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연말연시, 새해가 밝으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오른다. 정말로 1월 1일이 되면 12월 31일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매해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도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왜 어떤 이는 새해를 계기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는데, 나는 이전과 다르지 않은, 그래서 이전보다 나아지지 못했다는 자책에 빠지고 마는 걸까. 그럼에도 기대를 버릴 수 없는 건, 역시 새해가 전하는 긍정과 희망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 아닐까. 그러므로 2016년은 헛되지 않았고 2017년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즐기며, 이번에야말로 착각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을 굳게 품어 본다.

 

읽자-위대한멈춤

삶을 바꿀 자유의 시간 / 박승오·홍승완 지음 / 열린책들

 

전환기를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59초부터 시작하는 1초와 1월 1일 오전 0시 0분 0초에서 시작하는 1초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건 1월 1일이 몇 시간만 지나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오히려 12월 31일을 앞두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키려 다짐하는 시간, 그리고 1월 1일을 맞이하여 새롭게 세운 계획을 첫날부터 어길 수 없다며 마음을 다잡고 실천하는 시간을 함께 살펴볼 때 한 해가 바뀌는 전환기의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을까. 이렇게 전환기를 살피는 시선을 조금씩 넓히다 보면 삶의 더 많은 부분이 한 해가 바뀌는 순간에 모일 수 있고, 이렇게 바라볼 때에야 실제 삶과 어긋나지 않은 연말연시를 마주할 수 있겠다.

『위대한 멈춤』은 삶의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지는 전환기를 “실험과 성찰을 통해 내면의 가치관과 방향성이 달라지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단어는 과정이다. 흔히 전환기를 전환점으로 오해하여 인생의 항로가 확 바뀌는 순간을 찾고 또 그런 순간을 만들려 애쓰는데, 그런 전환점을 바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고 여겨지는 이들조차 전환점은 계기였을 뿐 전환기라는 실험의 기간을 거치며 비로소 다른 삶이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전환기를 성공하는 탐험으로 만들 도구 아홉 가지를 소개하는데, 독서, 여행, 취미처럼 익숙한 도구부터 공간, 상징, 공동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도구까지, 이를 적절히 활용한 삶의 장인들이 전하는 도구 사용법을 익히며 각자에게 맞는 도구를 찾아갈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 공부하다 스물넷에 시력을 잃었지만 이를 삶의 전환기로 바꿔낸 저자처럼 말이다.

 

읽자-인생의발견

우리 삶을 가치 있고 위대하게 만드는 28가지 질문 / 시어도어 젤딘 지음 / 어크로스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새로운 방법
새해가 되면 지난 일은 잊자고 말하곤 한다. 물론 말처럼 되지 않으니 자꾸 되뇌는 말이겠지만, 때로는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간의 흐름에 갇힌 인간의 숙명을 탓하기도 한다. 새해가 되면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나아지기를 바라곤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으니 자꾸 주문처럼 외겠지만, 대체로 아주 오래전보다는 오늘날이 훨씬 좋아졌다며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인간의 운명을 반기기도 한다.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그리고 그 안에 놓인 인간을 어떻게 연결 지을 때 역사가 풍부해지고 삶이 풍요로워지는 걸까.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역사학자 시어도어 젤딘이 전하는 『인생의 발견』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자.

이 책은 ‘삶을 가치 있고 위대하게 만드는’ 스물여덟 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탐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재미난 점은 역사학자답지 않게(?) 지나간 사람이 아닌 지금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주목한다는 점, 그리고 다수가 기억하는 사람뿐 아니라 대부분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도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도착한 사람들”로 상정하고, 이런 사람을 발견하는 일을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모험”이라 전제하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는 70억 개의 다른 빛과 1,000억 개(지구에서 살아간 사람의 수)의 다른 이야기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기억이 빈약하면 이전에 가본 곳 말고는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상상할 수 없다.”는 말에서 왜 매번 같은 목표를 세우고 같은 과정을 거치고 같은 자리에 다시 서게 되는지 깨닫게 된다. 나와 나의 기억에만 머무르며 삶의 의미를 쪼그라뜨렸기 때문이다. 스물여덟 개의 질문에 각자 답을 찾는 동안, 삶의 의미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희망과 세계에 대한 기대도 부풀어 오르지 않을까 싶다.

내가 고른 첫 질문은 “예측하려 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달리 미래를 생각할 방법이 있을까”다. 예측도 걱정도 귀찮다며 미래를 생각하는 일을 멀리하던 나에게 퍽 적절한 물음이다. 한국 사회에는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소울메이트의 부재를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를, 반기문 유엔총장에게는 “리더가 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무엇인가”를 권하고 싶은데, 내 목소리가 70억 개 가운데 하나로 전해질지 여전히 미심쩍긴 하다. 그래도 소망할 수 있어 즐거운 한때다. 드디어 새해, 2017년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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