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11-15   1434

<통인동窓>삼성공화국과 탈세문제

요즘 ‘원더걸스’라는 젊은 아가씨 노래단이 엄청 인기라고 한다. ‘텔미’라는 노래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니 참으로 보기 드문 대중문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갖가지 이용자 창작물(UCC)이 인터넷에 오르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제주도 학생이 제주어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텔미 제주어판’이 네티즌을 뒤집어 놓았단다. 그래서 나도 한번 봤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재미있다. 첫 부분을 소개한다.

이녁 날 좋아헐 줄은 몰랐저. 어떵호민 좋아- 너미나 좋아-

(너도 날 좋아할 줄은 몰랐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

꿈만 고타서 나 나 자신을 자꾸 좁아틀어- 너미나 좋아-

(꿈만 같아서 나 내 자신을 자꾸 꼬집어 봐 너무나 좋아)

‘원더걸스’의 ‘텔미’가 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이 요즘 대중문화계의 가장 뜨거운 질문인 모양이다. 나는 아직까지 ‘텔미’를 듣지 못하고, ‘원더걸스’를 보지 못했다. 그러니 나는 이 질문에 답할 능력은커녕 자격도 아직 갖추지 못한 셈이다. 그렇지만 이 노래의 제목과 유행은 내게도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텔미’는 ‘tell me’ 즉 ‘내게 말해주오’라는 뜻이다. 사실 나도 ‘텔미’라고 외칠 게 많은 사람이다. 아니, 분명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 ‘텔미’라고 외칠 게 많을 것이다.

나는 ‘텔미’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전형적인 십대의 사랑타령이지만 남녀노소를 떠나서 누구나 원하는 그것, 즉 ‘진실을 말해주오’라는 국민의 열망이 노래의 제목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막상 노래를 들으면 이런 생각을 접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내게는 ‘텔미’라는 제목이 상당히 절절하게 다가온다. 물론 그 까닭은 무엇보다 대선 정국을 둘러싸고 있는 너무나 짙고 더러운 온갖 의혹의 먹구름 때문이다.

이에 못지 않게 궁금한 것은 ‘삼성공화국’의 실체이다. 삼성재벌은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해서 정치인은 물론이고 관료(특히 재경부, 국세청), 검찰, 법관, 은행, 언론, 학자를 매수했다는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다. 아니, 이 중의 상당 부분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조사, 이상호 기자를 비롯한 언론인의 조사(특히 ‘삼성X파일’),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의 고발과 ‘자백’으로 명백히 입증되었다. 이에 대해 삼성재벌은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이지, 서천의 소가 낄낄대는 소리가 들린다. 제발, 진실을 말해다오.

그런데 삼성재벌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불법승계라고 지적한다.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상무에게 삼성재벌을 승계하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일삼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할 수 없는 일을 해서 국가적 차원의 문제를 빚어내고 말았다. 모든 문제가 불법승계로 귀결된다. 불법승계를 위해 내부순환출자를 대대적으로 이용했고,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해서 그야말로 총체적 매수작전을 펼쳤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탈세문제이다.

삼성재벌의 불법승계는 막대한 탈세문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이재용 상무는 단지 16억원의 세금을 내고 삼성재벌을 거의 승계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국 자본주의를 흔히 ‘천민자본주의’라고 부른다. 그 까닭은 많은 부자들이 더럽게 돈을 벌어서, 더럽게 지키고, 더럽게 쓰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 탈세가 자리잡고 있다. 많은 부자들이 탈세를 해서 돈을 벌고, 그 때문에 부패하지 않을 수 없다. 부패의 원천은 탈세이다. 탈세해서 돈을 벌기 위해 부패하고, 탈세해서 번 돈을 나눠먹어서 부패한다.

삼성재벌의 비자금은 대부분 탈세한 돈이다. 삼성재벌이 뇌물로 뿌린 돈도 그렇다. 세금을 훔쳐서 축재하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일부에게 나눠준 것이다. 부패의 연대는 결국 탈세의 연대이다. 한국은 나라의 전체 수준에 맞지 않게 부패의 수준이 심각한 나라이다. 그 핵심에 탈세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오죽하면 텔레비전 방송에서 ‘고액체납자’라는 도둑들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부패가 만악의 근원이라면, 탈세는 만악의 근원의 근원인 셈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부자들에게 탈세는 삶의 지혜로 확립된 듯하다.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부패를 크게 줄여야 하고, 탈세를 막아야 한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 탈세는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중범죄이다. 부자들에게 탈세가 만연했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탈세로 축재한 많은 부자들이 권력을 매수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이 나라의 실상이다. 암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야 이 나라의 발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미국의 워렌 버핏은 부의 세습에 한사코 반대한다. 부패와 탈세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부패와 탈세를 막기 위한 시민운동이 다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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