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11월 2022-10-31   658

[특별사서함] 편지쓰기 캠페인 독자사연 공모작

편지쓰기 캠페인 독자사연 공모작

생각만 해도 따스한 미소가 나오는 의숙 샘께.

샘~안녕하세요? 새삼스럽게 인사를 하려니 조금 쑥스럽기도 하네요. 하지만 요즘 안녕하시냐는 말은 아주 소중한 말인 것 같아요. 전에는 습관적으로 하던 말인데 ‘아무 탈 없이 편안한 것’이 무척 힘든 요즘이잖아요. 올해 이 학교로 옮기면서 아는 사람은 적고 낯선 이들이 많은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그럴 때 샘을 만나게 되었어요. 지금도 기억납니다. 2층 상담실 앞 복도 음수대에서 물을 받고 계셨던 샘이랑 눈이 딱 마주쳤을 때 샘이 저에게 “차 한잔 하시겠어요?” 말 걸어주셨죠. 그 말로 우리의 인연이 시작된 것 같아요. 학교 현장에서 여러 일들로 답답할 때, 속상할 때, 때로는 아이들로 행복할 때 그럴 때 제가 있는 4층 교실에서 샘이 있는 2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참 좋았어요. 샘과 얘기 나누면서 존재만으로 존중받는 느낌, 온몸으로 경청하는 샘의 모습을 보고 참 많이도 위로받았습니다. 그 힘으로 다시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나고, 나를 만나고, 가족을 만나고, 보호자들을 만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의숙 샘 참 많이 고맙습니다!

어머님, 은옥이에요.

올해는 참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연초에 어머님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믿을 수 없어서 몇 번을 되묻고 왈칵왈칵 눈물이 났어요. 정작 어머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 보이셨는데 제 머릿속엔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제 걱정과 달리 어머님은 씩씩하고 꿋꿋하게 치료를 받으셨고 암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땐 모든 신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괜찮아지나보다 싶어 안도했는데 전이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아버님도 암일지 모른다는 소식까지 겹쳐 가족들 마음이 심란한데 이럴 때일수록 머리에 좋은 생각을 가득 채워야겠죠. 올해는 단풍이 예쁘게 물들 거라고 해요.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어머님이 주신 분홍색 등산복 입고 우리 단풍 보러 자주 가요. 금방 다시 건강해지셔서 ‘그땐 그랬지’ 하고 이야기할 시간이 올 거예요. 밥 많이 드시고 잠 푹 주무시고 주말에 봬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6학년 3반 학생들에게.

코로나로 지난 3년을 힘겹게 보내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6학년 3반 학생들. 그동안 마스크 쓰고 수업하고 생활하느라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 주어서 고마워요. 지난번 찍은 졸업앨범 사진을 보았을 때 그 속에 너무 낯선 얼굴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한 교실에서 일 년 가까이 함께 생활했지만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만 익숙하다 보니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더라구요.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함께 보낸 1년 동안 우리가 나눈 마음만큼은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현재와 미래를 늘 응원할게요~ 사랑합니다.

함께 살아가자 결심했을 때 다짐했을 때. 나는 내심 불가능한 믿음을 가졌어. 삶을 나누며 겪는 여러 아픔들, 너의 아픔들이 나의 것일 수 있다는 언뜻 허황된 무엇. 사랑도 그랬지. 고통과 비탄, 괴로움, 서늘함도 그것의 모습이라 여겼지. “괴로우나 슬프나…”로 시작하는 싱거운 다짐들과는 분명 다르리라고. 내쉬듯 뱉어지는 흔한 말과는 다를 것이라고. 네가 아프다는 사실 앞에 서게 되었어. 그때의 다짐들을 곱씹어 삼키고 있어. 함께 산다는, 그래서 기쁘지 않은 것들도 기꺼이 마주하겠다는 다짐. 우리는 ‘우리 안’에 번지는 아픔들을 충실히 손에 쥐자. 책임지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서로에의 책임을 소홀히 여기지 말자. 두려움 가득한 시선을 애써 거두지 말자. 아늑함 뒤에 따라오는 허허함을 피하지 말자. 닥쳐올 따끔함을 두 다리 깊이 묻고 서서 견디어내 보자. 작을 아픔을 앞두고 다짐을 우리에게 다시 보내며, 건우.

※ 편지쓰기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보내주신 편지는 소중한 이들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참여사회」 편집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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