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05월 2017-05-02   2376

[특집] 가난한 노인들의 나라

특집 2 _ 노인은 없다

 

 

가난한 노인들의 나라

 

 

 

글.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이 OECD에서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OECD에 보고된 한국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2007년 44.6%, 2011년 48.6%, 2013년 49.6%, 2014년 48.8%에 달한다. OECD 33개국 평균이 약 13%임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수준이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14년 7월 기초연금 인상 이전까지 계속 증가해왔다. 문제는 2015년 노인빈곤율은 기초연금 인상 덕분에 45%대로 약간 떨어졌지만 노인빈곤 감소폭과 추세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국 노인들은 비슷한 경제수준의 다른 나라 노인들보다 훨씬 많이 일한다. 한국의 노인 고용률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약 40%, 21%로 OECD 평균 17%, 8%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그럼에도 노인은 빈곤하다. 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일군, 고도 성장기에 근로시기를 보내고 노인이 되어 다시 생계를 위해 어떤 일자리에서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덜 일하는 다른 나라 노인들의 빈곤율은 왜 더 낮은가? 왜 이렇게 한국에서 노인빈곤 문제는 고질적인 것이 되었는가? 왜 한국은 ‘가난한 노인들의 나라’가 된 것일까? 일종의 퍼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민연금 사각지대 
중요한 단서는 사회보장제도에 있다. 은퇴세대의 소득 중 국가의 각종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받은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하위권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 의해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기 어려운 빈곤 노인들이 많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은 아직 4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제공하는 연금급여 수준 자체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기초연금이 20만 원으로 인상되었지만 2014~2015년 노인빈곤 추이는 이것만으로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노인빈곤 문제 해결이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보장제도 발전 없이는 은퇴 이후, 빈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문제는 이것이 지금 노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미래 노인의 문제, 현 장년층과 청년층의 노후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표>는 국민연금 수급률이 2040년에 54.4%, 2050년에도 70% 이하일 것임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것은 급여 수준이다. 평균소득대체율 역시 계속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 경 노인들이 받는 국민연금 평균급여액은 경제활동시기 평균소득의 약 20%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지난 십여 년 동안 노동권이 후퇴일로를 걸으며, 임금을 모아 노후를 대비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은퇴 이후에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모두가 연대하는 공적노후소득보장제도를 만들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우리의 노후소득보장체계 현황을 보자. 현 노후소득보장체계에서 노후보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금제도는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이며, 이를 보완하는 것이 퇴직금과 개인연금이다. 원칙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연금제도가 대응하지 못하는 노인빈곤문제에 대한 보조적 대응수단이다. 

국민연금의 넓은 사각지대, 그리고 저연금 문제는 노인빈곤 문제를 우리나라가 다른 복지국가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연금 문제는 국민연금 제도 초기의 문제로 취급되었으나 앞으로도 만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2007년 국민연금 급여 삭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7년 개혁을 통해 40년 가입자의 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은 근로시기 소득의 60%에서 40%로 무려 1/3이 삭감되었다. 사각지대 문제 역시 제도가 오래 작동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향후 30년 동안은 여전히 공적연금 수급자가 노인인구의 절반에 불과하다. 경제활동 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는 의무화되어 있고, 노동권은 결국 미래 연금수급권이 되지만 실제로 많은 수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비공식부문 노동자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특수고용직노동자들, 다수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들은 노동자임에도 지역가입자로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 위상이 모호한 것이 바로 기초연금제도다. 기초연금은 2007년 국민연금 급여가 대폭 인하되었고, 당시 개혁에서 급여 인하로 인한 저연금 문제와 사각지대 문제 보완을 위해 새로 도입된 것이 기초노령연금이었다. 기초연금제도는 그 발전 방향에 따라 한국 공적노후소득보장의 질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제도로 등장하여 실제 지난 2013년에 장기적 축소를 목표로 개혁된 바 있다.①

제도적 전환이 없다면 사회연대원리에 의한 보편적 노후보장과 재분배를 추구하는 공적연금제도는 무력화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안정적 지위를 가진 일부 집단에게만 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로 전락할 경우 다수 국민들은 기초연금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실제 기초연금 수준은 최저생계비와 너무 거리가 멀다. 더불어 노동부문의 변화가 없다면 국민연금은 제대로 된 노후보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최소보장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월간 참여사회 2017년 5월호(통권 245호)

공적연금개혁, 재정 확보와 민의 수렴이 중요
그동안 정부 대책은 다층체계, 소위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통해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적연금을 통해 괜찮은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집단은 일부로 제한된다. 또한 사적연금은 금융시장 상황과 연동된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이러한 가입계층의 편향과 특유의 운용위험은 지금과 같은 대규모 조세지원을 통해서도 극복되기 어렵다. 따라서 노동시장정책과 연금정책 안에서 여러 장치를 통해 국민연금제도 가입 범위를 넓히는 것, 그리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저연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노후보장을 위한 사회적 연대 형성과 공적노후보장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대통령 후보들은 모두 기초연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현재 기초연금은 노인의 70%에게만 지급되며,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 급여액을 복잡하게 차등화 하는 형태로 2013년에 개악된 것이다. 게다가 급여는 소득이 아닌 물가에 연동한다. 복잡한 기초연금제도를 선택한 목표는 기초연금 지출액 자체를 장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②. 이는 현재 노후소득보장정책의 핵심이 공적연금의 전체 급여수준을 최소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노후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공적연금 재정에 대한 통념과 행정부 중심적인 일방적 연금정치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의 공적연금 개혁의 해법은 다양할 수 있다.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중 하나를 중심으로 확충하거나, 두 가지 모두 필요할 수도 있다. 퇴직연금 역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이 되었든 전체 노인에게 최저수준 이상의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방향이든, 해법이든 충분한 재정 투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정적 노후보장에 성공한 국가들은 대체로 GDP의 10% 내외를 공적연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2050년 경 EU 평균 예상 지출은 GDP의 약 13%에 달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재정에 대해 정부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전략(연금기금 고갈론)으로 일관해왔다. 무조건 연기금을 더 많이 쌓아야 재정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기초연금이건 국민연금이건 지출 확대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조명되었다. 그러나 국민연금 장기재정 안정은 급여 축소나 보험료 인상에 달린 것이 아니라 출산률과 고용률 제고, 그리고 분배의 개선에 달려있다③. 

마지막으로 연금개혁 정치의 문제이다. 국민은 국민연금 기여자이자 수급자이고, 국민연금기금이라는 사회적 기금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국 연금정치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한 적이 없다. 실제 대부분 개혁 과정을 주도한 것은 관료들이었고 이들은 집권층의 의지를 반영했다. 한국 연금개혁 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노동자, 시민이란 주체의 회복, 그리고 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숙의가 수반되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다. 노후보장에 대한 권리는 연금급여를 받는 것에 관한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도형태에 대한 결정권을 포함한다. 노인들이 빈곤과 고립에 지쳐 자살하는 사회를 지속시킬 것인가, 이를 변화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①    2007년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의 하위소득계층 노인 70%에게(2008년에는 70세 이상 노인의 60%),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신고소득(A값)의 5%를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로 도입되었다. 기초노령연금은 2013년 박근혜 정부 하에서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급여액이 20만 원으로 대폭 인상되었으나 물가연동장치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된 감액제도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대상 범위와 급여액을 감소시키도록 되어 있다.
②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했다는 이유로 기초연금 급여가 감액되는 것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10년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경우에 기초연금 급여가 깎이는 반면에 퇴직연금, 개인연금, 기타 부동산 소득 등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만 문제가 된다. 이는 장기간 성실하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중간층, 저소득층에게 최악의 제도이다. 최소한으로 보장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급여의 총합은 30만 원에 불과하다.
③   전체 국민소득 중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 비중,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소득 비중이 증가하면 보험료 수입이 증가하고, 연금재정 역시 장기적으로 안정화된다. 

 

특집. 노인은 없다 2017-5월호 월간 참여사회
1. ‘태극기 노인’의 탄생 
2. 가난한 노인들의 나라
3. 노인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나
4.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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