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01-02월 2017-01-03   3759

[특집] 불평등한 시대,  청년이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

특집 1 _ 대한민국 새로고침

 

 

불평등한 시대, 
청년이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

 

 

글.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우리는 왜 촛불을 들었나
촛불시위에 담긴 에너지는 혁명적이었다. 이전 시기에는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던 많은 청년들이 일상에서 특권층의 부정부패에 대해 논하고, 주말에는 촛불을 들었다. 촛불시위의 과정 속에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평소에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옆자리 동료 직원이 알고 보면 지난 주말에 나와 같이 광장에 섰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일상의 곳곳에서 작은 광장들을 열어야 한다. 각자 촛불에 담았던 변화의 열망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토론과 행동을 이어갈 시간이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 되고 1주일이 지난 12월 17일, 서울시청 인근의 스페이스 노아에서 100명의 청년들이 모여서 시민평의회를 진행했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청년시민들의 표정에는 탄핵 가결의 기쁨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공존했다. 우리는 3시간에 걸쳐 뜨겁게 진행 된 토론을 통해 각자가 지녔던 불안함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사회 개혁에 대한 과제와 의지를 나누었다. 이날 시민평의회는 촛불시위를 둘러 싼 두 가지 질문에 대한 1차 주제토론을 진행하고, 각각의 주제에 대한 안건의 상정과 투표의 순으로 진행 되었다. 토론의 결과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청년이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생각을 전하려고 한다.

 

김민수

한국사회가 청년에게 헬조선인 이유
첫 번째 주제는 청년들이 진단하는 한국사회의 현실과 삶이었다. 청년들은 박근혜라는 한 개인에게만 분노를 느낀 것이 아니다. 죄의식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겨 온 특권층의 민주주의 유린,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데 최적화 된 국가체제에 대한 총체적인 모멸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가 청년에게 헬조선인 이유를 묻는 토론을 통해 기성정치 시스템에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고,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2030세대의 박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표 결과, 청년들은 헬조선의 요인으로 ‘불안한 미래’와 ‘경제적 불평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토론을 하다 보니 ‘흙수저’라는 단어가 특히 많이 나왔다. 부모세대의 빈부격차가 자녀세대인 청년들에게 대물림 되는 현실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가릴 것 없이 불투명한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당장의 어려움도 있지만,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한국 사회를 헬조선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인데, 일부 특권층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달콤한 결실을 가져가는 부조리에 대한 분노도 컸다. 

 

한국 사회에서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누가 들어도 한숨이 나오는 진단이 마무리 되고, 한국 사회의 전망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개혁 과제라는 단어가 자칫 무거울 수 있다 보니,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으로 질문을 다듬었다. 한국사회에서 딱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는 권능이 주어졌을 때의 상상력을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의 전 영역에 걸쳐 광범위한 개혁과제가 제시되었다. 100명이 모이면 100가지, 혹은 그 이상의 아이디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집단의 의사결정으로 확인되기 위해서는 공통 된 이슈들을 묶어낼 필요가 있었다. 숙의의 과정을 거쳐 투표로 붙일 7가지 과제(불평등 해소, 공정한 기회보장, 사회안전망 강화, 정치개혁, 시민참여 확대, 교육개혁, 평등사회 실현)가 안건으로 상정 되었다. 

현장에서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떤 과제에 한 표를 행사하시겠는가.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투표 결과가 공개 되었다. 평등사회 실현이 1위로 선정되었고, 교육개혁이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정치개혁, 사회안전망 강화 순이었다. 결과적으로 순위는 매겨졌지만, 어떠한 안건에도 쏠림이 없이 고른 득표가 확인 되었다.

 

청년 시민평의회 투표 결과

 

청년이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
가장 높은 득표를 한 ‘평등사회 실현’이 의미하는 현장토론의 맥락은 다음과 같다. 청년들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권위주의와 가부장주의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에 반대하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 받는 사회를 원했다. 

나의 해석을 덧붙이자면 이 결과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넘어 평등한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2030세대의 지향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게이트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정치체제와 통치구조의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일상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견 되는 차별과 배제, 폭력성을 제어하고 다수의 시민들이 평등한 사회관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거대한 적을 상정하고 집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부터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곱씹을수록 실천적인 화두다. 

생각해보면 촛불시위의 현장에서 우리는 옆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정체성을 묻지 않았다. 나이, 학력, 학벌, 출신지역,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변화에 대한 열망을 공유한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며, 말없이 서로의 양초에 불빛과 온기를 나누었다. 

지난 수년간 많은 사람들이 망국(亡國)과 탈조선을 말했다. 소명의식이 없는 권력자들의 행태에서 냉소를 느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장면에서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스스로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의 삶을 존중하며, 각자의 사회적 역할을 외면하지 않는 동료 시민들의 존재가 이 나라의 총체적인 역량이다. 우리들의 존재로부터 평등사회의 실현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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