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1-07-03   1513

부패방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즈음한 성명

국민 염원에 턱 없이 부족한 함량미달 부패방지법종합적 부패방지 입법을 위한 시민운동은 계속된다

1. 국회는 6월 28일 오후 부패방지법을 의결했다. 공직자윤리규정, 특검제 등이 제외되고 내부제보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동 법안은 출석인원 268 중 찬성 135, 반대126, 기권7로 가결되었다. 부패방지법은 시민단체가 지난 6년간 추진해 온 법안이지만 오늘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환영할 수 없다. 이 법안은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이 염원하고 일관되게 요구해온 종합적 부패방지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2. 세계 어느나라건 부패방지법이라 불리우는 법안은 공직자윤리규정을 정한 법이지만 오늘 통과된 법안에는 공직자윤리규정이 제외되어 있다. 법사위는 관련 규정을 부패방지법에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해당 상임위(행자위)에 공직자윤리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기로 하였으나 구속력을 가지기는 힘든 형편이다. 여당 원내총무 또한 이를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포함시키겠다고 구두 약속했으나 당론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부패방지법은 공직자윤리법을 세세하고 철저하게 개정하여 이를 종합적 부패방지법으로 통합일원화하자는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공직자윤리규정을 넣지 않은 것은 해묵은 숙제를 비껴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3.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독립적 수사가 부패추방에 있어 핵심적 사항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부패방지법은 고위공직비리수사의 독립성 보장책과 관련 ‘부동의 국민적 합의’라 할 수 있는 특별검사제를 결국 제외하고 말았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있어서의 중립성 시비는 “부패방지위원회에 고위직비리에 대해 직접 고발하도록 하고 재정신청권을 부여”하는 등의 부분적 권한을 준다해서 해결되거나 상쇄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검찰의 해묵은 문제점인 기소독점주의와 정치적 종속을 해결하는 것이며, 따라서 마땅히 검찰의 기소독점을 폐기하고 기소권을 이원화시킴으로써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검찰과 중립적 특별검사간 선의의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일반 부패사범에 대해서는 재정신청권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해서는 마땅히 정치적 조직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방안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특별검사제가 제외된 부패방지법안은 반쪽자리 법안에 다름 아니다.

4. 통과된 부패방지법은 공익제보자 보호제도 등 진전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공익제보자 포상 및 보상 규정, 공직자 및 민간인 제보자까지 보호, 보복행위에 대한 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권의 제한적 인정 등 몇몇 핵심적인 내용이 시민단체와 일부 개혁적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의해 포함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보복행위에 대한 입증책임 문제, 보복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 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고의적 허위신고’에 대해서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가중처벌을 하도록 해 온갖 외압을 딛고 실명으로 비리를 제보하는 이들을 부당하게 옭아맬 위험이 제거되지 않고 온존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32명의 개혁적 의원들이 본회의에 상정한 수정안에서도 그 보완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반영되지 아니하였다.

5. 결론적으로 법사위 통과된 부패방지법안은 그 동안 쟁점화되어온 공직자윤리규정, 특검제 등을 수용하지 않고 공익제보자보호장치와 관련해서도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절반만 수용한 미흡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은 부패방지법이라기보다는 ‘약화된 공익제보자보호법’이며 권한이 매우 제한된 부패방지위원회로 하여금 공익제보자 보호와 부패방지 정책조정의 과중한 임무를 감당하도록 한 ‘기형적이고 실효성이 의심가는 시도’라 할 것이다. .

6. 한편 우리는 부패방지법 논의과정에서 드러난 여야 정치인들의 무책임과 무소신, 당리당략적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시민단체가 주장했던 것과 똑같은 ‘종합적 부패방지법’을 공약하고 발의까지 했던 민주당은 4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당론 수정 끝에 지금의 옹색한 누더기 법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특별검사제와 공직자 윤리규정을 도입하겠다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바꾼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야당 역시 특별검사제를 정략적으로 주장했을 뿐 온전한 부패방지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고 정작 특검제 표결과정에서도 3명의 의원이 불참하는 등 성의없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종합적인 부패추방 대책을 요구해온 국민적 합의에 걸맞게 의원 개개인이 국민의 대표로서 소신껏 투표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민단체가 제안한 ‘기명표결 및 크로스 보팅’도 여야 의원들과 각당 지도부, 그리고 국회의장에 의해서 하나같이 거부당하고 말았다. 그 결과 여야 국회의원들은 철저히 당론의 그늘에 숨어 자신의 무책임과 무소신을 감출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이번에 통과된 부패방지법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부패방지법과 한 쌍을 이루는 돈세탁방지법의 논의 과정에서는 더욱 극단적이고 파행적인 당리당략적 태도가 노골화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돈세탁방지법의 경우는 국제기구에서 6월말까지 입법화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여론에 밀려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안 자체가 무력화되어 가고 있고, 언제 통과될 지 여부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7. 우리는 이러한 함량미달의 법안의 통과를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는 이 법안이 발효되는 즉시 곧바로 개정운동에 돌입할 것이다. 우선, 민주당 이상수 원내총무가 약속한 공직자윤리법 개정 약속을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당초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가 부패방지법안에 포함시키고자 했던 공직자윤리규정을 조문화한 공직자윤리법안을 국회에 즉각 입법청원하는 한편, 공익제보자보호 관련 제외된 핵심사항과 특별검사제를 포함한 부패방지법 개정안 역시 동시에 입법청원할 것이다. 아울러 협소한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좌초된 돈세탁방지법의 온전한 제정을 위해서도 우리의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종합적 부패방지시스템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그런 제도가 아니다. 국가생존을 위한 선택이고 위기를 맞은 우리사회 재건의 필수전제이다. 제대로 된 부패방지대책을 위한 시민운동은 중단 없이 계속된다.

2001년 6월 29일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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