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03-12   1678

<안국동窓> 쓰레기 쓰레기

매주 월요일 밤이면 한 인기 개그 프로그램에서 ‘죄민수’라는 인물이 그의 상대역에게 ‘쑤레기! 이 MC계의 쑤레기!’라고 단호하게 소리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서 폭소를 터트리고 만다. MC계에 정말로 쓰레기라고 불릴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터프’하게 보이기 위해 하는 말에 대해 이유를 묻는 상대역에게 ‘쑤레기’라고 욕을 퍼붓는 ‘죄민수’야말로 사실은 쓰레기일 것이다.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리게 되는 것은 ‘죄민수’의 그 어처구니없는 행태 때문이다.

주위를 돌아보노라면 ‘죄민수’같은 사람이 결코 드물지 않은 듯하다. 특히 국회에는 여전히 이런 자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 같다. 차라리 없애 버리는 편이 혈세를 아끼기 위해서나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나 낫지 않겠냐는 말들이 또 나오고 있다.

압권은 역시 한나라당의 행태이다. 한나라당은 비리사학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한 사학법의 부분개정에 극력 반대해서 다시금 사학법의 재개악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잘 알다시피 투기와 폭리를 막기 위한 주택법의 개정에도 당 차원에서 반대했다. 모두 민생을 도탄으로 빠트리는 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런 중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단체에 대해 오히려 ‘관변단체’라고 욕설을 퍼붓고 나섰다. 그야말로 ‘죄민수’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죄민수’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분노를 자아낼 뿐이다. 지금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무능’으로 한나라당이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민생을 도탄에 빠트리는 한나라당의 반국민적 행태를 과연 국민들이 잊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가 잘 보여주듯이 국민들이 결국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어쩌다 보니 ‘쓰레기 정치’에 관한 말이 길어졌지만, 사실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쓰레기 강산’에 관한 것이다. 황사에 눈보라까지 몰아쳤지만 아무튼 봄은 왔다. 죽은 듯한 나무마다 봄물이 오르고 곧 세상은 아름다운 연두빛으로 물들 것이다. 그리고 풀빛이 짙어지면서 많은 쓰레기들이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다.

우리의 강산은 정말이지 너무나 많은 쓰레기들로 크게 훼손되었다. 지리산 노고단 바로 아래까지 찻길을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그 찻길의 끝자락 근처의 숲에서 버려진 냉장고가 발견되었다. 황당하게도 누군가 못 쓰게 된 냉장고를 그곳에 버렸던 것이다. 지리산을 흉칙하게 파괴하며 그곳까지 찻길을 놓은 것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일이었지만, 더 나아가서 그 찻길은 이렇듯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폐해들도 낳고 있다. 그 동안 전국 곳곳에 수없이 많은 찻길들이 새로 생겼다. 그 중에서 아주 많은 찻길들이 부패와 파괴의 산물이며, 또한 그 주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쓰레기들로 더렵혀지고 있기도 하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산, 들, 강, 바다도 모두 쓰레기들로 뒤덥힌 상태다. 그러니 공기도, 물도, 땅도 더러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아토피며 천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당연할 뿐이다. 마구잡이로 내다 버리는 쓰레기 문제가 거의 망국지경에 이르렀다. 장마철이면 곳곳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때문에 댐의 수문을 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비닐, 깡통, 병, 담배꽁초, 그물, 전자제품, 타이어는 물론이고 심지어 트럭이나 배까지 정말 온갖 쓰레기가 온갖 곳에 제멋대로 버려져서 공기와 물과 땅을 더럽히고 있다. 이와 관련된 지표도 아마 환경지수와 마찬가지로 거의 세계 최악 수준일 것이다.

지금이 쓰레기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다. 눈과 얼음이 다 녹았으나 아직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아서 산과 들과 강에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들을 모두 수거해서 처리해야 한다. 이 일은 시나브로 죽어가는 국토를 살리고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결정적 과제이다. 더 이상 쓰레기 치우는 일을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 국토가 이미 너무나 많은 쓰레기들로 죽어가고 있다. 아예 ‘쓰레기처리청’ 정도를 독자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제 회를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항생제 때문만이 아니라 쓰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갯벌이며 바다가 너무나 많은 쓰레기들로 오염된 상태라 회를 즐기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새만금갯벌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갯벌의 초입에 깨진 병이며 비닐봉투, 담배꽁초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런데 갯벌을 한 30분쯤 걸어 들어가니 놀랍게도 작은 트럭 한 대가 버려져 있었다. 거기서 온갖 유해물질들이 흘러나와 새만금갯벌을 더럽혔으리라.

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해서 처리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단순한 ‘환경미화’의 차원을 훌쩍 넘어서 버렸다. 그것은 소중한 국토를 지키고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쓰레기처리청’보다는 사실 ‘국토안보청’이나 ‘건강보호청’이 더 옳은 명칭일 것이다. 폐약품이 마구 버려져서 무서운 오염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산업쓰레기가 시멘트로 변신하사 아파트로 부활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자면, 더욱 더 그렇다. 봄이 왔다.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서두르자.

홍성태 (상지대 교수,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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