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2-10-09   3135

[반부패정책 브리핑 자료]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의 문제와 그 해결방향

1. 왜 고위공직자들의 이해충돌문제가 중요한가?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장이 될 수 없다”는 로마시대의 격언처럼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공직과 개인적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 공직자의 청렴성과 중립성이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공직자는 그가 수행하고 있는 직무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사적 이익을 버리든가의 양자택일(兩者擇一)을 해야한다.

이해충돌문제(conflict of Interests)의 중요성은 이해충돌의 가능성 그 자체는 부패행위가 되지 않지만, 이로 인해 결국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인 공정성과 공평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부패를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충돌하에서의 직무의 수행은 명백하게 형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의사결정이나 정책결정에 있어 소위 “정직한 부패(honest graft)”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공직사회의 비리는 외부에 의해 쉽게 포착되는 외형적 범죄보다 공직 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 관계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부당한 의사결정이나 알선·청탁 등의 이권 개입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서 이를 적발하고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고 이러한 어려움은 일반적으로 하위직보다는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가중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국가들은 일찍부터 공무원의 사적이익과 공익이 충돌할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익충돌과 관련된 여러 법규들을 제정·활용해왔고 그 결과 이익 충돌의 방지 및 해소는 여러국가의 공직윤리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2. 최근 한국에서의 이해충돌의 사례와

현행제도의 문제점

(1)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의 사례

①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금진 유통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수협)가 입찰 경쟁관계에 있던 금진유통의 사실상 소유자로 국정감사 과정에서 경쟁상대인 수협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결국 노량진수산시장 인수를 포기하도록 만들고 이후 금진유통은 단독으로 수의계약 의향서를 제출하는하였음, 이로 인해 주의원은 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경제적 이권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음.

※ 주진우 의원외에도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역 국회의원 273명 중 129명이 겸직을 신고하였고, 이중 24명이 겸직 사항과 이해관계가 있는 상임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아울러 17명의 국회의원은 자신의 전직과 이해관계가 있는 상임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음.

② 자신의 상임위와 유관한 업체의 주식을 소유한 경우. 93년 이후 현재까지 국회의원 재산등록사항을 분석한 결과, 주식을 소유한 의원이 총 87명이었고, 1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41명이었음.(신고 가액 기준) 이중 9명은 자신의 상임위와 유관한 업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의정활동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주식소유 업체의 이해를 대변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 미국에서는 지난 97년 샌디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그의 정책결정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그가 보유한 아모코사의 주식을 팔라는 백악관의 주식매각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로 벌금형을 받은 사례가 있음.

③ 최근에는 정몽준 후보의 현대중공업의 지분처리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음. 정 후보는 지난 9월 17일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대 중공업 지분의 처리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출마 및 공직 임기 동안 신탁업법에 근거해 공신력이 높고 경영구조가 투명한 금융기관에 위탁하여 의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수탁 은행이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음. 이에 대해 현중 지분을 계속해서 보유하는 경우 대통령의 정책결정과 집행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

(2) 이해충돌을 규제할 현행법 규정

공직자윤리법에는 공무원의 제척이나 회피, 직무외 소득 및 취업제한 등 이해충돌문제에 대한 규정이 없음. 다만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헌법 제46조 제1항(청렴의 의무) 및 제3항(이권운동의 금지), 국회법 제 29조(겸직신고의무), 제155조 제2항 제1호, 국회의원윤리강령 제2, 3항 등을 위반한 것이며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 제13조(제척과 회피)등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경우도 이러한 규정의 위반을 적발하고 징계할 윤리특위의 유명무실한 활동으로 인해 규정 자체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짐.

※ 16대 국회 들어 국회 윤리특위는 간사선임을 위해 한차례 회의를 개최했을 뿐 특별 한 활동이 없는 개점휴업상태임

3. 이해충돌해소를 위한 기본원칙과 각 국의 제도

(1) 4가지 기본원칙-제척, 박탈, 이익균형, 이해관계의 공개

이러한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은 60년대부터 다음의 4가지 원칙에 근거하여 각종 제도를 만들어왔음. 4가지 기본원칙은 제척(recusal)과 박탈, 이익균형(balance of Interests)과 이해관계의 공개(disclosure) 등이다.

제척은 이해관계를 지난 공직자를 이익충돌을 야기하는 공적역할에서 제거하는 것임. 박탈은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로부터 충돌을 야기하거나 야기할 우려가 있는 이해관계를 제거하는 것임.

이익의 균형은 집합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개입시켜 어느 한 이익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임. 공개는 말 그대로 이해관계를 모두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이 공직자의 판단뿐 아니라 동기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임.

이러한 원칙하에 각 국은 60년대부터 공직자윤리법을 제정 혹은 개정하여 공직자의 겸직 및 영리 활동 금지, 업무외 소득 및 취업 제한,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 등을 신설하여 이익충돌이 야기하는 공직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음.

(2) 외국의 사례 – 미, 영, 독 캐나다

① 미국의 경우, 상원 윤리규정 제37조(이익의 충돌)는 12개항에 걸쳐 상원의원의 이익 충돌과 관련한 준수사항을 세세히 명기하고 있음. 특히 보수를 받고 “상사, 조합, 협회, 또는 회사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또한 “기업, 조합, 협회 또는 회사에 자신의 성명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 (미국 연방상원 윤리규정 제37조의 5)

하원 윤리규정 제47조(원외소득의 제한)는 아예 원외소득을 제한하고 있는데, 하원 직원은 “기본급년액의 15%를 초과하는 원외소득을 당해 연도에 얻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 하원도 상원과 마찬가지로 “기업, 조합, 협회, 회사 기타 법인체의 구성원이 되거나 이에 채용됨으로써 보수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 역시 금지하고 있음

② 영국의 경우, 1972년 5월 22일 하원에서 “각 의원은 자기의 이해관계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고하지 않으면 안되며, 또한 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모든 변경사항도 등록관에게 통지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결의하였음.

이에 따라 모든 하원의원은 등록관에게 “보수를 받는 겸직, 편의를 제공받은 자, 해외여행, 토지 및 자산” 등을 세세하게 작성한 “이해관계등록부”를 제출하여야 함.

③ 독일의 경우, 연방의원법률(Abgeordnetengesetz) 44조(행동준칙)를 통해 의원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항, 즉 “최저금액 이상의 수입 및 기부금” 등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음. 특히 독일연방의원에 대한 직무규정 부칙 제2조(변호사) 1항은 “법원 안 또는 법원 밖에서 유상으로 변호하는 연방의원은 그 대가가 의장이 정한 최저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의장에게 수임사항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음.

※ 우리나라의 경우, 현역 의원 중 많은 수가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그들이 사건수임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또 의원 신분을 활동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④ 캐나다의 경우, 통제재산제도를 통해 이해충돌을 규제하고 있음. “통제 재산”이란 정부결정이나 정책에 따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재산을 의미하며 이의 구체적인 범위는 각 부처 및 기관에서 별도로 정함. 단 투기의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주식 등은 부처나 기관에 관계없이 통제재산에 포함시킴.

공직자는 이러한 “통제재산” 목록을 담당 공직자 윤리담당관에게 제출하고 이러한 통제재산은 친분 없는 제 3자에게 매각하거나 블라인드 신탁을 통해 포기할 수 있음. 공직자는 통제재산의 포기를 입증하는 문서를 윤리담당관에게 기밀로 제출해야 하고 윤리담당관은 통제재산의 실질적 포기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함. 공직자는 이 규정의 준수를 회피하기 위한 통제재산을 가족 구성원이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서는 안됨

4. 블라인드 트러스트 (Blind Trust, 백지위임신탁)

-고위공직자의 주식보유와 관련된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1) 블라인드 트러스트 도입의 배경

고위 공직자의 주식보유와 관련된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가 블라인드 트러스트(백지위임신탁)제도임. 현재 미국의 법령은 내부자 거래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직자들의 주식투자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음. 다만 보유한 주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판단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음.

먼저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는 매년 의무적으로 그 상황을 공개하고 이에 대해 정부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함. 그 결과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정부윤리위원회는 해임요구를 비롯한 이해충돌 해소장치를 권고하게 되어 있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 공직자는 일정한 조건 하에서 형사 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등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여 상당히 엄격한 규제가 있음.

블라인드 트러스트는 의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직자들이 블라인드 트러스트를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까다로운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임. 실제로 블라인드 트러스트를 이용할 경우 일년에 약 5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함. 하지만 공직자들은 이 비용을 그다지 개의치 않는 분위기. 그렇게 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규제의 사슬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을뿐더러 개인적 이해관계에 발목잡혀 국가정책결정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언론의 비판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임.

(2) 블라인드 트러스트의 요건

미국의 정부윤리법(78년)과 윤리개혁법(98년)은 연방공무원에게 세세한 재산의 등록 및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등록된 재산을 심사하여 소득과 담당업무간의 이해충돌을 판단함. 그 결과 등록의무자가 법령을 위배하고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등록의무자에게 법률준수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기한 내에 할 것을 요구함. 이러한 요구에는 “권리박탈, 반환(손해배상), 백지위임신탁의 설정, 자발적인 전직, 전임, 재배치, 해임요구 등 적절한 조치 “등이 포함되어 있음.

블라인트러스트는 이러한 ‘적절한 조치’중의 하나임.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자신의 재산(특히 주식)을 신탁한다고 해서 블라인드 트러스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임. 블라인드 트러스트는 다음과 같은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킬 때만이 인정될 수 있음.

첫째 공직자는 우선 자신의 공직과 무관한 사람이나 법인을 수탁자로 지명해야 함. 수탁자는 양도나 매각에 있어 신탁자로부터 어떠한 허가를 받아야할 필요가 없으며 그와 협의하거나 그에게 통지할 필요도 없음.

둘째 수탁자는 매분기마다 신탁인에게 현재의 자산상태를 요약한 보고서를 제출할뿐 신탁의 지분이나 소득의 출처에 대해 어떠한 보고도 해서는 안됨. 이는 신탁자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관계에 대해 알지 못함으로써 (이해관계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blind라는 것임) 자기의 재산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입안이나 법집행을 할 수 없게 하여 이해충돌을 해소하겠다는 것임.

셋째 신탁인은 수탁인과의 대화는 오직 서면으로만 가능함. 서면대화를 하는 경우에도 돈이 필요하니 일반 자산을 매각하여 현금으로 만들어 주시오 등등 극히 제한적인 요구만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음. 또한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자산의 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음.

마지막으로 백지위임신탁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공직자의 감독윤리기관에 의해서 승인을 받아야 함. 이 승인을 통해 공직자와 수탁자와의 관계가 특수 관계인지 여부,맡겨진 자신의 상태가 신청서류와 일치하는지 등 의 심사가 진행됨.

(3) 블라인드 트러스트 이용사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미국에서의 백지위임신탁의 이용 사례는 다음과 같음. 빌 클린턴 대통령은 Paul Rudman Trust Company와 백지위임 신탁을 맺었다. 이 회사가 클린턴 몫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종목이나 채권종목은 규정에 따라 클린턴에게 보고되지 않는다. 클린턴의 98년도 세금정산보고서를 보면, 50만 4천1백9달러를 벌어 8만9천9백51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되어 있음. 이 중에는 신탁자산에게 발생한 이자와 배당금 그리고 금융자산의 가치에서 비롯된 소득까지 포함되어 있음. 그러나 이 항목은 신탁회사가 요약해준 보고서를 세무서에 그대로 신고한 것일 뿐임.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도 재식시 Northern Trust와 백지위임신탁을 체결하였다. 이외에도 앨런 그리스펀 FRB 의장, 로렌스 서머스 현 재무장관등 고위공직자들이 각각 신탁회사와 백지위임 신탁계약을 맺고 있음.

5. 결론

청렴하고 독립적인 공직사회의 의사결정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초석.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이미 선진국가들은 이를 위해 이해충돌에 관한 세부 규정과 이를 규제하기 위한 각종 제도들을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음. 또한 대선과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대통령이 추진해야할 우선 과제로 부패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건설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음.

우리나라도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로부터 발생하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급히 이해충돌방지에 대한 규정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 그리고 대선후보들은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라도 자발적으로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솔선수범하여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고 할 것임.

맑은사회만들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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