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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9월
  • 2019.09.01
  • 959

퇴근 후,
음악이 있는 삶을 위하여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작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프리마베라 사운드 페스티벌에 갔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풍경은 사방에서 대마초를 피워대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보다 50대 이상 중장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중음악 페스티벌에도 중장년 팬들이 오긴 하지만, 한여름에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 프리마베라처럼 많이 오지는 않는다. 

 

게다가 프리마베라에 온 중년 팬들은 대부분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오래전 록밴드들의 낡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프리마베라가 세계적인 페스티벌이지만 티셔츠 속 오래전 밴드들이 무대에 서진 않는데, 그들은 프리마베라에 왔다. 작년에는 닉 케이브 앤 배드 시즈나 내셔널, 모과이, 악틱 몽키스 같은 밴드들이 무대에 오르긴 했어도 대부분의 뮤지션은 1990년대 이후의 뮤지션들이었다. 이들이 요즘 음악을 얼마나 찾아 듣는지 모르지만 대형 음악 페스티벌을 찾아와 요즘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요즘 음악이 음악이냐?”

내 머릿속에는 또 다른 풍경이 겹친다. 대중음악 강의를 자주 하는데, 강의할 때 만나는 40대 이상의 한국 기성세대들은 대개 요즘 음악을 듣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포크 뮤지션은 김광석이 끝이다. 강아솔, 강태구, 김목인, 김사월, 시와, 정밀아 같은 요즘 포크 뮤지션은 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그나마 TV 음악프로그램이라도 보는 이들이 포크 뮤지션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김필이나 장범준처럼 TV에 자주 나오는 팝 뮤지션들이다. 대부분의 중장년에게 요즘 대중음악은 아이돌 음악이거나 TV에 나오는 유명 뮤지션의 음악뿐이다. 한국에 여전히 많은 포크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블루스 뮤지션도 있으며, 한 달에 20장 내외의 한국 재즈 음반이 새로 나온다고 하면 믿을 수 없어 한다.

 

그래서 강의를 할 때마다 요즘에는 이런 뮤지션들이 있고, 네이버 온스테이지나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 등등을 참고하면 좋은 요즘 음악을 다양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내 강의를 들었다고 갑자기 요즘 음악을 찾아듣거나 좋아하게 될 리는 만무하다. 그래봐야 십 수 명인 사람들이 음악시장의 판도를 바꿀 리도 없다. 필자가 최근에 낸 책 『음악편애』의 후기를 찾아봐도 이렇게 많은 뮤지션들이 있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반드시 있다. 많은 기성세대들이 요즘 어떤 음악이 있는지 모르면서 “요즘 음악이 음악이냐?”라거나 “옛날 음악이 좋았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엄연히 존재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 그래서 각자 다르게 인식하는 현실.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이 인식의 간극은 좁혀질 수 있을까. 아니, 왜 이렇게 대중음악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클까.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음악이 중요한 가치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음악을 들으면 좋지만,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유와 환경이 함께 있어야 한다. 격무에 시달리고, 가족 뒷바라지하느라 지친 이들은 당연히 선뜻 음악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음악을 듣는다면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 쪽으로 귀가 열리는 게 당연하다.

 

음악을 즐길 권리,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예전 음악도 좋고 지금 음악도 좋지만 세대가 바뀌며 음악이 바뀔 때, 바뀐 요즘 음악을 이해하고 좋아하기 위해서는 음악과 친해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어법과 사운드의 감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계속 들어보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수다. 그렇게 해도 젊은 날 만들어진 취향과 감각을 갱신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취향과 감각을 갱신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여유와 환경을 가진 이들은 많지 않다. 유튜브로 들으면 공짜로 들을 수 있다지만 많은 이들의 삶에서 음악 감상은 여전히 우선순위가 한참 밀리는 호사豪奢에 가깝다.

 

좋은 게 좋은지 알려면 알아들을 수 있게 보여주고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해야 할 방송매체에서는 음악을 연희와 오락의 대상으로 삼아 부풀리고 과장하는 일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가면을 씌우고, 고음을 내지르게 하고, 정체를 숨긴 뒤 알아내 즐기라 한다. 방송 채널의 다변화와 콘텐츠의 범람 때문이겠지만 그 덕분에 음악은 이제 소리로만 즐길 수 없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한 편의 쇼 같은 드라마를 더해서 보여주지 않는 음악에는 귀를 열지 못할 정도로 음악의 가치는 떨어졌다. 차분히 음악에 집중할 여유가 없는 삶에게, 잔뜩 치장한 천편일률적인 음악에 길들여져 중독되어 버린 이들에게 지금 완성도 높은 대중음악의 대부분은 TV에서 자주 듣는 음악과 달라 너무 낯설거나 그저 소리뿐이라 밋밋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취향을 확장할 기회가 좀처럼 없는 이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해도 금세 좋아하기 어렵다. 물론 모든 중장년 세대들이 요즘 음악도 알고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박에 가깝다. 요즘 음악을 잘 모르고 좋아하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자주 곁에 둔다면 삶이 더 리드미컬해지고 깊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다양한 음악을 음악답게 접할 기회와 프로그램들이 지금보다 많아지기를 바란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방송이든 유튜브든 문화센터든 도서관이든 축제든. 무엇보다 음악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삶, 음악이 있는 삶이 가능한 세상이기를.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월말 또는 6월 초에 열리는 음악 축제. 하드코어, 익스트림 록, 일렉트로닉, 팝, 록 등이 주류를 이룬다 


글.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의소리’와 ‘재즈피플’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등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양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음악편애』등을 썼다. 감동 받은 음악만큼 감동 주는 글을 쓰려고 궁리 중이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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