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5월 2015-04-30   1264

[읽자] 존재 그 자체를 위한 돈, 기본소득

존재 그 자체를 위한 돈,
기본소득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사람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갖는 권리를 인권人權이라 한다. 인권의 범위와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는데, 대체로 확장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 법 앞에서 평등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신체, 사상,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런 권리 역시 한때는 소수에게만 허락되었고, 여전히 문자로만 존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훗날 당연하게 여겨질, 아직은 적지 않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새로운 권리는 무엇일까.

 

기본소득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자본주의를 넘어설 생태적 대안으로 논의되는 권리다. 기본소득의 취지를 알리고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이렇게 정의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어떠한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입니다.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으로 정기적으로 지급하며 교육, 의료, 주거, 보육, 노후 등의 보편 복지와 함께 합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기본소득 30문 30답 가운데 http://basicincome.kr/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보장받는 소득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매달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반가운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마다할 이유는 마땅치 않고,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소득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유 없는 돈은 없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는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에서 주식회사의 주주가 일하지 않고 주식을 갖고만 있어도 배당을 받는 것처럼, 사회에서 살아가는 국민·주민·유권자 같은 지위로부터 배당 같은 것을 받을 수 없을지 되묻는다. 특정한 계층에 시혜나 조력을 베푸는 사회복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적극적 권리로서 기본소득을 이해하자는 제안이다.
더불어 기본소득이 성장 중심의 사회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라 말하는데, 돈의 속박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진다면 돈에 얽매인 삶을 새롭게 사유할 가능성이, 사회가 자본의 작동 원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자연스레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기본소득은 인간뿐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일이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 21세기 지구를 뒤흔들 희망 프로젝트

앞선 책에서 기본소득의 사상적 배경과 현실 사회에서의 실천 사례, 기본소득이 가져올 변화와 한국에서 이를 현실화할 방안을 일별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남는다면 기본소득한국네트위크 운영위원 최광은의 『모두에게 기본소득을』을 살펴보자.
하승수의 책과 비슷한 흐름으로 기본소득의 의미와 필요성, 가능성을 차례로 설명하는데, 저자의 논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부분이 세밀한 이해를 돕고, 장애인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염두에 둔 기본소득 정책에서는 구체적 실현 가능성을 살필 수 있다.
또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활동에서는 기본소득이 전 지구적 의제이고, 종국에는 지구에 사는 인간 모두뿐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데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책을 펴낸 박종철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시작으로 기본소득 총서를 발간하는데, 『기본소득의 쟁점과 대안사회』에서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의 논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기본소득 운동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에서는 이런 논점을 돌파하며 현실 정치에서 벌어지는 기본소득 운동의 실현가능성을 살필 수 있다.

 

 

19세기 노예해방, 20세기 보통선거권, 21세기 기본소득

 

 
조건 없이 기본소득

프랑스 좌파 지식인 바티스트 밀롱도의 『조건 없이 기본소득』은 현실 정치에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와 정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프랑스와 유럽 사회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익숙하지 않은 제도, 정당, 학자와 정치인의 이름이 연이어 나오지만, 1980년대부터 이어진 기본소득의 역사 속에서 이 개념이 얼마나 절실한지 확인하고, 꿈같은 이야기를 넘어 현실에서 어디까지 적용이 가능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일을 균등하게 나누고, 자유 시간이 가장 큰 부가 되며, 무상이 기본이 되고, 심지어 기본소득도 필요 없는 사회, 이것이 바로 평등사회”라 주장한다. 아직 완전하게 실현된 적이 없으니 유토피아적 제도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현실적인 제도는 아니라 말한다. 19세기 노예해방과 20세기 보통선거권을 돌이켜보면, 21세기 기본소득도 꿈이 아니라는 말이다. 19세기 흑인, 20세기 여성의 심정을 돌아보자. 이전의 고통과 억울함, 이후의 환희와 기쁨. 도전하고 실현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제 의심을 상상으로 바꾸자. 정당한 상상은 늘 현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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