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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11월
  • 2020.11.01
  • 330

"다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에요"

조연우 회원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사실 조연우 회원은 필자에게 둘도 없는 은인이다. 그는 이 코너 ‘만남’의 녹취를 전담하는 자원활동가이기 때문이다. 녹음된 인터뷰를 듣고 글로 옮기려면 소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 빨리 글자로 옮기는 순발력, 그리고 반복적인 작업을 견디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그 고된 일을 대신 해준다는 조연우 회원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 컸다.

 

그런 조연우 회원을 직접 만났다. 고마운 마음에 선물을 전하자, 그녀는 쑥스러워하며 “별일 아닌데요”라고 답한다. 그 모습에 왠지 내 고개가 더 숙여졌다. 조연우 회원은 뉴스타파 세무 담당자를 거쳐 현재 ‘뉴스타파함께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연 뉴스타파 북카페 공간 기획에도 참여했고, 직접 뉴스타파의 다양한 굿즈를 기획,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15일,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뉴스타파 북카페에서 조연우 회원을 만나 그동안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원활동부터 시작해 참여연대에 가입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참여연대를 처음 알게 된 건 2017년 촛불집회를 통해서였어요. 당시 촛불집회를 기획하고 주관한 곳이 참여연대라고 해서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어요. 참여연대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오랜 역사를 가지고 활동해온 곳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종종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들러보곤 했는데 얼마 후 자원활동가 모집 공고가 났고, 2018년 여름부터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자원활동에 그치지 않고 후원도 하고 계신데요.

반년 정도 지나서 제가 회원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날 바로 가입했죠. 자원활동이 특정한 부분에서 참여연대를 돕는 것이라면, 후원은 참여연대가 하는 모든 일에 동의하고 응원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참여연대 외에 다른 단체에서도 다양한 자원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첫 자원활동은 스무 살 때 월드비전에서였어요. 아직 돈이 없으니 자원활동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거든요. 우연히 월드비전에서 해외 아동이 후원자들에게 쓴 편지를 번역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3~4년 정도 편지 번역을 했고요. 그다음에는 굿네이버스에서 굿즈 모니터링을 했어요. 굿네이버스에서 만든 굿즈가 실용적인지,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을지 고민했죠. 생각해보니 지금 하는 일을 그때도 했었네요.(웃음)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자원활동을 해온 셈인데, 어떤 마음으로 하셨을까요.

저 좋자고 하는 일이었어요. 재미도 있었고요. 

 

원래도 남을 돕는 데서 기쁨을 느끼나봐요.

그렇게 선한 마음은 아니고요, 그냥 활동 자체가 재미있어요. 월드비전에서 아이들 편지를 번역할 땐, 아이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고요. 참여연대에서 인터뷰 녹취록을 풀 땐 세상에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껴요. 또 제가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간사님들이 고마워하시잖아요. 그럴 때 기분이 좋죠. 돈을 받고 일하면 ‘받은 만큼만 해야지’ 생각하게 되는데, 자원활동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잘해드리고 싶어요. 그런 에너지의 차이도 좋아요. 

 

녹취록이 기사화돼서 책으로 나온 걸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뿌듯하죠.(웃음) 다른 곳에선 제 활동의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거든요. 참여연대에서는 어쨌든 종이로 인쇄되어 나오잖아요. 그게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바쁜데. 지금 이걸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든 적은 없었어요? 

네. 저 그렇게 바쁘진 않아요.(웃음) 할 만해요. 그거 힘들 정도로 바쁘진 않아요. 

 

갑자기 전공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전공은 외식경영이에요. 뜬금없죠?

 

외식경영이 전공인데 뉴스타파에서 세무를 담당하고 계시네요? 

처음엔 서비스업을 해보고 싶어 외식경영을 전공했어요. 그러다가 졸업 후 우연히 세무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재밌겠다 싶어 자격증을 따서 2년 정도 세무사로 일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2년 정도 하니 재미가 없어져서(웃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할 때 마침 뉴스타파에서 직원을 뽑더라고요. 그래서 지원했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연우 님 삶에서는 재미가 중요하구나’ 싶어요. 자원활동도 재미있어서 하시는 거예요?

맞아요. 사실 무슨 일이든 어떤 대의보다는 제가 재미있어서 해요.(웃음) 뉴스타파에서 일하는 것도 재밌어서 하는 게 크고요.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뉴스타파 티셔츠 모델로도 활약한 조연우 회원은 티셔츠 문구도 직접 디자인했다  출처 뉴스타파 네이버스토어

 

어떻게 뉴스타파에 입사하셨는지 궁금해요. 

2014년부터 뉴스타파 후원회원이었어요. 항상 ‘여기는 어떤 곳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회사에서 나와서까지 일할까’ 궁금했죠. 그래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회원관리 담당자를 뽑는 채용 공고가 나서 지원했어요. 사실 합격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전까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했으니까요. 그래도 혹시나 하고 지원해봤는데 운 좋게 뽑혀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네요. 

 

하루아침에 세무사에서 회원관리 담당자가 되겠다고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겁이 없는 편인 거 같아요. 어떤 것이든 일단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해요. ‘안 되면 딴 거 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요.(웃음) 제가 뉴스타파에서 기자로 일하지는 못해도 회원 관리는 배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막상 면접 때 회사에서 제가 다른 경력이 있는 걸 알고 ‘그럼 세무 분야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세무 일을 맡게 됐어요. 그리고 얼마 전 뉴스타파의 재단법인이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재단법인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고요.

 

뉴스타파에서 일하는 건 어떤가요.  

새로운 일을 많이 해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냥 세무사로 있었다면 할 수 없었을 일도 하게 됐죠. 회계·세무는 물론이고, 카페와 굿즈도 만들어보고요. 실은 제가 카카오톡도 안 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 보니 SNS 운영을 하고 있더라고요. 조금 아쉬운 건 일이 너무 많다는 거?(웃음)

 

아까 분명히 바쁘지 않다고 하셨는데? 

바쁘지만 자원활동을 못할 만큼은 아니라는 거죠.(웃음) 

 

뉴스타파 굿즈 제작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회사 내부에서 ‘우리도 수익사업으로 굿즈 같은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하지만 다들 처음에 선뜻 나서지 않았죠. 그래서 제가 적극적으로 ‘머그컵을 만들자’ ‘이런 것도 해보면 어떠냐’ 제안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굿즈 제작부터 배송까지 전부 맡아서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굿즈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이었나요.

쓸모 있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조사해보니 굿즈 중에 예쁘긴 해도 실용적이지 않은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뉴스타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쓸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등산 모자와 캡 모자, 텀블러, 수첩, 파우치, 다이어리, 소주잔 등을 만들었는데 그중에 제일 많이 팔린 건 텀블러예요. 보온력이 엄청 좋거든요.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예요.

 

직접 굿즈를 제작해보니 어떠셨나요.

저는 아직도 제가 만든 굿즈를 사람들이 구입한다는 게 신기해요.(웃음) 디자이너나 MD도 아닌데 제가 기획한 대로 제품이 나오고, 그걸 누가 사고 심지어 좋다고 말씀하시니까요. 이런 게 정말 뿌듯했어요. 저희가 네이버와 카카오에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후기가 일반 쇼핑몰과는 조금 달라요. 사람들이 상품에 더 애정을 갖고 있다는 느낌? ‘아버지에게 모자를 씌워봤어요’ 하면서 가족들 얼굴이 나온 사진까지 후기로 올려주세요. 이렇게 가족들의 착용 사진까지 올리신다는 건, 우리를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닌가 싶어요. 리뷰를 읽으면서 어떤 것이든 허투루 만들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 북카페 입구에 진열된 다양한 굿즈 

 

뉴스타파 북카페도 오랜 기간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누구든지 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뉴스타파를 모르는 사람들이 와도 뉴스타파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회사 내부에서 다른 카페들과 어떤 점을 차별화해야 할지 오래 고민했는데요. 결국 우리는 언론사니 취재와 연결된 컨셉이 좋겠다 싶어서 미디어, 저널리즘 분야의 책을 다루는 북카페를 열게 됐어요. 앞으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도 열 계획이에요. 

 

혹시 참여연대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딱히 바라는 것은 없어요. 지금도 잘하고 계시니 지금처럼만 해주세요. 근데 오히려 걱정되는 건 있어요. 사실 제가 월간 「참여사회」 볼 때 회계 부분을 유심히 보거든요. 인건비를 보면서 ‘아무래도 재정 상황이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웃음)’ 참여연대에 일하는 사람이 몇 명인데 다들 어떻게 생활하는지, 하는 일은 이렇게 많은데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한참 고심하다가 “제가 살면서 미리 계획을 세워본 적이 별로 없어서요. 그냥 주어진 오늘을 잘 살아가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그 대답에 잠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그렇다, 내일이 있다는 건 인간이 자주 하는 착각 중 하나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재미있게 사는 것이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었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틈틈이 자원활동까지 해내는 그녀를 응원한다.

 


글. 금민지 시민객원기자 

다큐멘터리, 상담, 명상, 자연 치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 주한독일문화원 온라인매거진에서 도서관 이용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사는 길을 찾아 글이나 강의, 다른 어떤 형식으로든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꿈이다.

사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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