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03-27   1679

<안국동窓> 한미FTA, 무엇을 얻었나

“우리가 누차 언급한 것처럼, 우리로 하여금 이 협상에 참여토록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내용(substance)이지 시한(timing)이 아니다.” 한미FTA와 함께 출발했던 미-말레이지아FTA 협상이 결렬된 뒤, 3월 23일 TPA시한내에는 협상타결이 불가능함을 지적하면서 미 무역대표부가 낸 성명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물론 미-말레이지아FTA 협상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80%가 3월말 타결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FTA 협상이 국익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타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즉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시한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미무역대표부와 입장을 같이 한다. 또 3월말 즉 TPA시한에 맞추지 않더라도, 다시 말해 협상이 결렬되었더라도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미무역대표부의 언급에 각별히 주목하고자 한다.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간혹 기한내에 타결안될 수도 있다는 립서비스도 들리지만, 3월말 타결을 앞둔 즉 난산의 ‘생쇼’를 연출하기 위한 3류 연기라는 것이 중론이다. 혹자는 ‘바가지로 퍼주다, 이제 바케쓰로 퍼준다’로 표현한다. 감히 말레이시아와 비교하기에도 민망한 이 나라 통상관료들, FTA광신도들에게 그 나마 이런 ‘설정’이 어디랴. 국민들은 고마워해야 한다.

처음 그들을 환상의 ‘드림팀’이라 불렀다. 국민 혈세를 축내며 귀향길 기차 칸칸마다, 고속버스 대합실마다 이들 드림팀원들의 연출된 환한 미소를 우리는 보아 왔다. 물론 농민들이 나락모아 만든 FTA반대 광고는 주름진 농민의 근심어린 얼굴이 ‘비호감’이어선지 방송금지되었다. 이제 이 드림팀의 마지막 환상공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가 자동차를 팔기위해서 라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우리 차의 대미 수출 관세가 2.5%인데 ‘즉시’ 철폐되면 3.4억불의 수출이 증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15년뒤, 잘해야 10년뒤 철폐할 것이라고 미국은 주장하고, 대신 우리의 자동차 세제, 표준, 소비자인식등과 관련 대규모 구조조정급 양보를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실익은 없다. 아니 국내시장 잠식만 우려된다. 미국의 무역구제법이 개선되면 우리가 엄청난 실익을 거둘 것이라고 드림팀은 웅변하였다. 그러나 작년 12월 말에 물 건너갔다. 섬유의류는 우리가 엄청나게 유리하다 하였다. 양보하고 물러서고 하다 보니 어느 듯 잘하면 처음 기대이익에서 1/10정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이른바 ‘빌트인(built-in)’ 쉽게 말해 ‘다음에’ 보자고 한다.

쌀‘만’은 지킬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데 진정 쌀‘만’ 지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대통령의 말처럼 이 ‘염치없는’ 농민들에게 이것도 어디랴. 20여개 이른바 민감품목 가운데 몇 개가 살아 남을까. 수입액 200억규모인 쌀은 8,000억규모(2003년) 쇠고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미국이 쇠고기 하나만 제대로 챙겨도 우리가 자동차, 섬유의류를 통해 기대했던 이익규모를 넘어선다. 약가적정화방안으로 협상이 결렬되니 안되니 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미국은 신약의 최저가격을 보장하란다. 그렇게 되면 정부, 미제약업계간의 약가협상이 무력화되어 그 결과 약가는 결코 적정화될 수가 없다. 전국민이 우려하는 ‘투자자-정부 소송제’는 합의된 지 오래이고, 처음 우리 법체계와의 상충을 우려 반대하던 간접수용도 어느 새 ‘세계인의’ 간접수용으로 둔갑 합의된 지 오래다. 미저작권을 20년 늘여주고, 미 특허권을 연장해주면 우리 경제가 성장할까. 로열티만 늘어날 뿐이다. 스크린쿼터 미래유보는 숨이 넘어가기 일보전이고, 방송쿼터는 조금 더 빨리 사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드림팀의 협상 결과는 참으로 꿈만 같다. 물론 미국에게 말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외쳐본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시한이 아니다.’

* 이 칼럼은 경향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한미FTA저지범국본 정책기획단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