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 2021-11-30   1766

[통인] 비영리를 영리하게 –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비영리를 영리하게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장은혜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는 친구에게 물었다. “김자유 라는 사람 유명해?” 친구가 말했다. “비영리에서 ‘핫’한 인물이지.” “그러면 뭘로 유명한데?” “비영리를 ‘영리’하게 해준 사람이야.”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27)는 ‘비영리 활동가의 머리를 차갑게, 손은 더 빠르게 만들어준 인물’이다. 누구나데이터가 제공하는 서비스 ‘캠페이너스’는 월 15,000~35,000원만 내면, 누구나 쉽게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홈페이지 제작 도구를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활동가들은 ‘디지털 소외’에서 자유로워졌다. 

   

지난 10월 〈시사저널〉은 ‘차세대 리더 100인’ 중 한 사람으로 김 대표를 꼽으면서 “디지털 소외 조직들에 신기원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11월 1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공익활동공간 삼각지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왜 그는 비영리·소규모 조직에 손을 내밀었을까.

 

 

– 누구나데이터는 2017년 설립한 디지털마케팅 컨설팅 회사다.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를 설명해준다면?

 

누구나데이터는 비영리 조직이 모금과 홍보를 ‘디지털 전환’ 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모금과 홍보를 위한 업무 도구를 공급해드리고, 잘 활용할 수 있게 컨설팅과 교육을 해드리고 있다. 

 

– 누구나데이터 자문을 받아 성공한 사례가 있을까.

 

실명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NGO 단체 A사의 경우 디지털 모금을 처음 하는 곳이었다. 작년부터 우리와 디지털 모금을 하게 됐다. 우리는 디지털 모금을 위한 광고에 대한 성과를 명확하게 분석하는 기술 지원, 또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했다. 처음에 A사는 온라인에서 한 명의 후원자를 만들기 위해 광고비 80만 원을 들여야 했다. 1년 정도 우리와 함께 하면서 지금은 한 명당 30만 원대로 낮췄다. 보통 30만 원대 정도면 양호한 수준으로 가는 것이다. 

 

국제적 NGO인 B사는 원래 홈페이지에서 정기후원을 신청하려고 할 때 월 3, 5, 7만원이 제시됐다. 아무리 노력해도 온라인 후원 신청이 저조한 상황이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시 금액을 낮추는 것을 권유드렸다. 제시 금액을 1, 2, 3만원으로 수정하고 A/B 테스트를 해봤더니 금액을 낮춰 제시했을 때 후원 건수도 늘고 총 모금 금액도 늘더라. 기존 후원 방식을 개선한 사례다. 

 

– 수익모델이 궁금하다.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효자상품’은 무엇인가? 

 

효자상품이라…. 글쎄 누구나데이터에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굉장히 잘 나가고 돈 많이 버는 회사 아니냐는 것이다. 반대로 자원봉사하는 비영리 단체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웃음) 어쨌든 우리는 기본적으로는 영리 회사이자 소셜벤처다. 비영리 조직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을 받아 운영한다. 

 

대표적 수익이라고 하면, 첫 번째는 디지털 모금 시 성과 측정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구글 애널리틱스’의 도입과 활용법을 컨설팅하는 서비스다. 두 번째는 ‘캠페이너스Campaignus’라는 홈페이지 및 캠페인 페이지 제작 솔루션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월 1~3만 원대의 합리적인 요금으로 누구나 전문가 도움 없이 손쉽게 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다. 이 도구로 홈페이지를 만들면, 구글 애널리틱스 기반의 성과 분석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누구나데이터가 제공하는 홈페이지 및 캠페인 페이지 제작 솔루션

‘캠페이너스’(https://campaignus.do) 소개 화면 갈무리 Ⓒ누구나데이터 

 

– 비영리단체를 상대로 하는 서비스 제공과 컨설팅에 이문利文이 있을까. 누구나데이터의 성장을 요약해본다면.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도 충분히 이윤을 창출하여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 누구나데이터는 일단 4년 반 생존을 했다.(웃음) 다만 좀더 많은 자원 연계와 지원이 필요하기는 하다. 내가 욕심이 많기도 하지만, 현재 비영리단체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너무 느리다. 기대치만큼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영리든 비영리든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지만, 영리 영역은 디지털 전환이나 성장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비영리단체의 경우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나 역시 비영리 조직에서 오랫동안 홍보와 모금 실무자로 활동하면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몸소 느껴왔다. 내가 잘 알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비영리조직의 디지털 전환은 왜 어려운 것인가?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핵심 원인은, 비영리 조직 생태계에 디지털 전환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비영리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단계별 적정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또 비영리 조직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 수가 너무 적다. 누구나데이터 같은 공급자들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활동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하고, 중간 지원 조직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줘야 한다. 다들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행하지 않는다. 저절로 바뀌는 것은 없다.

 

– 비영리조직들이 누구나데이터를 찾을 때 주로 어떤 고민을 들고 오나? 

 

보통 홍보와 모금 담당자 분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홍보와 모금 영역에서 해야 할 것은 다 정해져 있다. 다만 현재 우리 조직의 홍보와 모금 수준이 어느 단계에 위치해 있는지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나의 위치를 알면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이 보인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모금을 우수하게 잘해온 C 단체의 경우 코로나19에 직면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접점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후원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잠재 후원자를 만드는 방법을 모르다보니 신규 후원자 수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경우 디지털에서 만나는 시민들을 어떻게 후원자로 만들 것인지 별도의 업무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그런 고민을 들고 오신다.

 

–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비영리조직 내 공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도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조직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말씀하는데, 그럼 조직 문화는 어떻게 바뀌는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결국 도구를 바꿔 업무의 프로세스를 바꾸면 일하는 방식이 바뀌게 되고, 조직문화가 바뀌게 된다. 선후 관계를 반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데이터가 ‘도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유다. 다만, 새 도구를 도입할 때 업무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기 때문에 일부 팀만, 일부 프로젝트에 국한해서 먼저 시도하면 소기의 작은 성공 사례가 나올 것이다. 그걸 관찰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누구나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장은혜

 

❝ 도구를 바꿔 업무의 프로세스를 바꾸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조직문화가 바뀌게 된다 

선후관계를 반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 구글 애널리틱스에 대한 전문성이 누구나데이터의 강점이라고 들었다. 일각에선 구글이 빅데이터를 수집해 수익 내는 구조에 반발이 있는데, 김 대표 생각이 궁금하다. 

 

나도 과거에는 지문날인 거부도 하는 등 정보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늘 고민하는 영역이다. 정보 인권과 디지털 마케팅은 서로 충돌하는 것은 맞다. 디지털 마케팅은 최대한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좋은데, 이는 정보 인권을 확대하는 방향과 맞지 않다. 비영리 활동가들의 정서와 정반대인 것도 맞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아무 것도 없다. 

 

모금과 홍보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경쟁에서 이겨서 우리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홍보와 모금을 할 때는 철저히 이에 입각해서 열심히 일하면 된다. 나는 그것이 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빅 브라더가 돼서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할 것이냐? 이 어젠다는 개별 조직 단위에서 고민할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별 조직에서는 최대한 열심히 할 뿐이다. 정보 인권 문제는 시장경제에 맡겨서는 해결이 안 된다. 공공이 개입해서 규제해야 하는 영역이다. 개인 정보에 대해서 어떤 부분을, 어디까지만 수집한다는 규칙을 투명하게 법률로 제정하고, 법이 통과되면 다 같이 지켜줘야 한다. 그래서 참여연대의 역할이 중요하다(웃음).

 

김 대표는 “정보 인권 운동이 과거보다 위축됐다”며, “시민사회가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면이 있다. 과거에는 정보 인권 운동이 대정부 감시에 방점이 있었다. 지금은 기업을 상대로 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기업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며 편익을 누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 패러다임을 역전시키기 쉽지 않다”고 했다. 

 

– 작은 조직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나 질에 한계가 있을 텐데, 누구나데이터가 지향하는 ‘스몰데이터’ 가치에 대해 말해준다면? 

 

경제 뉴스나 세미나에서 ‘빅 데이터’를 강조하다보니 흔히들 ‘우리는 빅 데이터가 아닌데…’라고 반문하실 수 있다. 빅 데이터는 작은 조직과 관련이 없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모금이나 홍보 영역에서의 스몰데이터 분석은 쉽게 말해, 내가 게시한 콘텐츠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그 피드백을 실시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업을 했을 때, 사업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를 돌려 피드백을 받는 것과 피드백을 받지 않고 상상만으로 평가를 내리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2~3년 만 흘러도 두 조직에는 엄청난 격차가 생긴다. 그동안 전통적 모금·홍보 영역에서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웠고, 피드백을 받는 간격도 6개월, 1년 굉장히 길었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기술들이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그것이 우리가 제공하는 도구들이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녹색당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커리어 초반에는 대학입시거부 등 교육 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비영리 홍보와 데이터 영역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비영리 조직에서 온라인 홍보와 IT 쪽을 맡으면서 생각보다 비영리 생태계 전반적으로 역량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활동가다 보니 구조적 관점으로 보게 된 것이다. 왜 비영리만 유독 격차가 날까. ‘개별 단체 담당자의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단선적 시각보다 비영리 생태계 내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할 수 있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이 활동 역시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2017년 NPO파트너 페어 누구나데이터 부스에서 상담하고 있는 김자유 대표.

“똑같은 홍보의 굴레에서 벗어나세요” 문구가 눈에 띈다. Ⓒ김자유

 

– 누구나데이터 설립 5년 차다. 사용자 대표이자 활동가로서 내적 갈등을 겪은 적은 없나?

 

미션 지향적인 기업의 대표들이 겪는 문제일 텐데, 미션으로 가는 길과 이윤을 내는 길이 정반대일 수 있다. 여기서 미션을 선택하고 이윤을 보류하면 무능한 기업가라는 시선을 받게 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외부 투자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제약이 생기기도 한다. 경영적으로 봤을 때는 미션 지향은 이른바 영리 비즈니스 문법에 안 맞는 거다. 미션을 택할 것이냐 이윤과 성장을 택할 것이냐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매일매일의 도전이다.(웃음)

 

–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 후원자의 기부 활동이나 모금 패턴에 변화가 있을까?

 

이전 세대 같은 경우 공익이나 대의, 또는 헌신적 미션을 제시하면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이고, 이러한 활동을 하니까 매달 정기후원을 해달라는 호소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최근의 변화는 어쨌든 ‘기브 앤 테이크’가 돼야 한다. 막연한 대의가 아니라 후원자에게 명확한 효능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한 사업이나 프로젝트 단위로 캠페인을 하는 식으로 제공하는 가치를 구체화 한다든지, 굿즈 제공 등을 통해 캠페인의 효능감을 전달한다든지, 결국 후원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활동가 입장에서는 ‘굿즈까지 줘야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원하는 후원 방식은 분명 변하고 있고, 우리도 거기에 맞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

 

– 올해 초 사회혁신가 ‘카카오임팩트 펠로우’ 11인, 〈시사저널〉 선정 NGO 분야 차세대 리더 100인으로 선정되면서 남다른 한 해를 보냈을 것 같다. 김 대표와 누구나데이터에 2021년은 어떤 한 해였나?

 

가능성을 입증해 보이는 한 해였다. 내년에는 가시적 변화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더 많은 중소조직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모금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캠페이너스의 경우 전문가 도움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 매칭 시스템을 구비, 빠르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한 현재 기존 고객들에게 ‘오늘의데이터’라는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디지털 모금 성과 리포트를 카카오톡으로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데이터 전문가가 아닌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 김자유는 개명한 이름이다. 인간 김자유가 꿈꾸는 자유로운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누군가에게 간섭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만들어낸 편견과 구조 속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모두가 함께 사회를 바꿔야 개인도 행복해질 수 있다. 내가 비영리 조직과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➊ 웹사이트 방문자를 임의로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에는 기존 사이트를 보여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새로운 사이트를 보여준 후 어느 집단이 더 높은 성과를 보이는지 측정하는 것


글. 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사진. 장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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