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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7-8월
  • 2019.07.01
  • 302

드보르작,
그가 만난 신세계

 

미국 클래식 음악의 탄생

체코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Leopold Dvorak, 1841~1904), 그의 최고 걸작인 교향곡 <신세계에서>, 현악사중주곡 <아메리카>, 첼로 협주곡 B단조가 모두 객지인 미국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1892년 대부호 자네트 서버(Jeanette Thurber) 여사는 드보르작을 뉴욕 국립음악원의 원장으로 초빙했다. 당시 미국에는 아직 ‘미국 음악’이라 할 만한 전통이 없었다. 조지 거슈인이나 아론 코플랜드 같은 미국 작곡가는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드보르작을 초빙한 것은 미국 클래식 음악의 시조가 되어 달라는 요구와 마찬가지였다. 자네트 여사가 제시한 연봉은 1만 5천 달러였는데, 이는 드보르작이 프라하 음악원에서 받는 연봉의 25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가 미국에 도착한 1892년 9월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지 만 400년이 되는 해였다. 그의 환영 행사는 ‘두 개의 신세계 - 콜럼버스의 신세계가 음악의 신세계를 만나다’란 제목으로 성대하게 열렸다. 

 

자네트 여사는 음악원에 흑인 학생도 받아들인 진취적인 인물이었다. 드보르작에게 <버펄로 빌의 와일드 웨스트 쇼(Buffalo Bill's Wild West Show)> 같은 인디언 공연을 보여주는 등 그가 미국 음악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드보르작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작곡을 했고,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틈나는 대로 미국 원주민 춤곡과 흑인영가(Negro Spiritual)❶를 연구했다. 그는 “흑인들의 노래는 부드럽고 열정적이며, 우수 가득하면서도 대담하고 유쾌하다”고 예찬하며 “흑인영가야말로 미국 음악의 중추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1893년 12월 15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연된 교향곡 <신세계에서>는 미국 생활 1년이 낳은 결실이었다. 잉글리시 호른이 연주하는 2악장 ‘라르고’는 유명한 <꿈속에 그리는 내 고향>의 주제로, 초연 때는 이 선율이 너무 아름답고 애절해서 손수건으로 눈물로 닦는 부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드보르작은 흑인영가를 단순히 ‘차용’한 게 아니라 이 선율에 고향 체코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서 노래했고, 그럼으로써 보편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감동을 창조했다.  

 

<신세계에서>는 미국 클래식 음악의 탄생에 큰 자극을 주었다. 당시 언론인 헨리 크레빌은 이렇게 썼다. “드보르작이 미국 음악계에 있었던 기간은 우리 미국인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천사와 함께 지낸 세월이었다.” <신세계에서> 초연 직후 뉴욕타임스는 “이 새로운 교향곡은 미국에도 예술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크게 반겼다. 그러나 이 떠들썩한 반응에 드보르작은 담담히 대답했다. “이것은 체코 음악이고,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 E단조 <신세계에서> 

지휘      브루노 발터 

연주      콜롬비아 교향악단

이 음악을 듣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Dvorak New World Walter를 검색하세요. 

youtu.be/V7QQZ01-HpY

 

 

드보르작이 사랑한 그녀, 요세피나

현악사중주곡 12번 F장조 <아메리카>는 1893년, 미국 아이오와의 체코인 정착촌 스필빈에서 보름 동안 여름휴가를 보낼 때 작곡했다. 이 곡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미국 원주민들의 선율에 담은 작품으로, 표현과 구성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특히 2악장 ‘렌토’(느리게)는 흑인영가의 선율이 애절하게 흐르는 감동적인 대목이다.(07:00) 중간 부분에는 체코 민요가 펼쳐지는데, 미국에 머물면서 날마다 고향을 그리워한 드보르작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09:29)  

 

드보르작 현악사중주곡 12번 F장조 <아메리카>

연주      프라작 현악사중주단 

이 음악을 듣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Dvorak American Quartet Prazak를 검색하세요. 

youtu.be/pV-kbAydcwk

 

 

드보르작은 1894년 11월 뉴욕에서 첼로 협주곡 B단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처형인 요세피나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작곡을 서둘러서 이듬해 2월 완성했다. 그는 요세피나가 생전에 좋아한 가곡 <홀로 있게 해 주세요>의 주제를 2악장에 넣어 그녀를 기렸다. 낭만 시대 첼로 협주곡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존재하게 한 요세피나는 과연 누구일까? 

 

드보르작은 1865년 젊은 여배우 요세피나 체르마코바를 사랑했다. 두 사람은 같은 극장에서 일했고, 피아노 레슨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 드보르작은 요세피나에게 <사이프러스>라는 연가곡을 바쳐서 애틋한 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스트리아 귀족인 카우니츠 공과 결혼했고, 드보르작은 얼마 후 그녀의 동생인 안나 체르마코바와 결혼했다. 이 협주곡은 한때 사랑했던 처형 요세피나의 죽음에 바친 기념비인 셈이다. 

 

이 곡을 초연한 첼리스트 하누스 비한은 기술적인 이유로 피날레 끝부분의 수정으로 요구했지만 드보르작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피날레는 마지막 호흡처럼 디미누엔도로 사라지다가 오케스트라가 크레셴도로 이어받아서 폭풍처럼 끝나야 하며, 이 아이디어는 타협할 수 없다.” 요세피나의 임종에 바치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대목이기 때문이었다. 

 

1악장 ‘알레그로’는 클라리넷이 영웅적인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현악 파트가 받아서 발전시킨다. 호른이 연주하는 두 번째 주제는 전통 5음계로 된 우리 가곡 <뱃노래>와 비슷하다.(02:20)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는 클라리넷의 부드러운 주제를 첼로가 이어받아 고귀하게 노래한다.(14:55) 파국을 알리듯 오케스트라가 통곡하고 울부짖으면, 첼로 솔로가 <홀로 있게 해 주세요> 선율을 두 번 변주한다.(17:48) 3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는 흑인 영가 선율과 보헤미아 민속춤의 리듬을 활용한 찬란한 피날레다.(26:00) 마지막 대목은 드보르작의 지시대로 ‘점점 여리게’ 사라지다가 다시 ‘점점 세게’ 고양된 뒤 단호하게 마무리한다. 

 

드보르작이 프라하에 돌아온 것은 1895년 4월 27일, 요세피나가 세상을 떠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 27일이었다. 따라서 드보르작은 그녀의 임종을 지켰을 가능성이 높다. 환갑을 넘긴 드보르작은 최후의 걸작인 오페라 <루살카>를 쓴 뒤 1904년 5월 1일 모든 체코인들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났다.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첼로      야노스 스타커  

연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 음악을 듣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Dvorak Cello Concerto Starker를 검색하세요. 

youtu.be/KQtZvXdGo38  

 

 

 

미국의 흑인들이 노예 시대에 부르기 시작한 종교적 민요


글.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MBC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2012년 해직된 뒤 <진실의 힘 음악 여행> 등 음악 강연으로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저서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클래식 400년의 산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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