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환경 2003-05-13   1205

세 걸음 걸으시고 땅에 엎드려 절하시고

새만금살리기 삼보일배 순례 참가기

이연이 참여연대 회원

지난 3월 28일 전북 부안 격포에서 출발한 새만금살리기 삼보일배 순례단은 5월 11일 일요일에 평택 진위면에 도착했다. 오산을 코앞에 두고 열린 이번 행사에는 200여명이 모였고 12명의 참여연대 간사들과 회원들이 참가해 새만금 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아래는 이번 행사에 참여했던 이연이 회원이 삼보일배 순례를 다녀온 후 회원전용게시판에 올린 소감을 발췌한 글이다. 편집자 주.

5월 11일, 날씨 참 좋은 날이다. “봄볕에 탄 며느리는 시아버지도 몰라본다”고 했던가. 봄 햇빛 아래 파릇파릇 나뭇잎들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오월 미풍을 쐬며 소풍이라도 가듯 가볍게 남쪽으로 달리고 달려서 평택에 이르러 ‘삼보일배(三步一拜)’ 기도수행단을 만났다.

새만금을 살려주세요

정다운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 이희운 목사님, 김경일 교무님, 햇볕에 까맣게 그을리고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만큼 바싹 여위셨다. ‘默言’이라고 쓰시고 말씀은 없으시나 누군들 모르리오. 그분들이 왜 거기에 계시며, 또 우리들은 왜 거기에 갔는가를. 눈인사와 두 손을 마주 잡음으로 마음을 전하고, 고개를 돌려 길을 바라보니 갈 길이 아득하다. 앞에서는 성직자들의 ‘삼보일배’가 시작되고, 우리는 셋씩 줄을 지어 길게 따른다. 자동차가 달리는 길가이니 곳곳에서 경찰과 진행요원이 일행의 안전을 지킨다.

세 걸음 걸으시고 땅에 엎드려 절하시고, 세 걸음 걸으시고 땅에 엎드려 절하시고…. 우리는 세 걸음 걷고 고개 숙여 절한다. 혹은 묵묵히 걷는다. 손에 염주나 묵주를 든 분들도 있다.

수녀님, 스님, 신부님, 목사님, 아이들, 젊은이들, 부안주민, 오산주민, 평택학생, 요한나 수녀님.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한 마음이리라. “새만금을 살려주세요!”

이삼십 여분을 가다가 적당한 자리가 있으면 잠시 쉰다. 네 명이 기둥이 되어 지붕을 받들어 그늘을 드리우면 그 자리가 쉼터이다. 꼿꼿한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앉아 미동도 없으신 분들의 모습이 엄숙하고 경건해 보인다. 평화로운 분들을 바라보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은 놓이지 않는데 어느 결에 훌쩍 일어나시고 가벼운 걸음으로 다시 ‘삼보일배’를 계속하신다. 지나는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며 관심을 보이고, 차창 밖으로 흔드는 손길은 때마침 부는 산들바람과 함께 싱그럽게 다가온다.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먼 남쪽에서 달려오신 형님 문정현 신부님, 아예 구릿빛으로 그을린 신부님이 함께 하심은 확실하게 활기를 불러 넣으신다. 몸살 기운을 앓으신다는 신부님께서는 아랑곳없이 사진을 찍으시고 이야기를 나누시고 몹시 바쁘시다. 두 아드님이 기도하러 간 줄 알고 계시다는 구순 어머니 말씀을 들려주시는 신부님을 빙 둘러서서 우리는 한 가족처럼 다정하고 반가웠다.

가다 쉬다를 몇 차례 반복하다 보니 고개에 이르렀다. 평택 진위면 가곡리 붉은 고개, 그 고개를 고비로 오늘 일정을 마친다. 3월 28일 부안 격포를 떠나 김제, 군산, 보령, 예산, 천안을 거치고 45일째에 오산이 바로 코앞이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4시 15분까지, 뙤약볕 길 위에서 눈앞이 아른아른하다. 그래도 쉼터로 돌아 와 무리 무리지어 기념 촬영하고, 인사를 나누고, 노래를 함께 부르고, 제법 법석이다.

새만금사업은 죽음의 대공사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전북 부안에서 김제, 그리고 군산에 이르기까지 바다와 갯벌을 가로 질러 방조제 33 킬로미터를 쌓고서 메운다는 대사업이다. 드넓고 풍요로운 갯벌을 죽여서 농토를 만들겠다는 애초의 계획이었다. 이제는 쌀이 부족하지 않으니 대신 산업단지로 공사한다고 계획을 바꾸었다.

갯벌은 조개랑, 게랑, 새들이 사는 곳이다. 새만금 갯벌은 만경강이, 동진강이 바다로 흘러 들어 이룬 하구 갯벌로 우리나라 최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이며 영양분이 풍부한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다.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땅인 갯벌을 죽이고 산업단지로 만드는데 비용은 28조원이 필요하고 현재 1조 4천억 원이 들어갔으며 공사는 20%가 진행되었다. 죽음의 대공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 땅에서는 산이 죽으니 강이 죽고, 강이 죽으니 바다마저 죽어간다. 갯벌이 죽어가고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간다. 우리의 성직자들은 땅을 살리기 위해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수행을 하고 계신다. ‘묵언’으로, 몸으로 말씀하신다.

‘삼보일배’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기도 수행이다, 온 생명을 모시는 일이다. 세 번을 걷고 한 번 절하는 기도를 하며,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작은 것들의 죽음까지도, 그것들의 아픔까지도 함께 하려 한다.

걷다가 고개 숙여 땅을 보니 길가의 풀들이 새파랗게 자랐다. 길 너머 흙을 갈아엎고 고른 논에는 물이 찰랑찰랑 채워 있다. 곧 새 벼를 심을 자리이다. 시멘트 바닥에서 살고 있는 도시인에게 흙과 물과 풀은 생명을 느끼게 한다. 살아있음을 진하게 실감한다.

오늘은 휴일이라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했으나, 평일에는 외롭고 쓸쓸해서 더 힘들지 않을까. 서울로 들어오는 5월 23일부터는 시민들도 삼보일배를 직접 같이 드릴 수 있는데 ….

그분들을 길에 두고 떠나는 마음은 걱정이 많으나 피곤한 몸을 차에 싣고 쏟아지는 잠을 주체 못해 어느 새 골아 떨어진다. 겨우 반나절하고서.

“이웃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요, 남의 잘못이 나의 잘못임을 알고 우리와 더불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내 몸같이 여기면서 상생(相生)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법장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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