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3월 2021-03-01   1060

[특집]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 제고 방안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 제고 방안

글. 박지환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변호사  

 

 

시민을 위한 데이터란?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디지털 뉴딜 정책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혁신을 도모한다는 근본적인 방향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사회적 방향 전환에 있어서 시민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크다. 요컨대 디지털 뉴딜이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에 천착한 나머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고 산업계가 호응하는 방향성은 보이지만, 시민을 위한 데이터라는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민을 위한 데이터는 어떤 것일까?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역설적으로 시민을 위한 데이터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바로 공적마스크 재고 데이터가 그것이다.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근처 약국의 마스크 재고를 알 수 있다면 마스크의 배분이 효율적으로 가능하다. 시민개발자, 데이터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가 광화문1번가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정책을 제언한 것을 계기로 정부 각 부처와 협조하여 재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제공되었다. 데이터가 공개되자마자 공적 마스크의 실시간 재고를 보여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도입되었다. 

 

디지털 뉴딜, 나아가 지능정보사회를 대비하는 데이터 정책은 이처럼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사회문제에 착근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둔 데이터를 ‘공익데이터data for good’라고 칭하겠다. 

 

2020년 서울시 공유촉진사업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이하 ‘빠띠’)가 진행한 <공익데이터실험실➊>에서도 공익데이터의 방향성이 잘 드러난다. 빠띠는 시민이 제안한 프로젝트 중 사회적 가치가 높은 사례를 선정하였는데, 서울시의 쓰레기 현황 분석, 코로나19 이후 고령자 무료급식 현황 분석, 스토킹 법안 통과를 위한 판례 및 기사 데이터 분석, 무장애놀이터 도입을 위한 강서구 놀이터 전수조사가 그것이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3월호 (통권 283호) 월간참여사회 2021년 3월호 (통권 283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공익데이터실험실〉의 WAF 프로젝트(왼쪽)와 스몰빅 프로젝트(오른쪽)

 

 

시민에 의한 데이터란? 시민이 데이터를 잘 보고 잘 다루어야

시민이 공익데이터 활용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데이터 문해력literacy이 중요하다. 국제적인 활동을 위해 해당 국가의 언어습득이 필수적이듯, 데이터 시대에 시민에게도 데이터를 잘 보고 잘 다루는 능력이 요구된다. 과거 가치 있는 정보가 데이터의 형태를 띠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이 같은 정보가 데이터의 형태로 제공되거나, 가치를 더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역시 <열려라국회>를 통해 의회감시 관련 데이터를 정제하여 의정감시와 정책제안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잘 보고 잘 다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크게 개인과 네트워크로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첫째, 시민 개인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는 데이터 전문가들과 협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의 얇고 넓은 지식이 요구된다. 둘째, 이들이 고차원적인 데이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거나 전문가들과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이터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함께 필요하다. 물론 기초적인 문해력을 넘어서 시민 스스로 데이터를 수월하게 활용하는 이른바 데이터 컴피턴시competency를 갖추는 것 역시 장기 과제로 고민해야 할 주제다. 

 

빠띠는 <공익데이터실험실>을 운영하면서 두 가지 방향성 모두 염두에 두었다.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모든 능력을 교육만으로 단기간에 제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에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빠띠가 일종의 데이터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시민의 데이터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 필요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그 전제로 저작권 등의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를 생각해볼 수 있으나, 공익데이터 맥락에서는 민간 영역에서 생산되는 데이터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민의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시민주도 공공데이터 확대와 오픈소스 방식의 민간데이터 공유 활성화 방법론을 제안해보려 한다. 

 

우선 디지털뉴딜 예산 등 공공부문 데이터 예산의 많은 부분을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데이터 생산에 사용해야 한다. 영리회사들은 데이터 바우처 사업 등으로 필요한 데이터 마련에 이러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비영리단체의 경우 해당 사업에 손쉽게 참여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데이터 전문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고 공유하는 방안을 도입해볼 만하다. 서울시 공유촉진사업 예산으로 진행된 <공익데이터 실험실> 방식도 그 사례로 들 수 있겠다. 

 

민간데이터의 경우 공익 목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방식의 라이선스의 확립이 필요하다. 양질의 민간데이터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도록 촉구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민간데이터 자유 이용의 방법론을 먼저 확립할 필요가 있다. 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이 제안한 오픈소스 방식의 라이선스가 그중 하나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이미 보편화한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통해 공유와 혁신을 동시에 모색해볼 수 있다. 이 라이선스에 기초해 빠띠도 공익데이터 라이선스를 제안한 바 있다.

 

공익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와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 확대를 위해서는 시민 각자의 데이터 리터러시 향상은 물론 공익데이터 활동을 위한 네트워크와 거버넌스 구조가 함께 요구된다. 지난해 8월 21일 열린 <시민을 위한 공공데이터 정책토론회>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제고할 데이터 프로젝트를 확대하기 위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네트워크와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는데, 여전히 시민참여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해외의 경우 시민사회단체 간 네트워크에서 디지털전환과 데이터 활용을 주제로 다양한 층위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스코틀랜드의 경우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중간지원조직 ‘SCVOThe Scottish Council for Voluntary Organisations’의 지원으로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해당 주제의 리포트를 격년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해당 리포트는 디지털전환에 있어서 시민사회가 이른바 디지털 리더로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그중 “data driven”, 즉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을 주요 의제로 선정한 바 있다.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 주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적마스크 데이터 사례와 같은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확대 재생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민개발자, 데이터 활동가들이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라는 자발적 모임을 진행하고 있고, <시민을 위한 공공데이터 정책 토론회>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데이터의 사회적 역할을 논의하는 포럼을 준비 중이다. 향후 코드포코리아와 포럼이 스코틀랜드 사례처럼 모범사례를 확대 재생산하는 자발적 네트워크로 기능하길 희망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공공데이터 주무 부처들 역시 이들 네트워크와 함께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 제고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➊ https://datapublic.kr/archives/36

➋ https://geunhee-mit.github.io/WAF/ 

➌ https://playforall.kr/ 

➍ https://cdla.dev/ 

➎ https://datapublic.kr/posts/2 

➏ https://scvo.org.uk/support/digital/creating-a-digitally-confident-third-sector-in-scotland-what-next

 

 

특집마이 데이터 유어 비지니스

1.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김보라미

2. 마이데이터, ‘남의 데이터’ 안 되게 하려면 김동환

3. ‘이루다’는 왜 카톡 대화를 수집했나 장여경

4.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 제고 방안 박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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