판결문 양식에 맞게 썼느냐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뿐입니다. 시스템 자체가 판박이 법조인 양산에 맞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경쟁 과열도 오랜 전에 도를 넘었습니다.

몇 년 전 연수원 시험 준비 중 한 연수생이 과로사 한 경우도 있었고 얼마 전에는 연수원 시험 스트레스를 못 이겨 자살을 택한 연수생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살벌한 경쟁 분위기 속에서 급기야 연수생의 절반 이상이 선행학습을 하고, 예비연수생을 위한 삼천만 원짜리 고액과외도 있다는 전언입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법조인으로서의 인성 함양은 애당초 사치입니다. 로스쿨제 도입의 시급성은 바로 여기서도 발견된다고 믿습니다.

며칠 전 대법원이 현행 사법연수원 공통실무교육과정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나머지 1년은 판사, 검사, 변호사의 각 직역별로 분리해 집중연수를 실시하는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적 수정은 미봉책이 될 뿐입니다.

국가가 모든 예비법조인을 한 곳에 모아놓고 훈장노릇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 법조의 미래는 밝을 수 없습니다. 곧 있을 법률시장 개방으로 쏟아져 들어 올 외국변호사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제 국가가 아니라 대학이나 변호사단체 등 사적 부문에 법조인 양성의 책임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로스쿨제도 도입이 그 첫 출발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로스쿨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래 동안 처리되지 못한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임 의원님께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법률가양성제도 개혁을 위해 힘써 주실 것을 믿습니다.

2006년 11월 22일

임지봉 드림

③ “전태일이라면 로스쿨 도입에 동의했을 것”

② “세상은 왜 로스쿨을 원할까요”

① “일본 로스쿨,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임지봉(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서강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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