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빚내서 견뎌라’식 정책에 따른 부채 위기, 보다 적극적 대응 필요하다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 취약계층 재기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금융권 추심으로 이어져선 안 돼

개인회생·파산 등 채무조정제도 재정비 필요해

 

윤석열 정부가 어제(7/14)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애로 완화, 주거 관련 금융부담 경감, 청년 등 재기지원을 위한 채무조정 강화, 서민 저신용층 금융지원 보완 및 민생범죄 근절을 골자로 하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9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의 기한 도래, 최근 금리 인상 같은 요인 외에도 기존 대출의 높은 변동금리 비율, 2030세대와 소상공인 부채 급증 등 민간 채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소상공인 부채 문제는 현재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발표된 정책 내용은 이미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제시했던 사항이므로, 더 지체없이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조속히 발표하기를 바란다. 정책방향은 부채로 한계 상황에 놓인 다양한 채무자들을 포괄해야 하며, 채무자의 채무경감·청산 후 재기라는 목적에 가장 부합할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에 발표된 대책에서 언급되지 않은 기존 채무조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자영업자·소상상공인 채무조정을 위해 설립될 예정인 새출발기금은 지원대상의 채무부담 완화 및 재기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 새출발기금 지원규모 30조원 중 정부(캠코) 예산은 3.6조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전체 기금의 12%에 해당되는 재원이다. 그외 자금은 금융권들의 출자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중채무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변동금리·일시상환·단기 대출 비중이 높은 데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자영업자 가계부채의 질과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규모와 정부 예산은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의 유동성확대 정책과 예대마진으로 높은 수익을 냈던 금융사들에게 전국민의 코로나19 고통을 분담하게 하는 취지로 금융권의 기여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출자가 절대 다수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기금이 운영되는 과정에 있어 채권자인 은행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과거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소액 취약채무자의 채권조차 제대로 탕감하지 않는 등 상환 실적을 쌓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되다 보니 ‘국민추심기금’이냐는 비판도 받았음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과거 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참고해 채무조정이 가장 우선시 될 수 있도록 운영주체 및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하고 운영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 고금리 이자로 허덕이는 소상공인의 급한 불씨를 끄게 하는 방편으로 저리대환 프로그램 지원은 필요하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잇따른 대출로 신용이 떨어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점차 캐피탈, 카드론, 대부업 등 비은행권 대출을 받아 버텨오는 과정에서 대출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현재 자영업자 대출 중 비은행권 대출은 37.5%를 차지하며, 이는 2019년 4분기 당시 약 32.2%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5.5%p 상승한 수치이다. 같은 시기 자영업자 비은행권 대출은 226조원에서 360.6조원으로 134.6조원이 증가했다. 그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강요된 ‘빚내서 견뎌라’식 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야기했음을 상기한다면,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지난 손실보전 집행과정에서 불거졌던 사각지대 논란이 이번 지원에서도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70~80%가 변동금리대출임을 감안하면 금리상승으로 취약한 상황에 내몰리는 차주가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이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방안은 당장 시급히 취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이며, 청년층의 신속한 회생과 재기를 위한 이자감면도 필요하다. 금융권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의 유동성 확대 정책 등에 따라 막대한 수익을 남긴 가장 수혜를 입은 업종이다. 대다수 경제주체들이 경제위기에 따른 경영난, 생활고를 감내해온 것과 상반되게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민들에게 더 큰 박탈감을 안겨준 바 있다. 따라서 코로나 특수로 이익을 얻은 이들이 국민들의 사회·경제적 고통을 분담해야함은 당연하다. 이 기회에 금융사들이 정부 정책과 별개로 한계채무자에 대한 채무상환 압박, 특히 담보대출에 대한 즉각적인 권리 행사를 자제하고, 자체적인 원리금 경감에 나서는 등 공적인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서 다루지 않지만 채무조정제도의 개선 역시 시급하다. 최근 진선미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했다. 올 하반기 이후 한계상황에 놓이는 채무자들의 개인회생·파산 신청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서울회생법원과 전국 지방법원간 개인회생 신청 후 변제인가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2배, 파산신청 후 선고 결정까지는 최대 7.8배까지 차이가 나는 등 채무조정 절차의 신속성의 차이가 매우 크고, 채무조정 승인 결정 비율의 격차도 매우 커, 지역에 따라 채무자들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파산 선고를 받는 차주들이 200개가 넘는 각종 사회적 자격으로부터 배제되는 차별 역시 존재한다. 파산 후 신용회복까지 걸리는 기간 역시 길어 한계채무자들이 공적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개인회생을 받는 소상공인의 경우에는 사업을 유지하며 재기할 수 있도록 공제금액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등 운영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일시적 대책 외에도 기존 채무조정제도의 개선을 통해 채무자들이 조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제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역시 경제위기 취약층을 보호하고 나아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신용회복위원회 외에도 지자체 차원에서 금융복지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내실화하고, 소관부서와의 연계를 통해 채무조정을 희망하는 차주들에게 가장 알맞는 채무조정, 창업·취업·복지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  

 

그간 가계부채, 자영업자 부채가 급증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국가의 적극적 역할 부재에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영끌투자는 불평등 심화와 주거의 불안정을 시장에서 해결해야하는 각자도생의 사회가 자산축적의 욕망을 부추겨 발생한 측면이 크다. 또한 자영업자 부채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일환으로 소상공인 영업금지·제한 조치를 실시한 반면 합당한 보상을 실시하지 않아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대출로 사업과 가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숙고를 한다면 새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공공서비스, 주택의 공공성은 훼손되지 않고 강화되어야 한다. 더이상 ‘빚내서 견뎌라’식 정책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삶의 한계에 내몰리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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