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부패방지위원회를 기대한다.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해 견제의 목소리를 높이는 소신있는 자세 필요

1. 2002년 1월 25일은 지난 6년 동안 진행되어온 시민단체의 입법운동에 힘입어 제정된 부패방지법이 시행되는 날이다. 또한 부패방지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출범을 앞둔 부패방지위원회의 행로는 여러 가지로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각종 게이트에 염증이 나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이 출범하는 부패방지위원회에 거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부패방지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여야 하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짐을 지고 있다.

2. 부패방지위원회가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부패방지위원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관료들의 들러리만 서는 위원회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요구되는가?

그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부패방지위원회가 정권이 아닌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상설적 특별검사제의 도입이나 공직자윤리법의 전면적 개정과 같은 특단의 반부패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부패방지위원회가 국민의 편에 서서 기존 관료 집단의 조직이기주의에 맞서고 권력의 핵심부를 규제하는 각종 반부패대책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소신있게 밝히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패방지위원회는 검찰이나 감사원 등 기존의 어떤 사정기관이 얻지 못했던 독보적인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반면에 정치권과 권력 고위층의 눈치보기로 일관하여 현상 유지에 급급해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부패방지위원회는 국민의 지지라는 가장 큰 무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두기 바란다.

3. 봇물처럼 터지는 검찰개혁 요구에서 보여지듯, 국민들 대다수는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정기관은 ‘권력형 부패’를 적발하고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사정 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초 시민단체들은 부패방지위원회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요구하였다. 부패방지위원회가 수사권을 갖게되면 검찰·감사원등 기존의 사정기관과 경쟁하게 되어 사정기관사이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어 사정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이 확보되리

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패방지법 제정과정에서 부패방지위원회의 수사권은 누락되었다. 결국 부패방지위원회는 자신에게 접수된 부패행위를 조사할 권한이 없고 이를 관계기관에 이첩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면에서 부방위는 ‘반쪽짜리’ 사정기관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부패방지위원회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조직은 아니다. 부패방지위원회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고발권과 재정 신청권, 재조사 요구권을 갖고 있다. 비록 부패방지위원회가 수사권을 행사하여 능동적으로 부패를 적발· 처벌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기존의 사정기관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 이러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통해 사정기관의 견제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이나마 권력층에 대한 부패를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패방지위원회가 사정기관의 ‘야당’이 되어 기존의 사정기관의 임무해태를 견제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소신껏 개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현재 부패방지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위원들 개개인의 의지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9명의 위원 중 6명의 위원이 법조 출신이라는 사실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들이 자신의 ‘친정’을 상대로 소신껏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사정기관을 견제할 역할을 충실히 해 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부패방지 위원들은 이러한 의문이 한낱 기우로 끝날 수 있도록 직능 이기주의와 조직논리에 치우침이 없이 소신있게 부패방지위원회를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부패방지위윈회의 직원 구성에 있어 가능한 한 각 부처에서의 파견을 최소화하고 자체 직원을 임명하는 식으로 구성해야 한다.

4. 또한 부패방지위원회는 공익제보자의 편에 서서 이들을 보호하는 ‘수호천사’가 되어야 한다. 부패방지법 제정의 유일한 성과로 그동안 ‘법 밖에서 홀로 힘겨운 진행해온 공익제보자들을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꼽아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특히 부패방지위원회가 시행 초기에 내부제보를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공익제보의 정착의 성패가 달려 있다. 공익제보 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려면 부패방지위원회가 국가기관이 아니라 공익제보자의 편에 서서 제보의 진실을 밝히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제보 처리과정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타 부처의 비협조와 부처이기주의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패방지위원회는 무엇보다도 공익제보자의 신변을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단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에 대한 조사권을 적극적으로 발동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실무인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보상과 관련하여서는 보상여부와 범위를 결정하는 보상심의위원회를 공익제보제도에 대한 충분한 식견을 갖고 있는 인사들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보상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법의 적극적 해석과 적용을 통해 어렵게 도입된 공익제보에 대한 보상제도가 사문화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간기업의 공익제보자처럼 현행 법의 한계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여러 제도들을 조속히 개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계 기관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할 것이다.

5. 부패방지위원회는 정부 부처내 반부패정책을 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우리는 부패방지위원회가 이러한 권한을 소극적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제고하는 것이 부패청산의 주요한 열쇠라는 인식하에 각종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개폐할 것을 기대한다.

따라서 부패방지위원회는 출범 즉시 현안의 문제로 부각되는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을 요구하거나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정보공개법을 개악하려는 행정자치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정책 형성 목소리만이 부패방지위원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6. 국민적 기대로 출범하는 부패방지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해 부패척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참여연대는 부패방지위원회의 활동을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며 비판과 격려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끝.

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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