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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9년 9월
  • 2019.09.01
  • 962

아카데미느티나무 10주년 기획 - 시민교육 현장의 소리 7

권력감시와 시민참여를 위해,
민주주의학교

글. 주은경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

 

 

시민이 판결을 판결한다 

2018년 늦가을 바람이 스산한 저녁 참여연대 2층 강의실. 15명 남짓한 사람들이 열심히 뭔가를 읽고 있다. <노회찬의 ‘삼성 떡값검사’ 명단 공개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 이들은 로스쿨 학생도 법조인도 아니다. 법원은커녕 평생 법관 한번 만나본 적이 없는 20대 학생, 3~40대 직장인, 50대 자영업자 등 평범한 시민들, 대부분 참여연대 회원들이다. 

 

이날은 <내 생애 첫 사법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좌의 네 번째 시간. 이들은 <야간 집회 금지 위헌에 대한 헌재 결정문> <청와대 앞 100미터 행진 보장에 대한 법원 판결문> <낙태죄 위헌 소송에 대한 헌재 결정문> 등 한국사회의 중요한 판결문을 주 1회 강독한다. 

 

한국에서 판결문은 당사자나 법조인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 제약이 많고 절차가 복잡하다. 이 시간, 시민들은 판결문을 어떻게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실습한다. 짧으면 10쪽, 길면 80쪽이 넘는 판결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강사가 주요 대목을 읽으며 그 논리적 맥락과 의미를 설명한다. 시민이 비판적 시각으로 판결문을 읽는 것은 사법감시의 시작이다.

 

“일단 열심히 읽었다. 모르는 부분은 검색해보거나 이해 안 되는 논리엔 반박하는 메모를 달았다.  …(판결문을 읽고) 통탄하는 사람, 비판하는 사람, 질문하는 사람도 있고, 이걸 다 정리해 글을 써내는 사람도 있었다.” 양유경 수강자 

 

좋은 판결은 시민이 만든다. 판결비평의 대중화를 위한 <판결문읽기>. 어디에도 없는 시민교육이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2015년 11월, ‘판결문 읽기모임’ 강좌에서 시민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나의 주거권리를 위해 당당하게 행동하자 

시민들이 지금까지 어떤 집에서 살아왔는지 종이에 그려본다. <알쓸신집-알수록 쓸모있는 신기한 집 이야기> 첫 번째 시간. 전세 원룸에 사는 것이 꿈인 20대 청년부터 서울에 집 한 채 갖기를 원하는 50대까지 집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주관한 이 강좌에서 시민들은 주거권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민간임대시장의 

공적 통제의 필요성에 대해 자각한다. 

 

“집. 주거권인가? 재산권인가?” 이런 원론적 문제부터 ‘깡통전세를 피하는 방법,’ ‘임대계약서 작성부터 수리비용 청구방법’까지 배운다. 자신에게 맞는 공공임대주택 유형과 입주방법,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알아본다. 대안적인 주거공간은 어떻게 가능한지도 생각해본다. 

 

“강의를 듣고 나니 조금 더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입자이지만 움츠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고은비 수강자 

 

이렇듯 참여연대 부서의 정책이 시민의 구체적인 삶과 만나는 강좌. 시민은 물론 담당부서 활동가와 강사도 배우고 성장한다.

 

애드보커시학교 – 활동가를 훈련하자  

단풍이 화려한 우이동 등산로 입구. 10여 명의 사람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선거법 개정’ 등의 문구가 적힌 다양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과 대화도 나눈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다. 2014년 <소리를 내면 세상이 바뀐다-애드보커시와 직접행동>을 시작으로 총 6기를 진행한 <애드보커시학교>. 이날은 2기 졸업엠티를 마치고 직접행동을 실습하는 시간이었다. 애드보커시학교는 한국사회에서 변화의 현장을 만드는 시민들과 공익활동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2019년 2월 어느 토요일 오전. 녹색당, 우리미래당, 그린피스 등 활동가 15명이 참여연대가 주도했던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사례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국 정치에 큰 영향을 주었던 이 운동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함께 토론한다. 오후엔 최근 어린이집 문제를 정치이슈화한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이자 전 국회의원이 자신의 사례를 공유한다. 감동 어린 눈빛, 탄식의 숨소리가 오간다. 

 

이어서 조별로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시민들의 직접행동 캠페인을 조별로 계획하고 실습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는 자신의 활동을 객관화하며 고민을 나눌 기회가 필요하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활동과 고민을 발표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는 경험, 애드보커시학교 담임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에게 직접 1인 멘토링을 받는 경험은 소중한 배움이다. 이때도 수다와 술은 필수다.

 

시민의 힘, 민주주의를 삶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결정하고 참여하고 저항하는 시민의 행동력을 위한 <와하학교>는 아카데미느티나무 실무진과 강사가 수년 동안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일상의 삶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상 지난 10년 아카데미느티나무 468개 강좌 중 163개(전체의 35%)로 가장 비중이 큰 민주주의학교 가운데 몇 개 사례를 소개했다.  

 

민주주의는 그 사회 시민의 힘, 즉 시민력에 의해 지탱된다. 시민력은 시민이 스스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힘을 키우는 것이 아카데미느티나무 민주주의학교의 목표다.

 

“느티나무는 민주시민교육이 오늘처럼 유행하기 이전부터 민주시민교육을 직접 실천해온, 한국 시민교육의 산 역사라 생각합니다. 정부의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지탱해온 것 자체가 대성공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10년을 향해 힘찬 도약을 기대합니다.”

 

지난 6월 29일 느티나무 10년 축하행사에 민주주의학교 강사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보내준 메시지다. 새로운 10년의 길. 설레고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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