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01-11-20   1355

‘한시적 특검제’ 합의는 국민기만 행위

국민의 뜻과 특검제 실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보다 진전된 특검제가 되어야

1. 정치권이 이용호씨 주가조작 사건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제 협상에서 ‘특검제의 제도적 상설화’가 아닌 ‘한시적 특검제 도입’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특별검사의 임명방식, 권한, 수사기간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합의는 우선 특검제 상설화를 요구해 온 국민의 바람과 정치권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있어서도 과거 특검제의 한계와 시행착오를 평가하고 그 문제점들을 개선하려하기 보다는 정치적 타협이 우선하고 있어 특검제가 바라는 소기의 성과를 온전히 거둘 수 있을지 우려를 갖게 한다.

2. 무엇보다 특검제를 이용호 사건에 한해 일회적으로 도입한 것은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종전 주장을 뒤집는 파렴치한 행위이자, 정치권 스스로 특검제를 정치공방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시절 상설특검제를 적극 주장한 바 있으며, 한나라당 역시 이용호 특검이 한창이던 지난 9월 특검제 상설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약속을 뒤집은 것은 검찰권 장악에 대한 유혹을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거나 이미 집권을 기정사실화하는 오만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특검제 상설화의 의미는 검찰이 정치적 독립을 지키기 어렵거나, 검찰 스스로가 관련됨으로써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한 사건에 대해 국회의 의결을 통해 언제라도 특검제를 실시하도록 법안을 일반법으로 제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자는 의미 외에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권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일반화된 우리 현실에서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미 검찰의 기소독점은 그 의의가 다하였으며, 따라서 검찰 기소독점제의 폐단을 보완할 수 있어야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특검제 상설화 요구는 단지 주장이나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검찰을 가장 검찰답게 운영하기 위한 보완적 제도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이미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일반국민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들 역시 특검제 상설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4. 그리고 과거 특검제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평가는 다시 새겨볼 만한 것이다. 옷로비 특검팀은 “특검에 의한 수사는 종전에 수행되었던 수사가 재조사되고 담당검사가 피의자의 지위에서 수사를 받게 됨으로써 일선수사검사가 수사를 그르치면 나중에 특검에 의하여 소환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함으로써 소신껏 수사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이같은 일회적인 상황을 특검을 상설화 해, 지속적이고 제도적인 효과를 늘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특검 상설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평가를 모를 리 없는 정치권이 한시적 특검제에 합의한 것은 특검제를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검찰독립의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게 한다.

5.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특검제의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도 의문을 갖게 한다. 우선 수사대상을 이용호 사건의 주가조작과정·관계로비의혹, 검찰의 비호의혹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추가로 드러나는 범죄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명료하지 않다. 또한 지난 특검제가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점을 상기한다면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된 사건의 수사 및 소추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증,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 및 증인협박을 수사하고 소추하는 권한을 포함시켜야 효율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6. 특검의 수사진행상황 공표금지 역시 국민의 알권리와 관련해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이번 합의 내용은 1회에 한해 공표를 허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특검수사가 공중의 관심으로부터 법률적으로 차단된 채 진행됨으로써 권력기관이나 이해관계인의 압박으로부터 팀조직을 방어하기 쉽지 않은 점과 오히려 국민의 지대한 관심이 독립적이고 강력한 위상을 견지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특검팀의 구성시한을 10일로 한 것은 일정한 체제를 갖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일만한 결합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너무 짧다는 것과, 특검수사팀의 특별수사관이 사법경찰관의 직무만을 수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조서작성이나 공소유지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입법상의 착오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7. 이와함께 특검팀의 인적 구성과 관련한 몇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특별검사를 누구로 임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검사 출신인 경우 현직검찰에 대한 비판정신보다는 의리나 우호심이 더 앞서서 오히려 강력한 수사를 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염려가 있으며 변호사, 판사 출신은 직접적인 수사경험이 부족하고 신속, 적절, 강력한 수사활동의 추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출신의 특별검사가 검찰을 조사하는 것이 우리 풍토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특검은 기존 검찰의 수사내용을 재수사하거나 검찰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를 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검사파견의 문제이다. 수사의 전문성, 실무적 또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도움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일부의 견해가 있으나 특검팀에 좀 더 중요한 것은 오히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직검사의 파견은 금지해야 할것이다.

8. 다시 강조하지만 특검제가 독립적인 수사를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과 검찰의 기소권견제를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일반법으로 제정, 즉 상설화 되어야 한다. 특검제의 실효성과 한계에 대한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제도적 대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상설적 특검제의 제도적 바탕위에 오히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특검의 임명절차, 수사대상, 직무범위와 권한, 수사기간 등에 관한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실제 특별검사제는 그것이 독립된 상설기구로 탄탄한 조직과 인력과 권한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이 특별검사제를 제자리에 갖다 놓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지혜를 다 모아야 한다. 따라서 정치권은 법안제정 과정에서라도 지난 특검제의 경험과 평가를 청취하고, 법조계 및 시민단체의 의견을 청취, 반영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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