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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7-8월
  • 2019.07.01
  • 966

베트남 달랏

365일 봄의 도시

 

월간 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통권 267호) 

Ⓒ김은덕,백종민

 

 

물가가 저렴하고 덥지 않으면서 음식이 맛있고 비교적 가까운 해외 여행지는 어디일까? 여름 휴가철이 다가올수록 자주 받는 질문이다. 여름에 덥지 않은 곳만 떠올리자면 선택의 폭은 다양해진다. 일본 삿포로, 스페인 빌바오, 인도네시아 롬복, 독일 베를린, 캐나다 밴쿠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물가가 저렴하고 덥지 않으면서 음식이 맛있고 비교적 가까운 해외 여행지’라는 위의 조건을 다 충족하는 곳을 찾으려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가까우면 여름에 덥고, 여름에 시원하면 물가가 비싸며 다른 조건이 충족하더라도 결국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딱 한 곳, 이 조건에 충족하는 도시가 있다.

 

연중 덥지도 춥지도 않은 ‘별종 도시’

베트남 달랏(Da Lat)은 별종이다. 분명히 베트남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베트남의 여타 도시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베트남 남부 중심도시, 호찌민에서 슬리핑버스를 타고 8시간을 달리면 달랏에 도착한다. 시간이 없는 여행자는 달랏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있다.❶ 하지만 호찌민에서 버스를 타고 가길 추천한다. 출발할 때 도로 옆에 가득했던 야자수가 이동할수록 침엽수인 소나무와 전나무로 바뀌어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 안에서 지역을 옮겼을 뿐인데 기후대가 변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1,500m 높이의 고도와 소나무 숲이 만들어 낸 상쾌한 공기가 달랏을 365일 내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의 도시’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이 도시는 연중 온화한 기후가 특징인데 한여름 최고 기온이 30도, 최저 기온은 15도 정도여서 여행하기 참 좋다. 최근 들어 급격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에는 걷기조차 힘들어진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 치앙마이 같지 않아?” 달랏에 도착한 후 우리 부부의 첫 번째 반응이 그랬다. 따듯한 햇살, 저렴한 물가, 내륙도시, 건강하고 풍부한 농산물 등은 태국의 치앙마이와 여러모로 닮았다. 특히 사람들의 느긋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현지인들은 내가 베트남 사람처럼 생겼다며 친근하게 베트남어로 인사를 건네 온다. 내가 ‘씨익’ 웃으면 상대방도 웃음으로 화답해준다. 호찌민의 표정 없는 상인들, 신경질적인 오토바이 경적 소리에 지쳐 있던 우리는 달랏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이 도시에 마음을 빼앗겼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통권 267호)

베트남 슬리핑버스의 내부. 1층과 2층의 복층구조로 되어 있으며 다리를 쭉 펴고 누워 갈 수 있는 1인용 배드가 놓여있다

 

와인과 커피를 만들어내는 축복받은 땅  

달랏은 우리 같은 여행자뿐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도시다. 특히 신혼여행지로 달랏을 방문하는 현지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달랏을 찾은 관광객 수는 500만 명인데 그중 95%가 베트남 현지인이다. 나머지 5%는 한국, 중국, 태국, 러시아인이 골고루 지분을 나눠 갖는다. 이렇게 현지인들이 달랏을 사랑하는 이유는 베트남 안에서도 보기 드문 온화한 기후 때문이다. 덥고도 더운 날씨 속에 살아가는 베트남 사람들이 휴가 동안만이라도 좀 선선하게 지내자며 찾는 곳이 바로 이 도시다.

 

그러나 현지인보다 먼저 달랏의 매력을 알아차린 이들이 있었다. 20세기 초 프랑스인들이 베트남 식민통

치를 하던 시절 일찌감치 달랏을 휴양지로 점찍었다. 그들도 더위를 피할 곳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프랑스인들은 달랏에 별장을 짓고 커피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자국으로부터 약 1,000km나 떨어진 이곳에서 기어코 와인을 생산했다. 이제 프랑스인들은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달랏은 지금도 베트남 유일의 와인 생산지로서 도시 이름을 상표로 달고 열심히 와인을 판매 중이다. 한화 약 5천 원이면 가까운 마트에서 달랏산 와인을 맛볼 수 있다. 특별한 매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와인을 생산해낸 프랑스인의 근성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경험상 포도가 자라는 지방은 대체로 날씨가 온화하다. 아르헨티나 멘도사, 이탈리아 토스카나, 스페인 리오하, 프랑스 보르도까지 폭염도 혹한도 없다. 그뿐이랴. 강수량은 또 얼마나 적당한지 대지는 늘 촉촉하다. 땅 위로 내리쬐는 햇살은 너무 뜨겁지 않고 널어놓은 빨래가 반나절이면 바싹 마를 정도다. 그 덕분에 대개 병충해 피해도 적다. 이렇게 포도를 생산하는 곳은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땅인데, 덥고 습한 베트남에 달랏이 존재하는 건 어찌 보면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달랏은 와인뿐 아니라 베트남 커피의 주요 생산지이기도 하다. 참으로 부지런히 무언가를 생산해 내는 도시다. 날씨도 좋고 재정까지 풍족하니 이곳 사람들의 표정이 부드러운 걸까? 도시와 관련된 온갖 상상이 펼쳐진다. 커피와 관련된 관광 인프라도 부족함이 없다. 카페 투어, 커피농장 체험 등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특히 달랏의 카페는 인테리어, 전망, 커피 맛, 가격까지 한국의 내로라하는 카페들 못지않은 장점을 가졌다. 달랏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훔칠 준비가 되어있다. 

 

 

2019년 6월, 첫 인천-달랏 직항노선이 생겼다


글. 김은덕, 백종민

한시도 떨어질 줄 모르는 좋은 친구이자 부부다. ‘한 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를 둘러보며, 서울에서 소비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 달에 한 도시》 유럽편, 남미편, 아시아편, 《없어도 괜찮아》,《사랑한다면 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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