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금융감독 본분 망각한 금감원 「검사·제재 혁신방안」

금융감독 본분 망각한 금감원의 검사제재 혁신방안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어제(1/27) 「검사·제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건전성 리스크 및 소비자피해 위험에 대한 예방적 점검·지도 기능 강화”를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예방적 감독 강화를 구실로 종합검사를 폐지하는 등 금융감독당국의 검사·제재는 완화시킨 반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금융감독당국의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금융사들의 주장에 화답하듯 내놓은 대책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매우 중요한 행위자이자 상대적 약자인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당장 실효성있는 추가 방안을 내놓고, 내부통제의무 기준에 더불어 실행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금융기관을 더욱 강하게 제재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수익을 쫓는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금융지식·정보의 우위를 악용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도외시 할 유인이 높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사후적 제재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금융피해사건에 대한 입증책임을 금융기관에게 부여하고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법·제도 개선 역시 요구된다. 

 

사전예방 구실로 금융감독 완화,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전무해

지난해 11월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정은보 금감원장이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며 본분에 맞지 않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으나, 결국 우려했던 사안은 현실이 되었다. 금감원은 과도한 재량검사, 저인망식 검사를 지양하겠다며 기존의 종합검사를 정기검사로 대체해 검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검사범위를 특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국의 검사 재량을 제한할 경우 검사 중 추가적으로 확인되는 문제점을 살펴보지 못하게 됨으로써 적발될 수 있었던 금융기관 내부통제상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하게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또한, 검사 범위가 특정되고 좁혀지면 금융기관은 내부통제 관련 법 제도를 포괄적으로 준수하기 보다는 예고된 검사 항목만 점검하면서 대증적으로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당국의 금융감독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그 위험은 오롯이 금융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실효성 있는 금융기관 내부통제방안 마련·실행 담보할 방안 없어

또한, 금감원이 사전 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기관을 점검·지도하겠다면서도, 실효성있는 내부통제방안 마련과 그 실행을 강제할 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다. 금융기관의 자율규제나 자체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내부통제조직이나 책임자의 독립성·책임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내부통제기준 마련 및 실행 의무를 지키지 않은 곳에 대한 엄중한 사후 제재 부과 역시 필수적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러한 보완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금융기관의 선의에 의존하겠다고 하는 셈이다. 그러나 과거 금융기관들은 수익에 매몰돼 최소한의 고객 보호 의무도 저버려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사건을 일으킨 전력이 있으며, 최근까지도 관련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기관 채용비리도 자체 검사에서 단 1건도 적발하지 못하고 결국은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된 바 있다. 특히, 하나은행의 사모펀드 내부통제 문제에서도 ‘원인행위가 하나’라는 해괴한 논리로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제재수준을 경합가중하지 않은 금감원이 사전예방적 검사·감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사례가 있음에도 당국의 감독이나 사후 제재 없이 금융기관이 스스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믿는 금감원의 순진함 혹은 노골적인 편의 제공이 아쉬울 따름이다. 금감원과 금융기관의 공식 정보채널로 두기로 한 ‘소통협력관(liaison)’ 역시 금융기관 내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대관통로로 전락해 당국의 감독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금융소비자 피해 재발 방지 위한 입증책임 전환,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도 필요해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지,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다. 금감원의 이번 「검사·제재 혁신 방안」은 금융기관에 대한 당국의 검사·제재를 완화한 것에 불과하며,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수행’이라는 금감원 설립목적에도 반대된다. 백번 양보해 금감원이 내놓은 제도개선 취지가 금융기관 자체 자정 노력과 사전예방 강화에 있다고 해도, 이를 담보하기 위한 실효성있고 독립적인 내부통제강화 방안, 내부통제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대한 사후 제재 등이 함께 언급되지 않은 이상 그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도외시한 채 실적 추구에만 매몰될 수 있는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공익적 입장을 대변할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등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며 금융감독당국은 이를 지도·감독할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해 사전예방에 나서게 만들기 위해선 효과적인 사후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규모 금융피해사건에 대한 과실 여부를 금융기관이 입증하도록 책임을 부여해야 하고 집단소송제도, 징벌적손해배상 등의 도입도 필요하다. 금융기관에 비해 정보나 지식이 부족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이야 말로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진정으로 제고하는 길이다. 금융감독당국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 국회의 정책·입법 활동을 촉구한다. 

 

202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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