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주장에 대한 성명

민주적 의견 수렴은 대법원의 정당성 확보의 전제조건

1.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주장은 개탄할만한 것이다. 이번 대법관 후보자 제청파문은 법원개혁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대법원이 외면하면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법원내외부의 비판을 ‘고유권한 침해’, ‘무책임한 행동’ 등으로 호도하는 것은 대법원이 권위주의의 잔재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는 대법관 후보 제청권이 헌법상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임을 부정한 바 없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이 그 권한 행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사퇴와 성명서 역시 항의의 정치적 표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2. 그리고 사법과정 혹은 사법행정에 감시와 비판을 통해 참여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이 행정부, 입법부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의 독립일 수 없는 점 역시 분명하다. 민주사회에서 대법원도 다양한 의견의 제시, 비판과 반비판 등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더구나 사법심사의 최종 판단주체로서, 인권수호의 최후보루로서 대법원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대법원의 구성과 대법관 선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우리사회가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리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사법권 침해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이 법원 내, 외부의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로부터 귀를 막고 있는 태도야말로 오히려 반민주적인 것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3. 대법원은 또한 시민사회와 법조계, 학계 등에서 의견을 모아 제시한 대법관의 기준 등이 “현재의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에 따른 현실적 제약 때문에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애로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법원이 보다 상세하고 납득 가능한 설명은 빠져있다.

아울러 대법원은 “헌법재판관의 경우 소수자 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인선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있어 대법원의 중요성이 결코 헌법재판소에 미치지 못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대법원의 판결이 국민생활에 훨씬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납득할 수 없는 설명이다.

자칫 이런 해명이 대법관 후보자 제청파문을 무마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현안이 되고 있지 않은 헌법재판관을 거론한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4. 이번 대법관 제청은 같은 법조직역내에서도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와 변호사 직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자문위원이 사퇴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제는 100여명이 넘는 소장판사들이 제청의 재고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들의 행동이 무책임한 집단행동으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 법원개혁에 대한 절박함 앞에 대법원의 구구한 해명보다 이들의 목소리가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를 대법원은 직시해야 한다. 끝.

사법감시센터

3408_f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