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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할 수 있는 곳곳에서 

황재호 회원

 

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

Ⓒ 장은혜 

 

아파트 동대표, 학교운영위원 등 지역에서 다양한 자치 활동에 참여하면서 새해엔 참여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힌 회원이 있다. 그는 작년 총회 안건 투표에서 “2022년에는 운영위원으로 참여해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던 황재호 회원이다. 참여연대 운영위원회는 공동대표, 운영위원장단, 집행위원장단, 사무처장단, 회원모임 대표 등의 ‘당연직 운영위원’과 추천과 추첨을 통해 선출되는 ‘선출직 운영위원’으로 구성된다. 언젠가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회원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 장본인을 만나게 되니 반가울 수밖에. 참여사회 인터뷰를 위해 반차까지 쓰고 서촌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준 황재호 회원을 만났다. 

 

 

2016년 성남시가 주최한 ‘우리역사바로알기’ 시민학교에서 김정인 교수 강연을 듣고 참여연대에 가입하셨다고 들었어요. 당시 강의가 꽤 인상적이었나봅니다. 

 

참여연대는 그전부터도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어요. 실제 계기라고 한다면, 박근혜 정부 시절 참여연대가 압수수색을 당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 처음 후원회원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 뒤로 김정인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실천으로 이어진 거였죠.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니, 멀리서 후원만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를 제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동대표도 맡고 계시다고요. 저희도 동대표 뽑는 게 항상 일이거든요.(웃음) 어떻게 맡게 되셨나요?

 

원래는 2년마다 동대표가 바뀌게 되어 있는데 제가 나설 당시엔 그 자리가 공석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불편사항이 생겨도 관리소나 운영위에 전달할 통로가 없었던 거죠. 제가 직접 통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어요. 요즘은 주민들이 경비실을 찾아갈 때나 관리사무소에 부탁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저한테 먼저 말씀해주고 계세요.  

 

해보시니 어떤가요?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 힘든 점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동대표 될 때 내걸었던 공약을 100% 실행하진 못 했지만, 어느 정도 개선이 되는 게 눈에 보일 때 보람을 느껴요. 예를 들어, 저희 아파트 건물 뒤에 테니스장이 하나 있는데 단지 밖 주민들이 와서 저녁에 술판 벌이는 일이 문제였거든요. 그걸 못하게 한 게 하나 있고요. 한밤중에 테니스장 불빛이 집안까지 들어와서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많았어요. 테니스장에 불빛 차단용 가림막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아파트 단지 공금으로 처리한다고 하길래, 테니스동호회 회비로 처리해달라고 요구했죠. 또 주민들한테 민원이 들어오면 동대표 회의에서 논의를 거치고 회의 결과를 게시판에 붙이잖아요. 그럼 주민들이 그 밑에다가 ‘이것도 해결해주세요’ 하고 메모나 댓글을 남겨주시거든요. 그럴 때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 뿌듯하죠. 

 

힘든 거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걸 실감할 때요. 어떤 사람은 동대표를 봉사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분도 계세요. 다들 자기만의 기억이나 가치관이 확고해서 마치 여당과 야당 싸우듯이 시기나 이익 다툼, 편 가르기가 생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가 동대표 중에는 비교적 어린(?) 편이라, 중간에서 조율하려고 노력하는데도 잘 안 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수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파트 내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일도 어려운 일이에요. 가령 누수가 발생하면 공동 누수인지, 세대 단독 누수인지 따져서 해결해야 하는데, 자칫 다툼이나 소송으로 번지기도 하고요. 

 

최근엔 지자체에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같은 곳도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아파트 세대 간 분쟁이나 갈등 해결을 위해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글쎄요. 한 세대가 져야 하는 의무나 책임에 대한 기준들이 아파트 단지마다 조금씩 다 달라서요. 해석도 각기 다르고요. 그래도 공통으로 갈등을 빚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좀 더 표준화해서 널리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고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도 다 달라서 조정 과정이 굉장히 힘들 거든요. 그러다 보면 주민들끼리 감정이 상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제일 안타깝죠. 좋은 해결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주민 자치 교육이 더 확대되면 좋겠어요. 테니스장 문제라든가,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안을 형성할 수 있는지, 긍정적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요. 

 

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

Ⓒ 장은혜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운영위원도 맡고 계시다면서요?

 

네,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인데, 중학교 진학 이후로 코로나 확산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친구들 사귀는 것도 어려워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들의 학교생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져서 학교 운영위원에 지원하게 됐죠. 당연히 제 관심사는 아들이 학교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게 주목적이고요. 예를 들면 등교할 때 복장이 더 편하면 좋겠고, 두발 규정도 더 자유로웠으면 해서 초반엔 학생 인권 조례를 업데이트 해달라는 주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역시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구조나 분위기가 아니더라고요. 실제로는 학교 운영에 관한 대부분을 행정실이 주도하고, 학교운영위원회는 거수기 역할에 머무를 때가 많죠. 

 

아쉬움이 크시겠어요.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학교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으세요?

 

할 수 있으면 하려고요. 어찌 보면 학교도 하나의 지역공동체잖아요. 자신이 속한 지역공동체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아파트 동 대표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동 지역자치예산위도 맡고 있는데, 이것도 의미가 커요. 지역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논의하지 않으면, 각자 이권 챙기는 데만 돈을 쓰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 앞길에 꽃길을 조성해주세요’ 라는 건의가 들어왔는데 특정 단지 사람들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면 그쪽 단지에만 꽃길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거든요. 주민들이 골고루 참여해야 서로 이견도 조율하고 편향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참여할 수 있는 곳곳에서 활동하는 것이고요.

 

요즘은 ‘우리 가족 챙기기’만도 급급한 시대잖아요. 이렇게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가 예전에 노사모 활동을 잠깐 했었는데요, 어떤 단체에서 활동을 하면 지역에 가서도 그 사람들끼리만 모이게 되지, 다른 주민들과 만나서 지역의 변화를 위해 같이 활동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실제 지역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공동체가 발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찾아서 신청하고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나이가 들면서 결국 삶의 기반은 지역이 될 거잖아요. 자기 이익이나 이권만 주장하는 이기주의를 벗어나서 함께 잘 살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참여연대 ‘성남용인광주 지역회원 소모임’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계세요. 매달 주제를 정해서 특강도 진행하고 친목도 다진다고 들었어요. ‘성남용인광주 지역회원 소모임’ 활성화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저희 모임에 다양한 루트로 참여연대 활동을 경험한 분들이 많이 계세요. 자원활동 하셨던 분, 산사랑 회장님도 계시고요. 또 저는 팔로워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누군가 뭘 해보자고 제안할 때, 그걸 지지하고 따라와 주는 팔로워십이 우리 모임에 잘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서로 ‘나만 잘났어’ 하고 있으면 모임이 안 굴러가잖아요.(웃음) 

 

특강 외에 지역회원 소모임에서 계획하신 활동이 있다면요?

 

최근 몇 달간은 모임에서 ‘지역 시민단체 소개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환경운동과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활동가를 초대해서 단체 소개도 듣고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 들었는데요, 지역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거잖아요. 탄소중립이나 RE100 관련 캠페인을 주변에 같이 알리면서 실천할 수도 있고요. 앞으로 이런 일들을 꾸준히 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 

2019년 ‘성남용인광주 지역회원 소모임’ 남한산성 산행 후 뒷풀이 장소에서 월간 모임 준비 자료를 넘겨주는 황재호 회원의 모습 

 

 

작년 총회 안건 투표 후 남겨주신 메시지에, 2022년에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으로 참여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운영위원이 되면 특별히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제가 하는 일이 기계 프로그램 개발 쪽인데, 당시에 뭔가 참여연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썼던 것 같아요. 학부는 물리학을 전공했고 석사는 회계세무, 박사는 경영공학을 했거든요.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지 않을까 해서 배워둔 것들이라, 그게 참여연대에서 조금이라도 활용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황재호 회원에게 참여연대란? 

 

시원한 바람! 삶에서 뭔가 좀 아쉽고 부족함을 느낄 때, ‘이런 건 어때?’ 하고 방향이나 방법을 제시해주고,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것을 던져주기도 하는, 그런 바람 같은 느낌이에요. 

 

은퇴하고 나면 지역에서 주로 사람들을 만나서 어울릴 텐데, 그들이 이권에만 신경 쓰지 않고 함께 잘사는 공동체에 관심 두길 바란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런 이들만 골라서 사귀는 게 아니라, 본인부터 그런 사람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활동한다는 말씀이 내내 여운을 남겼다. ‘지역사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각기 다른 방향성과 중심 가치를 지닌 이들이 한데 모여 사는 지역사회에서, 서로를 조율해 가는 수고에 기꺼이 헌신하시는 황재호 회원이 참 멋지고, 감사하다.

 

 

➊ 당연직 운영위원은 공동대표, 운영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정책위원장, 정책자문위원장, 사무처장, 협동사무처장, 각 회원모임의 대표로 한다. (참여연대 정관, 2020.3.5)

➋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의 약칭

➌ ‘Renewable Energy 100’ 약자로, 재생에너지 100 즉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글. 이은주

‘지혜로운 협력대화 모델’ 와이즈 서클 대표. 민주적 의사소통 및 회의, 진행자 과정 프로그램으로 학교, 마을 공동체, 민간단체나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참여연대 운영위원 및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장은혜 

녹취. 조연우 참여사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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