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3월 2022-03-01   742

[활동가의 책장]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활동가의 책장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 우리는 양동에 삽니다 |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 후마니타스 | 2021

양동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의 판자촌으로, 1960년대에는 집창촌과 여관, 여인숙 등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불량주거지’를 없애 미관 증진, 기능 회복하겠다는 명분으로 집단이주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철거에 주민들은 사회적 관계와 자원을 한순간에 잃고 말았다. 88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던 1981년, 양동 6지구 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철거민의 삶을 지운 그 자리에 힐튼호텔이 세워진다.

‘양동쪽방촌’이 위치한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양동 11·12지구 재개발은 한동안 진전되지 않다가, 2019년부터 다시 진행됐다. 그러나 쪽방촌 거주민들은 재개발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상당수는 쪽방 관리인과 소유주의 거짓말에 속아 적정 이주비도 보상 받지 못한 채 양동을 떠나야 했다.

역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록된다. 이 책은 양동 쪽방촌 주민 8인과 그 곁을 함께해온 활동가 2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넝마주이, 일용직근로자, 뱃사람, 중국집주방장 등 각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왔지만 이들은 서로 조금씩 닮아있다. 가족에 대한 도리를 지키고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정작 어려움에 처할 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어쩌면 이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는 동정과 안도라는 자만을 일깨울 수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지녀야 할 것은 존중과 연대의 의지다.

쪽방촌 재개발 상황을 지켜보며 강제철거 방식이 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과거처럼 쫓겨나지 않고 정착해서 살기 위해 ‘양동쪽방주민회’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주민회가 공공이 개입해 보편적 권리로서 주거권 보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서울시는 새로운 주거공간을 마련해 쪽방촌 주민들을 우선 이주시킨 뒤 철거·공사를 시행하는 ‘선이주, 선순환’ 대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민회는 지금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정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쪽방 주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도심 개발 계획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기를 바란다.


글 김경희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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