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11-27   1584

<안국동窓> 무능한 참여정부, 졸렬한 참여정부

‘가장 개혁적인 정부’를 외치고 출범한 참여정부가 이제는 ‘가장 무능한 정부’로 낙인찍히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잘 알다시피 그 핵심에 부동산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대책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예컨대 개발이익 환수제, 원가공개제, 후분양제, 대출규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고작 세금을 올리는 정책만 조금 강화했을 뿐이다. 물론 이것도 안 한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아파트값 폭등에서 잘 드러났듯이, 참여정부의 세금정책은 별로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불신’만 키웠을 뿐이고,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기를 자초했을 뿐이다.

정말로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원가공개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변화이다. 2004년 초에 원가공개제의 필요성에 관한 여론이 한창 들끓었다. 만일 그때 원가공개제를 시행했더라면 난개발과 투기가 상당히 누그러졌을 것이다. 공정거래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가공개제는 시장원리에 부합한다. 원가를 속여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단순히 공정거래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불신’을 조장해서 시장을 파괴상태로 몰아간다. 거래의 탈을 쓴 사기와 강탈이 횡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시장을 내세워서 원가공개제에 반대했다. 그리고 2년여가 지나서 주무장관의 ‘실수’로 아파트값이 미친 듯이 오른 뒤에야 원가공개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더욱 더 커진 것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늦게나마 대통령이 그 필요성을 인정했는데도 원가공개제는 여전히 시행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도대체 누가 노무현 대통령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 노회찬 의원이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투기꾼들에 대한 처벌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의 관련 기사를 보자.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2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부의 ‘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가 지난해 7월7일부터 12월31일까지 실시한 특별수사로 구속된 252명에 대한 법원판결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와 벌금 등 경미한 처벌이 90.8%로 달한 반면 실형선고는 전체의 8.3%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2~2006년 전국 법원 구속사건 실형선고율이 평균 40%대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기획부동산업체 부동산 사기 62건(실형 13건) ▲미등기 전매.증여 가장 32건(실형 2건) ▲명의신탁 등 차명거래 50건(실형 4건) ▲조합아파트 투기 7건(실형 0건) ▲무자격자 부동산 중개 41건(실형 0건) ▲불법형질변경 또는 무허가거래행위 45건(실형 0건) 등이었다.

노 의원은 “아파트 10채, 상가 32채, 오피스텔 24채를 소유하고 있는 조합아파트 투기범죄자가 불법으로 조합원 자격을 얻어 5채의 신규분양 아파트를 공급받았는데도 벌금 2천500만원만이 부과됐다”면서 “기획부동산 투기 사례로 임야 1만8천평을 8억2천800만원에 매입해 405명에게 317억원을 사기친 범죄단 8명에게 집행유예 또는 벌금 200만원의 판결을 내린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2006년 11월 26일)

또 노 의원은 합동수사결과 검찰이 국세청에 통보한 탈세혐의 내역은 총 152건으로, 국세청은 현재까지 58명으로부터 5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덧붙였다.

투기꾼을 엄벌에 처하는 것은 투기를 막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일이다. 투기꾼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 투기는 사라지기는커녕 결코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허술한 판결이 내려졌는가에 대해 소상한 조사가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투기꾼을 위한 사법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법을 제대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면, ‘무능한 참여정부’에 이어 ‘사악한 사법부’라는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면, ‘무능한 참여정부’뿐만 아니라 ‘태만한 국회’를 반드시 심판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밝히고 해결하는 것도 역시 정부의 일차적 과제이다. 이 허술한 판결의 전말을 속히 밝히지 못한다면, ‘무능한 참여정부’는 ‘끔찍하게 무능한 참여정부’가 되고 말 것이다.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서도 ‘무능한 참여정부’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속하고 전면적인 한미FTA를 충분한 연구나 논의없이 강행하고 있는 결과이다. 한국과 미국의 격차는 너무나 크다. 따라서 급속하고 전면적인 한미FTA는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야기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주권을 흔들고 공공 서비스를 크게 축소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농업의 몰락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산업과 계층이 큰 혼란과 불안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50%가 넘는 땅을 소유하고 있는 1%의 사람들과 같은 부유층은 더욱 더 부유해질 것이다. 한미FTA는 부익부 빈익빈을 극단화할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거센 저항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거센 저항을 비난하기에 앞서서 한미FTA 협상의 절차와 내용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FTA 반대운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부동산정책만큼이나 큰 문제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마치 원수지간처럼 극렬히 대립하던 한나라당, 보수언론과 이제는 서로 동지나 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먼저 행정자치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11월 1일에 공문을 보내서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끊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어서 11월 22일의 궐기대회에서 일어났던 일부 폭력사태를 빌미로 경찰청은 한미FTA 관련 집회는 금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과 같은 식으로 거창하게 비판할 가치도 없다. 그저 졸렬한 작태라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무능한 참여정부’로는 모자라서 ‘졸렬한 참여정부’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 ‘안습’이다.

‘참여정부’라는 말 자체가 아깝다. 이미 부안항쟁에서 보였던 반민주적 행태는 아마도 이 정부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었던 모양이다. 부동산정책이나 한미FTA 협상에서도 ‘참여정부’라는 이름으로 과시하고자 했던 민주성과 개혁성의 모습은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위풍당당하게 역사의 흐름을 이끌고 새로운 민주화의 시대를 여는 것이 아니라 짜증이나 내고, 성깔이나 부리고, 그러면서 나름대로 잇속은 잇속대로 챙기는 찝찝한 모습이다. 이런 정부 때문에 민주개혁세력의 위기가 심화되었으며, 엄하게도 ‘386 세대’가 욕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분명히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의 예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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