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3월 2015-03-02   1737

[특집] 한국 핵발전소,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다

특집 원전, 이제는 멈출 때

 

 

한국 핵발전소,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다1)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우리나라는 이미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최고인 나라다.2) 좁은 국토에 핵발전소(또는 원자력발전소, 원전) 용량이 많다는 의미인데 인구밀도까지 높다. 2013년 말 현재 23기(20,716MW)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데 작년 11월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운영허가를 받은 신월성 2호기(1,000MW)가 오는 7월에 상업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100기, 98,560MW), 프랑스(58기, 63,130MW), 일본(50기, 44,215MW), 러시아(33기, 23,643MW)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많은 핵발전소 보유국이다3). 개수와 용량으로는 다섯 번째이지만 상대적으로 좁은 국토에 많은 핵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어서 밀집도가 세계 최고인 셈이다. 

 

특집-표1

2014년 1월 8일 현재 운영 중인 핵발전소 현황

출처 : 한국수력원자력(주) 홈페이지 http://khnp.co.kr/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최고에 지진 가능성 높아

핵발전소 개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핵발전소 밀집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의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노심용융원자로의 노심에 있는 핵연료가 과열이나 이상으로 내부의 열이 급격히 상승하여 연료 집합체 또는 노심 구조물이 용해, 파손하는 것을 가리키는 현상과 같은 중대사고는 미국, 러시아, 일본과 같이 가동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순서대로 발생했다4). 핵발전소 중대사고가 발생한 나라들이 국토 면적이 넓고 핵발전소 주변 인구밀도가 낮았던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원전주변에 인구가 밀집해 있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리원전 주변 30km 내에 342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다5).

2014년 말 현재 운영 중인 23기 원전은 고리·신고리 원전에 6기, 월성·신월성에 5기, 한빛(구 영광)에 6기, 한울(구 울진)에 6기이다. 월성 원전 1호기는 지난 2012년 11월 20일에 30년 설계 수명이 다했지만 수명연장 심사 중에 있다. 건설 중인 원전은 2013년 말 97.2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신고리 3, 4호기와 운영허가를 받은 신월성 2호기, 공정률 50.9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신한울 1, 2호기 등 5기이고 계획 중인 원전은 신고리 5, 6, 7, 8호기와 신한울 원전 3, 4호기다6). 

부산과 울산, 경주를 이은 고리, 월성 동해안 일대에 총 18기의 원전이 가동예정이며 이 인근에 4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 있다. 핵발전소도 집중되어 있고 인구밀도도 높은 고리와 월성 원전 인근에는 지진발생의 원인이 되는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되어 있다. 지질학계에서는 4기 단층을 활성단층Active Fault이라고 지칭한다. 읍천단층과 수렴단층은 원자력산업계에서도 인정하는 활성단층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이다. 이들은 각각 월성 원전부지에서 2km, 5km 떨어져 있어서 월성 원전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활성단층이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진 재현주기 4,800년에서 지진가속도는 0.27g가 예상된다. 하지만 고리와 월성 원전의 내진설계는 0.2g이며 신고리 원전 3, 4호기부터 내진설계 0.3g로 건설 중이다. 발생 가능한 지진에 견디는 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가동 중이다.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지진원별 지진위험도(재현주기4800년) 

출처 :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 지도 제작, 2012.10, 소방방재청

 

 

핵발전소 겹겹이 안전장치, 그래도 중대사고 발생

핵발전소 사고결과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노심용융과 격납건물 파손으로 인한 방사성물질 유출과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핵발전소는 설계되어 있다. 핵연료를 세라믹펠렛으로 1차적으로 밀폐시켜서 1차 방호벽을 구축하고 연료 피복관을 열과 방사선, 부식에 강한 지르코늄 합금으로 밀폐시켜서 2차 방호벽을 구축하고 있다. 원자로 용기는 경수로의 경우 20~25cm의 강철로 3차 방호벽을, 원자로 건물 내벽에 격납용기 역할로 3~6cm의 4차 방호벽을, 원자로 건물 외벽으로 120cm의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로 5차 방호벽을 구축하면서 핵연료를 밀폐해서 감싸고 있다. 또한 중대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는 같은 기능을 가진 설비를 2개 이상 중복으로 설치하는 ‘다중성’과 한 가지 기능을 달성하기 위하여 구성이 다른 계통 또는 기기를 2가지 이상 설치하는 ‘다양성’, 2개 이상의 계통 또는 기기가 한 가지 원인에 의하여 기능이 상실되지 않도록 물리적, 전기적으로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는 이러한 5중 방호벽과 안전장치가 동시에 무너져서 결국 중대 사고에 이를 확률을 계산해서 핵발전소가 얼마나 안전하게 가동될 수 있는 지를 수학적, 공학적으로 보여주는 평가방법이다. 2004년에 일본 경제 산업성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서 노심용융이 발생할 확률이 31,000,000원자로·년에 1회이며 격납용기가 파괴될 확률은 100,000,000원자로·년에 1회라고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를 했다. 수십 년의 가동연수를 가지는 원전이 수천 만 년에 1회의 중대사고가 발생한다고 평가한다는 것은 원전에서 중대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전에는 ‘안전 신화’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류는 핵발전소를 사용한 지7) 60년 동안 6기의 원자로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다8).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핵발전소 설계 정합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시공과정에서 설계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심사에서 국민안전을 심의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수명이 끝난 원전에 최신기술기준 평가를 해야 한다는 법조항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기한 사업자는 물론 규제기관조차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적합’ 하다고 했다. 비용을 받고 원전사업자의 신규원전 부지를 선정하는 위원회에서 활동해서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8개월 동안 신규원전 운영허가, 경주 방폐장 사용 승인 등에 표결로 참여했다. 지금 한국의 원전은 심각한 위험 위에 놓여 있다. 

 

1) ‘한권으로 꿰뚫는 탈핵’에서 필자가 작성한 부분 중 일부를 발췌 수정한 원고입니다. 

2) 밀집도를 평방km 당 핵발전소 용량(kW)으로 보았을 때를 의미함. ‘2024년 한국은 ‘원전 밀집도’ 세계1위‘, 한겨레, 2011. 3. 28

3) IAEA database 

4) 최초의 노심용융 사고는 1957년 영국의 윈즈스케일 핵발전소 사고인데 영국은 미국, 구소련 등과 함께 초기 핵발전소를 집중적으로 건설한 나라 중의 하나였다.

5) 후쿠시마의 교훈 한국판 보고서, 그린피스, 2012.4

6) 상동

7) 원자로에서 전기를 최초로 만들어낸 원자력 발전소는 흑연감속 비등경수 압력관형 원자로를 사용한 소련의 오브닌스크 원자력 발전소로, 1954년 6월 27일 운전을 시작하였다.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는 마그녹스 원자로를 사용한 영국 셀라필드에 위치한 콜더 홀(Calder Hall) 원자력 발전소로, 1956년 10월 17일 상업 운전을 시작하였다. 위키백과

8) 1957년 영국의 윈즈스케일 원전 사고, 1978년 미국의 쓰리마일섬 원전 사고,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제1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3기의 원자로에서 노심용융과 폭발이 발생했고 1기에서 사용후 핵연료로 인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양이원영

학부에서 생물학과 화학을 공부했다. 1995년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학생환경운동을 끌었다. 1997년부터 환경운동연합 반핵운동 담당 간사가 되었다. 2005년에 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현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에서 일하고 있다. 핵발전소는 안전할 때 중단하는 게 가장 현명하고 경제적인 선택이며, 핵발전소 없는 한국이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다는 내용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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