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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01월
  • 20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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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평화와 생명을 담은
무공해건축내장재

강지나 『참여사회』 편집위원

2002년 3월 대한민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관련해서 세상이 떠들썩했다. 바로 한 공군대령의 공익제보, 즉 양심선언 때문이었다. 공군에서 자체적으로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기종을 선택할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는데, 국방부에서 특정 기종의 선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반도 정세 상 군내부 일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데다가 워낙 한국군대는 민간과 거리감이 컸기 때문에 대령 한사람의 양심선언이란 당시로서 매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그 때 일로 유죄판결을 받고 전역하게 된 조주형 전 대령을 만나보았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진정한 군인의 공익 제보

양심선언. 이 말이 주는 의미심장함은 한국사회 만큼 역동적인 곳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한 개인의, 혹은 소수 몇몇의 양심선언은 공익을 위한 의로운 일이긴 하지만 개인에게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익성, 사회성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혀 있지 않은 한국사회로서는 개인의 이런 희생은 제대로 그 의미를 평가받지 못할 때가 많다.

  “양심선언이라는 말보다는 공익제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나만해도 그 당시 공군, 더 나아가 국익을 위해서는 도움이 된다는 소신 때문에 제보를 하게 된 것이고, 공군장병들에게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왜냐하면, 공군 내에서는 이미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었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기득권층이 단단히 결집되어 있고 그들 안에서의 봐주기 편법은 공공연하게 만연되어 있다는 점은 이런 공익제보자들이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든다. 더욱이 개인의 양심보다는 집단의 이익, 집단의 명예를 더욱 가치 있게 여기는 비합리적인 사회풍조는 투명한 사회보다는 혼탁하지만 ‘서로 정겨운 사회’를 만들라고 압력을 행사하면서 의로운 개인들을 짓누른다. 이런 집단의식이 강한 곳이 군대이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이라는 말이 전해주듯이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위계구조와 규율이 강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사 출신에 국비유학까지 다녀올 정도로 전도유망한 엘리트 군인이었던 그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나도 군인정신이라는 그 집단의식을 왜 안가지고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혹은 왜 개인의 생계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고 함부로 그런 일을 했을까도 고민해 봤다. 아마 윗사람들에게 살살거리는 재주가 없어서 그런 거 같다. 사회생활의 요령이 없는 거지.(웃음) 그래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상관이 뭐라고 해도 아니라고 말하곤 했었고, 꼭 공익 제보 말고도 아니면 아니지 어설프게 앞뒤 재서 요령피운 적이 없었던 거 같다.”

  그의 이런 말이 진정한 군인정신이자 애국심이 아닐까 생각했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사익을 저버릴 수 있는 정의와 의기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호루라기’아닌가 싶다.

군축과 평화통일운동에 새로운 이정표

그의 공익제보는 공군을 비롯한 군내부에서부터 군축과 평화를 고민해 온 많은 시민사회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선, 그의 발언 이후에 2002년 7월 공중조기경보 통제기를 사겠다고 군이 제안서를 작성해 올렸는데, 그때 평가제도가 바로 바뀌었다.

  “뭐 사실 평가서도 어느 쪽 기종이 더 좋게 보이도록 만들어 꾸미면 되니까 모두 진실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런 제도가 도입 되긴 했다. 또 그 사건으로 미국 측에서 2억 불 정도 깎아줬다. 결국 나로 인해 정부는 2억 불을 벌은 셈이다(웃음)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런 제안서가 인터넷에 전혀 공표 되지 않는다. 나 같은 미친놈이 제보를 하지 않는 이상, 대중들에게 굳이 밝힐 이유를 못 찾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의 공익제보로 막연했던 평화통일 운동에 군축이라는 분명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그의 공익제보는 군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 미국 군수산업과 연결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 기종을 한국 공군이 사도록 압력을 넣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즉, 우리군의 국방예산 대부분이 이런 무기경쟁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에 의해 낭비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전쟁을 할 능력이 없고 남한도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전쟁은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날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서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육군 중심 세력들이 큰 문제이다. 또 군복무 시절 무기 관련 부서에 근무하면 제대하고 무기업체로 대부분 간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그런 회사에 포진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옷 벗으면 그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해서 그런 회사에 있는 선배들을 도와준다. 자기가 현역일 때 무기 사는 걸 계속 만들어놔야 자기도 제대하고 그 일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조주형 전 대령의 제보는 성역처럼 여겨졌던 이런 악순환에 대해 시민사회가 발언할 수 있었던 첫 돌파구가 되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군축과 평화체제에 대해 문제제기 할 수 있었다. 2010년에는 여러 시민단체의 힘으로 평화협정 초안 만들고 법적 검토도 다 마쳤으며, 앞으로 남북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촉구하는 여론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군축은 국방예산 절감과 평화체제 공고의 효과  

“1992년 군에 있을 때, 지금은 군사평론가인 김성전 씨와 공군 전투발전단에서 전략연구를 했었다. 그때 공군 장기 전략서를 만드는 과정에 군대 규모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논의하면서 ‘최소방위충분성전력’이란 용어를 만들어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즉, 방위를 위해 최소한도로 필요한 군사력 규모와 자원만을 비축하는 개념을 제안한 것이다. 합참은 이 용어에서 ‘최소’라는 단어를 빼고 ‘방위충분성전력’으로 사용하여 군사력 규모를 산정하는 것을 보았는데 여기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한국군은 육군이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갖는다.

  무기발전 추세가 이라크전 이후에 해전과 공중전으로 이미 바뀌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지상군 중심의 군대를 구성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 이후 보호받아 온 육군의 기득권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그들의 밥그릇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력 규모의 비대화는 군대의 합리성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구조적 모순은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가져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남북간 군사경쟁이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시아를 무대로 한 방위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 진짜 필요한 것은, 남북대결이 아니라 오히려 만약에 생길수도 있는 동북아 주변국들과의 대응문제를 생각해서 최소 어느 정도만 방위성 전력을 비축하면 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이나 분쟁의 해결은 전투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외교와 국제적인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소 10일정도 버틸 수 있는 물자만 비축해 두고, 나머지는 모두 외교력으로 풀어내도록 해야 한다. 전쟁나면 서로 그 피해를 입게 되는데, 장기간 전쟁이 일어나는 건 서로에게 손해일 뿐이다. 남북이 함께 동북아 주변국들에 대한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한 합쳐서 20~30만 정도로만 군대규모를 갖도록 협의하면 된다. 이런 제안은 사실 이미 90년대 후반에 남북한 화해분위기 속에서 논의되던 것이다.”

  군축은 직접적으로는 남북간 국방비 경쟁을 줄여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영역의 예산을 확보하게 해주고, 간접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남북한 평화체제를 공고화시켜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움직임에 모두 역행하고 있고 심지어는 전쟁까지 불사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니 돌아와도 한참을 돌아온 셈이다.

국민들의 치열한 관심과 목소리가 진정한 평화를 실현

한반도의 최근 정세는 일촉즉발의 살얼음 같기만 하다. 조 전 대령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면, 양쪽 모두 왜 저런 무모한 짓을 할까 싶다. 전쟁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민족인데 힘겨루기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추가 사격훈련도 마찬가지다. 말 꺼내 놓은 것이 있으니 실력행사 하듯이 한번 무력시위를 하는 짓인데, 참 한심하다. 국민들이 과연 그걸 동의하나? 그런 점에서 보면 국민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에 대해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너무 미약하다. 천안함사건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은데, 사실 내심으로는 누군가가 나처럼 공익을 위해 제보를 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었는데, 내가 너무 해군장교들을 믿었던 모양이다(웃음).”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거치면서 주위 강대국들의 촉각이 더욱 곤두서고 한반도가 연일 세계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민족이 정신 차리고 제대로 올곧게 서야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 군사 분야의 진정한 한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수의 반대는 진보가 되어 버렸다. 어디나 그 나라의 가장 극렬한 보수주의자가 바로 민족주의자이다.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군국주의의 기본은 모두 다 민족주의자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민족주의를 내세우면 좌익이며 진보라 하고, 친미세력처럼 외세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보수라고 내세운다. 진짜 보수주의가 자기 길과 자리를 잃어버린 현상이다. 민족주의가 보수로서의 제 색깔을 잘 찾고 우리 민족이 제대로 주체성을 발휘해야,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많은 이주민노동자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면서 그들을 인정해줄 수 있는 자신감과 여유도 생기게 될 것이다.”

생태와 환경의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 고민

유죄 판결을 받고 전역하면서, 그는 군축과 평화의 문제보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나하는 삶의 방식, 생명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물론 현재에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생명평화 마중물’의 주요인사로 평화통일과 생태환경에 관한 일에 매진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 가느냐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에 운동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관심을 갖게 돼서 평화나 생명 관련 일을 많이 하는걸 보게 된다. 평화와 생명이라는 것이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살면서 에너지를 더 줄이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더불어 살아갈까 고민하고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는 5년 전 고향이었던 대전 유성이 개발붐을 타자 그 터전을 정리하고 생거生居 진천에 자리를 잡고 무공해건축내장재를 만드는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주위 도심과 떨어진 곳에 공장과 집이 자리 잡고 있어서 산과 내가 흐르는, 말 그대로 청정지역에 살면서 닭과 흑염소도 키우며, 농사도 짓고 있다.

  얼핏 그가 군인 출신에 한반도의 평화운동에 족적을 남겼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좀 이색적인 현재의 모습이 아닐까 여겨지지만, 결국 군대와 평화의 문제는 어떻게 살아가느냐와 직결된다고 생각해보면 가장 관련성이 깊은 삶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문현답을 던져 보았다. 혹시 다시 2002년의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다시 그때가 된다면 훨씬 더 계획적으로 주위 분들과 상의해서 더 효과적으로 잘 했을 것 같다(웃음). 여전히 우리 사회에 개인적으로는 희생이 되지만 공익을 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선배 세대보다는 후배 세대들에게 더 기대를 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 희생시키지 않고 자기가 성공하는 것은 좋지만, 다른 이들을 짓밟고 내 이익을 챙겨야 하고, 혹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욕심으로 공익을 저버리려고 하는 이 시대에 공익 제보자는 매우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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