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9월 2022-08-30   87

[회원인터뷰] 절친이 함께 오면 벌어지는 일 – 문현·강은하 회원

절친이 함께 오면 벌어지는 일

문현ㆍ강은하 회원 

 

월간 참여사회 2022년 9월호 (통권 298)

ⓒ장은혜 

 

참여연대 부설 시민교육기관 아카데미느티나무를 둥지 삼아 꾸준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지성과 감성, 영성을 열심히 키우는 이들이 꽤 많다. 그중 제법 소문난 짝꿍을 이번에 만나보았다. 강좌는 물론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연극단에서도 함께하는 둘은 고교 동창 사이란다.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한 사람이 오는 것도 실로 어마어마한 일일진대,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농도 짙게 나누며 성장의 시너지를 내온 절친한 친구 둘이 참여연대에 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두 분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연극단으로 같이 활동 중이시죠? 함께하시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문현(이하 ‘문’) 저는 참여연대를 전혀 모르던 사람이었고 2016년에 ‘시민연극워크숍 낭독 연극’ 강좌를 처음 수강하면서 아카데미느티나무를 접하게 됐어요.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당시 ‘희곡’이란 키워드로 강좌를 엄청 찾아 헤매다 발견했지요. 강좌가 끝났는데도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헤어지기 아깝더라고요. 그 길로 바로 시민연극단에 들어갔어요. 그땐 공연을 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연극 무대에 서게 됐고, 제 생애 첫 공연에 이 친구를 초대하게 된 거예요.

 

강은하(이하 ‘강’) 가장 친한 친구가 연극 무대에 오르다니! 첫 회는 그저 신기함으로 봤는데, 두 번째 관람하러 갔을 때는 정말 너무 재미있어 보이고 제 안에서 뭔가가 샘솟더라고요. 극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다 빠져나가는데 저도 모르게 “나도 하고 싶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옆자리 있던 다른 친구가 “그럼 너도 해”라고 해준 한마디에 용기가 생겨 강좌를 등록했어요. 다른 일반 강좌들은 이미 몇 개 수강하고 있었지만, 연극을 배워볼 생각은 해본 적 없었거든요.

 

 

강은하 회원은 매년 창립기념일에 특별후원금까지 보내주신다고 들었어요. 두 분은 어떠한 마음으로 참여연대 회원이 되셨나요? 

 

 2018년은 제가 몇 년간 직장 없이 프리랜서로 완전히 고독과 외로움에 휩싸여 꽉 막힌 느낌으로 살던 때였어요. 쓸데없이 시비도 걸고 남편과 자주 싸우기도 했고요. 제 에너지를 어디로든 발산을 해야겠다 싶어서 아카데미느티나무에 왔더니, 직장생활에 대한 저의 욕구를 확인하게 되면서 제 삶이 새로워졌어요. 강좌 몇 개를 수강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렸고, 좋은 에너지를 받았고, 이후 일 쪽으로도 잘 풀리게 되었죠. 그래서 참여연대에 ‘고맙다’는 마음을 후원금 형태로 표현하는 거예요. 열심히 활동하는 우리 간사님들도 사무실에서 더위나 추위 걱정 없이 쾌적하게 일하시도록 보탬이 되고 싶고요.

 

 저는 아카데미 강좌를 수강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다 너무 좋고 배울 점이 많았는데, 이분들이 거의 다 참여연대 회원이라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니까, 저도 하게 됐어요.

 

 

올해 시민연극단 정기공연에서 문현 님이 극본을 쓰고, 강은하 님은 배우로 무대에 섰어요. 절친과 함께 연극을 준비한 경험은 어떠셨나요?

 

문 연극 〈7:28pm〉은 저와 저희 엄마에 관한 자전적 얘기예요. 그간 일기를 써놨던 게 극본이 되었어요. 배역은 연출자께서 선정했고요. 30년 이상을 봐 와서 서로 모르는 게 없는 그런 친구가 제 모습을 연기하게 된 거죠. 너무 감동적이고, 고마운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안 하고 싶었어요.(웃음) 연극적 재미를 위해서는 오히려 제 나이대나 경험과 상반되는 배역을 맡고 싶었죠. 그런데 저밖에 할 사람이 없겠구나 싶어서… 돌이켜보면 무대를 준비하면서 이 친구와 극에 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전혀 없어요. 이 친구도, 이 친구 어머니도 너무 잘 아니까. 작가에게 한 번은 질문할 법도 한데, 하나도 질문한 게 없었어요.

 

 저희 극단이 원래 서로 터치를 잘 안 해요. 극본이 나오면 연기는 배우의 해석대로 하도록 완전히 맡기거든요. 배우가 먼저 질문해올 때도 있지만 작가가 먼저 의뢰하진 않죠. 은하가 어렵진 않았는지 묻고 싶네요. 배우는 맡은 배역을 잘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친한 친구의 얘기니까, 저라면 좀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부담스럽단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친한 친구이고 에피소드도 다 아는 내용이어서 그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잘 아니까요.

 

 

연극을 포함한 예술 활동이 건강한 삶을 지속하는 데 무엇을 제공해준다고 보시나요?

 

 제가 좀 많이 거칠고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데, 연극을 하면서 에너지 발산이 되고, 대본을 따라 말하면서 감정이나 생각이 많이 정리되고 순화되는 경험을 해요. 

 

 생업에선 에너지를 잃는데, 여기선 이상하게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무얼 창조하고 직접 뭔가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신기함을 느끼니까 눈이 반짝여지고, 위로를 받게 돼요. 저는 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소극적인 사람인데, 소극적일수록 이런 연극이나 예술 강좌에 참여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살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나는 게 필요하거든요. 멤버들하고 연습할 때는 떨리고 부끄러운데, 막상 무대에 서서 관객 앞에서 환한 조명 아래 연기할 때 엄청 적극성 띄고 잘해요. 친구를 잘 사귀고 싶은 분, 인생이 무료하신 분이라면 시민연극단에 와보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극뿐 아니라 미술이나 악기 연주, 글쓰기 강좌도 좋고요.

 

월간 참여사회 2022년 9월호 (통권 298)
ⓒ장은혜 

 

문현 님은 교사로, 강은하 님은 회계사로 일하고 계세요. 참여연대라는 플랫폼은 두 분께 어떤 공간이길래 바쁜 생업 와중에서도 다양한 활동과 학습을 이어올 수 있었나요?

 

 이곳에선 어떤 얘길 해도 안전하다는 신뢰, 서로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갖는 위안 같은 게 있어요.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직장에서는 입도 뻥긋 안 하는 분위기고, 가까이 지내는 그룹들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우니까 답답하고, 말을 꺼내고 싶은데 할 곳이 없으니까 외로웠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와서는 사회적 이슈에 관해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아도 암묵적인 공감이랄까? 같이 탄식하거나 웃어버리거나, 말 안 해도 너무 막 위안이 되는 거예요.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들, 그 안에서 막 노는 거죠. 시민연극단 안에선 책이나 음악, 예술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지만 서로 삶의 내밀한 이야기도 나누거든요. 

 

 어디서도 꺼내 보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평가받을 거라든가, 어딘가로 새어 나가 소문이 날 거라든가, 그러한 걱정이 전혀 들지 않는 거죠. 사람들이 이상하게 너무 좋은 사람들이에요. 진짜 미친 것 같아요.(웃음) 그러니까 뭐 연극을 하거나 엠티 갈 때도 다들 너무 미친 듯이 열심히 해요. 

 

강 구성원 중에 어느 하나 그냥 숟가락 얹는 사람이 없어요. 다들 열과 성을 다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요.

 

 

회원 중에는 두 분처럼 지인과 함께 참여연대에서 여러 활동을 하길 바라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분들께 해주고픈 말씀이 있다면요?

 

 오랜 친구끼리는 대개 추억을 곱씹거나 각자 자기 사는 얘기만 하면서 지내잖아요. 저희는 추억을 계속 같이 만들어 가니까 너무 좋아요.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계속 만들어지니까 관계도 삶도 더 풍성해져서, 이러한 경험이 몹시 감격스럽답니다. 강좌를 같이 듣는 것도 좋은데, 그중에서도 독서클럽이라든지 연극이라든지, 좀 더 활동적인 강좌에 함께 해보시길 추천 드려요. 관계가 좀 더 확장되거든요. 덕분에 저는 어릴 때 쌓은 정보다, 지금 친구와 쌓은 정이 훨씬 더 커졌답니다.

 

 은하를 제가 (참여연대에) 끌고 왔다기보다는, 제가 연극 활동을 엄청 좋아하니까 그게 좋아 보여서 은하 스스로 온 거잖아요. 저는 그저 평소에 이야기 많이 들려주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좋은 활동이라는 걸) 많이 접하게 했던 것 같아요. 부러움을 샀달까요?

저는 두 분의 우정이 부럽네요.(웃음) 두 분은 앞으로 서로에게 어떤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하시나요?

 

 언제든지 전화해서 ‘야, 나와!’ 같이 영화도 보고 우울한 기분도 나누고 하면 좋겠어요. 표정이 안 좋아 보여도 묻거나 따지지 않고 코미디 영화 같이 보고 나오는 그런 사이? 연극하면서 이 친구를 더 가까이 지켜보니까, 정말 주저함이 없고 뭐든 두려움으로 여기지 않더라고요. 몹시 솔직한, 투명한 아이이고요. 제겐 없는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같이 만나면 되게 재밌고, 더 자주 만나고 싶어요.

 

 이 친구는 제게 영감을 주는 친구예요. 연극도 그렇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거든요. 친구! 나에게 계속 그렇게 영감을 주시게!

 

월간 참여사회 2022년 9월호 (통권 298)

ⓒ장은혜 

 

마지막으로, 공식질문입니다. 강은하·문현 회원에게 ‘참여연대’란?

 

 참여연대는 ‘숨구멍’이에요. 일상에서 숨 막힐 때가 많은데, 여기 오면 비로소 편한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아요. 의지하게 되고 위로를 받고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진 못하지만 참여연대는 어떻게든 해줄 것 같고, 해결해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거든요. 스마트폰에도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사이트 고정해놓고 수시로 들어가 봐요. 그리고 웃으실지 모르는데, 이사 갈 동네를 정할 때도 저도 모르게 참여연대와 가까운지 먼저 고려하게 돼요.(웃음)

 

 저는 참여연대, 특히 아카데미느티나무를 통해서 해방감을 느꼈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제가 소싯적 지녔던 ‘열등감’을 이곳에 와서 비로소 떨쳐버린 것 같거든요. 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힘도 약하고 공부도 못한다고 여겼어요.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도 보기 힘들었는데, 여기 오니까 여성들의 참여도 높고, 활동력 갖고 일 잘하는 여성이 엄청 많은 거예요. 저도 그녀들처럼 멋있게 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고, 그녀들과 교류하면서 지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참여연대, 감사합니다!

 

 

매 학기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를 서너 개 씩 수강하는 분들답게, 벌써부터 이번 가을학기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는 눈시울 붉히며 강의하는 ‘찐’ 강사들이 가득하고, 한국 사회의 내일을 한발 앞서 내다볼 수 있는 내용들이 풍부하다며 고마워했다. 그렇대도 배움과 성장의 크기는 제각기 아닌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배움을 흡수할 수 있는 친한 친구와 함께 수강하면, 성장의 속도와 크기는 배가 될 것이다. 참여연대에 소문난 절친 회원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이은주
사진 장은혜
녹취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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