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2월 2007-02-01   454

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

“대학에 다시 가고 싶어요.”

취직해서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야 할 나이에 갑자기 대학을 가겠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께서는 약간 당황해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군대까지 다녀온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뭘 어쩌자는 것인가. 대학 졸업장이 곧 고소득을 보장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지 한참인데 말이다. 매 학기 3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은 또 어떻게 마련할지 아마도 많이 막막하셨으리라.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냥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공부해보고 싶어요.”

우리 부모님께서는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너도 이미 군대까지 갔다 온 성인이니,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아빠 엄마가 형편이 되는 최대로 너를 지원해 줄 테니, 열심히 준비해 보거라.”

그 다음날부터 어머니께서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내 도시락을 싸주시고, 아버지께서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셨다. 아버지는 이미 환갑이 넘으셨고, 어머니도 환갑에 육박하신 분들로서, 두 분 다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계셔야 할 때에 철부지 막내아들 탓에 팔자에 없는 고생을 하시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두 분은 내가 시험 준비하는 1년 동안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수능시험을 치렀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안 되는 게 있는 걸까?’하는 자괴감에 빠져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괴로웠던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역시 부모님의 위로와, 못난 아들에 대한 변치 않는 신뢰였다.

“영준아, 단 한 번의 실패에 너무 실망할 필요 없어. 때로는 최선을 다했어도 네가 생각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야.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마지막엔 반드시 네가 원하는 뜻을 이룰 수 있을 거란다. 아빠 엄마는 항상 너를 믿는단다.”

내가 그렇게도 간절히 원했던 대학생활을 하게 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간다.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하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다. 간간히 1등도 해보았고, ‘난생 처음’ 장학금을 타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남들보다 훨씬 늦게 시작하는 못난 아들을 우리 부모님들은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주시며 응원해주신다. 요즘도 아버지는 술자리에 가면 내 자랑을 많이 하신다고 한다. 남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아들인데, 그런 아들이라도 아버지는 대견하단다. 철없이 날뛰고 속만 썩인 아들이건만, 그래도 부모님께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아들이란다.

언제나 내 곁에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날 격려해주고 내 편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이 두 분이 계시기에 난 오늘도 웃으며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다.

아버지, 어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합니다.

송영준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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