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11월 2011-11-04   2194

아주 특별한 만남-여럿이 하나 되는 소리,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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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하나 되는 소리, 참 좋다!

오세은, 한재연, 홍의표, 고동주, 조창환 참여연대 회원모임 ‘참좋다’ 회원

 

 

이경휴 수필가, 『참여사회』시민기자

 

가을이 깊어간다. 설악의 단풍들이 서둘러 남녘으로 내달리며 온 산야에 불을 지핀다. 서울을 품고 있는 내사산內四山 – 북악·인왕·목멱(남산)·낙산(혜화동) – 도 하루가 다르게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며 혼탁했던 마음을 청아한 볕살에 헹궈내고 있다. 10월 내내 악다구니 치면서 뒹굴었던 선거판의 흙탕물까지 말끔히 씻어내게 하는 자연의 고마운 은전이다. 하지만 이 은전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게다. 곧 바람이 가파르게 날을 세우며 빌딩과 빌딩 사이로 자투리 하늘을 처연히 걸고 사람들을 종종걸음 치게 하리라. 낙엽조차 떨어지기가 무섭게 쓸어 담아 가는 도심의 비정이 더욱 한기를 느끼게 한다.

  광화문 세종로 주변의 그 많던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실물은 사라지고 환상만 좇게 하는 도시, 향기 없는 도시, 박제된 도시가 서울의 얼굴이다. 21세기는 감성을 파는 디자인 시대라는 말을 교묘히 퍼뜨리면서 탐욕을 자극한다. 새빛둥둥섬, 디자인 서울, 서해뱃길… 허황한 말과 수식으로 사람들을 이미지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한강 르네상스’, 이 얼마나 그럴싸한 조어造語인가.

  서양사에서는 르네상스 이후에 사람들은 부쩍 탐욕스러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계급과 부가 세습되고 변화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중세까지 사람들은 순진했지만, 계급과 명예와 부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근대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점점 야심만만해졌다. 더구나 사회를 분열시키는 악덕이자 저주의 대상이 되었던 탐욕이 19세기 부터는 ‘이익과 이윤’ 같은 공명정대한 단어로 교체되면서 존경할 만한 가치로 거듭났다는 분석은 참으로 흥미롭다. 흡사 지금의 우리 사회를 예단했던 열쇠말인 듯하여 움찔하기도 하다.

  게걸스런 탐욕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 부화뇌동附和雷同 하지 않고 청빈한 탐욕으로 사람들에 울림을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여럿이 만나니 왁자지껄한 인터뷰가 되리라 짐작은 했지만 시작부터 풍자와 해학은 울림의 수위를 넘어섰다. 인터뷰이들의 숫자에 눌렀던 압박감(?)이 일시에 무장해제 되어 카페 ‘통인’은 해방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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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못지않은 자기소개

회원모임 ‘참좋다’의 선남선녀 다섯이 깊어가는 가을 밤에 모였다. 회사원, 전업주부, 교사, 활동가, 기자가 내는 시끌벅적한 소리는 그대로 화음이었다. 유쾌한 화음이었다.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오세은(25세)회원. 모순형용법적 표현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캐릭터이다.  대학 때 민중가요 노래패 경력과 참여연대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참좋다’에 발을 딛게 되었다고 한다. 5년차 회원임에도 불구하고 고속 승진으로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미모와 실력과 언변을 갖춘 재원이다.

  97년 5월 ‘참좋다’를 태동시킨 든든한 선녀, 한재연(40세)회원. 참여연대 간사였을 때 창립 멤버로 조직을 도맡아서 오늘에 이르게 했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회원들을 챙기는 큰누나이다. ‘10월 1일부로 전업주부로 명 받았음’을 씩씩하게 신고했다. 식구들의 전폭적인 환영이 그려지는 분위기였다.

  전직 회장이었던 믿음직한 선남, 홍의표(37세)회원. 2년 전, 일제고사 선택권을 존중한 교사에 대한 파면과 해임의 부당함을 외쳤던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2009년 1월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초등학생 특유의 장난기가 넘치는 얼굴이다. 반가운 마음에 서로 손을 선뜻 내밀었다.

  노래패 속에 명상가 한 명이 앉아있는 듯한 신비한 선남, 고동주(31세)회원. 분위기답게 종교신문 기자이다. 한 때는 집회장의 프로 가수였으며 대학에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삼십 여 년 세월을 다져온 내공의 달인이다. 대학 노래패에서는 오세은 회장의 선배였는데 ‘참좋다’에서는 그녀의 후배가 되었다며 맑게 웃었다.

  마지막 듬직한 선남, 조창환(36세)회원. 도시와 농촌 교류에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활동가에다 연예인의 기질이 다분한 ‘끼’와 총 대신 국자를 들었다는 취사병 출신이지만 국가공인 요리 실력이 무색한 요리계의 선각이란다. 노래와 편곡 실력이 뛰어나서 ‘참좋다’에게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요구하며 판을 이끌어가는 노림짱(모임 때 노래를 진행하는 사람)이다. 덕분에 집회에서 노래할 때마다 메들리로 노래를 엮어 부르기도 하고 편곡 버전의 노래를 부른다. 때문에 2년 전, 이용석 열사 추모가요제에서 ‘참좋다’에게 인기상을 안겨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출장이 잦지만 목요일 연습 시간을 위해 출장 날짜를 조율하는 ‘열혈 참좋다’이다.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한 획을 더하자면 미혼이다. 실력·성격·인물·재능·유머·겸손까지 고루 갖춘 ‘종합선물세트’형의 선남이다. 이 선물을 받고 기쁨을 누릴 여성을 찾는 게 ‘참좋다’회원들의 간절한 바람이란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관심 갖고 읽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때문에 지면이 많이 할애된 이유이다.
 
정기공연 ‘서울살이 어떤가요?’

노래가 좋아 만난 사람들이라 참여연대 회원가입 동기도 ‘참좋다’에서 시작되었다. 매년 빠짐없이 정기공연을 한 탓에 올해로 공연 횟수가 14회에 이르렀다. 각종 집회에 초청되는 자칭 ‘우리나라 3대 노래패’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모두가 흐드러지게 웃었다. 당연히 참여연대의 후원의 밤, 송년회 등 모든 행사에서 흥을 돋우는 ‘기쁨조’로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올해 7월엔 간사들을 위한 특별공연도 카페통인에서 열었다.

  하지만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은 정기공연이다. 이를 위해 회장에게 홍보의 기회를 주었다. 때를 만난 물고기처럼 유연하면서도 오달진 말솜씨가 청산유수다.

  “<서울살이 어떤가요?>라는 주제의 노래극 형식으로 1시간 30분 정도를 예정합니다. 연초에 주제를 잡고 꾸준히 준비를 했고 추석 지나고는 본격적인 연습으로 들어갔죠. 때문에 오늘도 빡센 연습 일정에서 특별히 시간을 조금 내어드린 겁니다.”

  “한강르네상스다 뭐다 하며 겉만 반지르르하지 서울에 밀려나고 쫓겨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들의 애환을 노래로 표현하고 위로하고자 준비한 노래극입니다. 17~18곡 정도를 선곡했고 메들리도 2곡 있어요. 기대할 만한 공연일 거예요.”

참좋다 14회 정기공연

 

우리 마음 속엔 피가 끓어요

‘참좋다’ 나름의 고민을 물었다. “장기파업 현장 등에 가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지, ‘지들이 좋아서 하는 노는 짓’ 쯤으로 여겨지진 않는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엔 피가 끓어요. 노래하는 사람들의 노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아실까요? 더구나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투영된 노래를 함께 한다는 건 큰 행운이지요. 공연을 위해 우리가 쏟는 노력과 정교한 작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과정입니다.

 
  노래하고 싶지만 그럴 공간이 많지 않다는 게 고민이죠. 동시에 우리의 활동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냐는 문제도 있어요. 공연 요청이 와도 함부로 나갈 수는 없잖아요. 항상 우리의 후광은 참여연대니까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인상적이었던 공연으로 화제를 돌렸다. 모두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홍의표 회원이 먼저 시작했다.

  “2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 때였어요. 교보문고 앞 트럭에 올라서서 노래를 부르는데 촛불 물결이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 노래에 맞춰 촛불을 흔들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죠.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멎는 듯해요. 기억에 남는 공연이 또 하나 있죠. 한 노조의 실내 공연이었는데 분위기를 띄워준다고 그랬는지 무대 위로 거품을 쏴주더라고요, 입으로 거품이 들어와서 그야말로 거품 물고 노래했죠.”

  순간 폭죽처럼 튀어나온 웃음소리에 밤이 환해졌다. 이어 웃음 띤 얼굴 그대로 말수 적은 고동주 회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저는 회장따라 ‘참좋다’에 들어왔죠. 2008년 정기공연 때 스텝으로 세은이를 도와주었는데 그 공연을 보면서 다시 노래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어요. 학교 졸업하고 직장 다닌다고 일 년 정도 노래를 쉬었죠. 직장 생활이라는 게 사회참여 부분이 허한데 ‘참좋다’의 공연은 두 가지를 다 만족시켜주기에 스텝으로 뛰었던 2008년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시간 제한만 없다면 1박 2일도 모자랄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참좋다’가 참 좋은 이유는 조창주 회원에게로 넘어갔다.

  “사람들이 참 좋죠. 노래는 잘 하지는 못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화음을 내면 정말 좋은 노래가 됩니다. 시민운동의 힘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개개인의 힘은 부족하지만 연대하면 큰 힘이 되듯이. 2009년 ‘참좋다’의 정기공연은 저에게 잊었던 꿈을 다시 불러온 해입니다.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지만 항상 ‘참좋다’라는 끈을 잡고 참여연대와 함께 나아갈 생각입니다. 우리가 참여연대 홍보대사 아닙니까? 어느 집회장에서도 우리가 가면 그들은 참여연대가 온 걸로 알고 참여연대가 그들을 지지해주는 걸로 생각해요.”

  결코 이의 없는 말이다. ‘참좋다’가 참여연대의 홍보대사라는 명백한 사실이.

  다른 회원들이 연습을 위해 모여드는 기척이 들렸다. 요긴한 시간 더 이상 그들을 잡고 있을 수가 없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끝으로 참여연대에 바라는 자유발언의 기회를 주었다. 익명으로 편집 없이 쓰겠다고 하자 순간 시끌벅적해졌다.

  “공연 티켓을 잘 안 팔아주더라고요. 참여연대가 공연 스케줄 매니저먼트 역할을 해주면 활동 범위 때문에 고민 안 하겠는데, 회원 모집에 힘을 실어주면 좋겠는데, 간사들과의 소통이 잘 안되더라고요”

  불만 한 소리 나올 때마다 웃음소리는 화음으로 울려 퍼지며 가을 밤은 깊어갔다. 노래에 대한 욕심은 탐욕 수준이지만 이게 그들 삶의 동력이 아닐까. 그것으로 인해 우리들의 삶도 더불어 향기롭고 아름다워지는 것을. ‘참좋다’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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