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넷 기자회견] 국회에 절까지 한 피해자들, 특위 연장 무산에 망연자실

국회에 절까지 한 피해자들, 특위 연장 무산에 망연자실

여야에 가습기살균제 특위의 시한 연장 또는 재구성, 오늘 당장 합의할 것 촉구
진상규명ㆍ피해구제ㆍ재발방지 대책 마련 막는 세력에는 반드시 책임 묻겠다 경고

* 기자회견 일시ㆍ장소  :  10.4(화) 10:00ㆍ국회 정론관

어제(3일)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특위)가 전체회의를 가졌으나, 하태경 의원을 뺀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의 불참으로 활동 기간 연장이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이에 유족과 피해자들이 오전 9시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특위 연장 또는 재구성의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어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특위 활동기한 연장 무산 규탄 기자회견

◾ 일시ㆍ장소 : 2016. 10. 4(화) 10:00ㆍ국회 정론관
◾ 주최 :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ㆍ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 발언 :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ㆍ김미란(유족)ㆍ강찬호(가피모 대표)

▣ 기자회견문

희생자와 피해자들 모두 특위 연장 무산에 분노한다

여야는 가습기살균제 특위의 시한 연장 또는 재구성, 오늘 당장 합의하라
진상규명ㆍ피해구제ㆍ재발방지 대책 마련 막는다면, 책임 반드시 묻겠다

976… 지난 9월 말까지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희생자 수다. 국가로부터, 정부로부터, 국회로부터 생명과 안전을 보호받지 못한 국민의 수이기도 하다. 유족과 피해자들은 국회를 향해 지난 30일에는 920배를, 어제 낮에는 976배를 이어갔다. 희생자들의 한을 담아 살아남은 이들이 땀으로 범벅이 되면서도 온 몸으로 외쳤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 활동기한의 연장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는 또 다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를 외면했다.

원인 모를 호흡기 질환에 따른 안타까운 죽음들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임을 알게 된 게 2011년 여름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던 다섯 해를 지나왔다. 그 사이 옥시 같은 살인기업들과 국내 최고 법률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김앤장 등은 온갖 증거들을 조작하며 사법부를 유린했다. 정부의 조사는 끝날 줄 몰랐고, 검찰 등 모든 수사ㆍ조사기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으며, 국회는 늘 정쟁으로 바빴다. 그나마 검찰이 뒤늦게 나섰지만, 옥시 영국 본사와 김앤장,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문턱에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피해 판정 기준과 관련 정부 부처 장관의 잇단 망언 등으로 유족과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20대 국회가 열리며 상황이 바뀌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쟁 대상이 아니’라며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20대 국회 첫 국정조사 특위가 꾸려질 수 있었다. 초반 현장조사 비공개 논란과 청문회 무용론도 있기는 했지만, 여야 위원들의 협력이 돋보인 국정조사였다. 때문에 의미 있는 성과도 남겼다. 옥시 제품 유해성 보고서 등의 증거 조작 과정에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가 관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덕에 라케시 카푸어 CEO 등 영국 본사 관계자들이 피해자 대표단에 고개를 숙이게 만들기도 했다. 적어도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 대책 마련에 단초가 생겼음을 뜻했다. 최근 치약 등 일상 속 생활화학제품들에도 가습기살균제 원료 성분들이 든 사실이 밝혀지고, 정부의 관리체계에 여전히 문제투성이임이 드러난 것도 특위의 성과 중 하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국회 전반의 파행으로 특위 연장 여부까지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 결국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3일 열린 전체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3일 낮 원내교섭단체 수석부대표들간의 오찬 회동에서 남은 국정감사 일정을 상임위원회별로 조율토록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작 하태경 의원을 뺀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은 대안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특위 일정을 내팽개쳤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만큼은 정쟁 대상이 아니니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여야 모두의 약속은 대체 어디 갔나? 설령 당 지도부로 공을 넘겼더라도 특위의 향후 활동과 관련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고민했어야 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기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족과 피해자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뤄야 할 책무를 내던졌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최근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PHMG 외에 SK케미칼과 애경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등에 쓰인 원료물질 CMIT/MIT가 물티슈, 치약, 구강청정제, 식시세척제 등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은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참사가 진행 중이지만, 정부의 화학물질 관리체계는 무엇 하나 나아지지 않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 살인기업들에 대해 면죄부를 쥐어준 공정거래위원회, 참사 과정과 생활화학물질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정부 책임 규명을 거부한 감사원, 용두사미가 되어가는 검찰 수사, 터무니 없는 판결을 내놓은 사법부… 이 나라에서 참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 대표이자 유족과 피해자들의 대표여야 할 국회마저도 생색내기만 하다가 빠질 텐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과 피해를 밝혀내는 과정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특별법 제정 등 피해를 구제하고, 제2, 제3의 참사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들은 논의되지도 못 했다. 때문에 국회 특위는 멈추어서도 안 되고, 멈출 수도 없다. 진상 규명ㆍ피해 구제ㆍ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없이는 희생자들의 한, 유족들과 피해자들의 피눈물은 절대 씻겨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방해하는 그 어떤 세력이든, 그 누구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참사의 피해자’ 라는 마음을 잊는다면, 참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다음 희생자는 아직은 살아남아 있는, 바로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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