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자원활동 2016-08-16   1775

[자원활동가 인터뷰] 진수정 시민참여팀 자원활동가

[시민참여팀] 참여연대의 자원활동가는 상근 활동가들과 손발을 맞춰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입니다. 10대 청소년부터 일흔이 넘으신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학생, 주부, 직장인, 은퇴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원활동가들의 숨은 활약을 자원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알려드립니다.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타인을 위한 삶이 희생이 아닌, 곧 저를 위한 삶이 되는..그런 사람이요”

시민참여팀 자원활동가 진수정님

 

 

자원활동가 진수정님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를 뚫고 어렵사리 만났다.

일정이 끝난 오후, 더운 날씨 때문인지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인지

조금은 피곤한 기분으로 수정님을 기다렸다.

‘오늘 하루 수고 많았지? 나의 에너지를 나눠 줄게!’라고 외치는 듯한

수정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간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지고

역시 사람은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여권사진 두둥~! ←이렇게 생기신 분입니다. 🙂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6월 20일부터 8주간 자원활동을 시작한 진수정입니다. 언론이나 뉴스에서 참여연대를 접했는데, 그저 유명한 시민단체로서 생각했을 뿐 자원활동, 인턴을 할 거라고 혹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그러던 와중 학교에서 산학실습을 나가게 되었는데 ‘바로 이거다’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방학동안 좀 특별한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신문에서만 접했던 집회나 시위, 서울에서 일을 하게 되면 직접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 같았어요. 꼭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Q. 그럼 시민단체 활동에 그전부터 관심이 있었나요? 
A.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평소에 책이나 신문을 읽는 것을 즐겨해요. 매일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이에요. 신문을 읽게 된 것이 정주영 회장이 초등학교도 안 나오신 분인데, 박정희 대통령이 정 회장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소학교도 안 나오신 분이 어떻게 자기보다 학력이 높은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가’. 정 회장은 신문학교를 나왔다고 대답했다고 해요. 세상을 보는 통찰력, 신문에 글을 개제한 전문가들이 나의 선생님이었다고. 그것들을 보고 세상이 흘러가는 흐름을 봤다는 것이지요. 
대학에 와서 학교공부도 중요하지만 4년 후에 머리가 텅텅 빈 대학생이 아니려면, 제대로 된 지성인이 되려면 책이나 신문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BS 다큐프라임 중에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를 보고 충격을 받은 요인도 있었죠. 

 

Q. 생각했던 대학이 아니었나요?
A. 내가 왜 대학에 가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냥 다 가니까, 안 가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없고,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으니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다큐프라임)을 보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중고등학교 교육들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앞으로 내가 4년 동안 어떤 대학생활을 보내야 졸업 했을 때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거죠. 그래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Q. 공익활동가 학교도 참여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A. 외부에서 교수님들이나 관련 전문가분들을 모셔서 강연을 듣는 활동이 많아요. 노동이나 인권, 교육, 국회 관련 강연을 듣고 서로 토론을 하거나 직접 국회에 탐방을 가서 국회의원도 만나보고. 내일은 삼성 반도체 농성장을 가는 등의 활동을 할 것 같아요. 

 

Q. 최근에 들었던 강연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나요?

A. 정희진 선생님 강연을 들었는데, 한국사회와 젠더폭력에 관한 것이었어요.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이 두 번째예요. 공익활동학교를 하기 전 청년참여연대에서 성평등 분과에서 주최했던 강연을 들었었어요. 정희진 선생님이 경향신문에 올린 칼럼들을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 강연을 들을 때 두서없이 얘기하시는 것 같아 충격이었어요(웃음). 그런데 두 번 정도 들으니까 두서없는 와중에 핵심이 있어서 메시지는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지막에 말씀해주신 명언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니체가 ‘선한 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약한 자가 되어라.’라는 말을 했다고 해요. 우리 사회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비정규직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약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생각의 전환이 되었어요. 그 후로 정희진 선생님이 달라 보였어요. 똑똑한 사람들은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웃음)

 

청년공익활동가 18기 프로그램 중

청년 공익활동가 학교 18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참여연대

 

Q. 시민단체나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하면서 지향점이나 가져가는 것들이 있나요? 
A. 문헌정보학과에 다니고 있는데, 기록관리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참여연대에 온 것도 우연적으로 학교와 연계되어 있어서 온 것이지만 사실 저는 약간 운명주의자예요(웃음). 내가 나중에 할 일과 분명 연관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참여연대를 소개할 때 강조하는 것이 ‘기억해야 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나중에 대학원 진학을 했을 때 시민단체는 어떻게 기록을 관리하고 있고, 정보공개센터 활동을 통해 권력을 감시하는 일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저희 학교 교수님 중 기록관리개론 수업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 얘기를 들으면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어요. 대부분 기록관리라 하면 국가기록원 같이 행정문서를 관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처음에는 저도 그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2014년도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명지대에서 학생들이 연대를 해서 4.16 노란 리본에 적힌 것이라던가, 포스트잇에 적힌 메시지들의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런 활동들을 대학원생들과 같이 했다는 것이죠. 이 얘기를 수업시간에 해주시는 데 심장이 뛰었어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에 나의 재능이나 지식들을 쓸 수 있고, 작은 것 하나(리본, 포스트잇)에 시민들이 남긴 글 같은 것들을 보존해서 나중에 그걸 보면 그 당시에 시민들의 의식의 흐름을 볼 수 있으니까 정말 의미 있는 일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반드시 행정문서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지 기록은 하기 때문에 내가 연구주제를 택하면 시민단체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정말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7월 4일부터 청년공익활동학교가 시작되서 그 앞에 2주 동안은 시민참여 팀에서 간사님들과 같이 일을 하는 쪽으로 했는데, 노란 리본 공작소에서 우편 작업을 한다던가, 사법감시센터에서 대법관 후보를 조사하는 활동을 했어요. 처음에 왔을 때 간사님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외부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지 않다, 사무적인 일도 많다, 와서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그런데 저는 사실 현장에 나가서 활동을 하는 것과 상관없이 간사님들 모습을 보면서 배웠던 것이 정말 많아요. 노란리본 공작소에 오시는 자원활동가 분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모습, 모든 것은 가위질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말도 해주시는 모습들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내가 단순노동을 하러 왔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활동들을 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뒤에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작은 것 하나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무일과 우편작업을 하는 것 뿐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감사하고 너무 재밌었어요. 

 

Q. 참여연대 활동을 통해 느낀 바가 많은 것 같아요.

A. 네. 여기서 일을 하면서 제 인식이 확장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정말 많구요.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 성소수자부터 시작해서 나와 다른 학력, 지역, 인종,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입장을 듣게 되니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지구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수정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A. 기록관리사가 꿈은 아니다. 직업은 내 삶에서 과정이자 경험일 뿐 꿈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먼저, 인상 좋은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에요. 어머니가 요양병원에서 일을 하시는데,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나중에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나랑 말을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악수했을 뿐인데, 나의 인상을 보고 다른 사람이 ‘아, 이 사람 정말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구나.’, ‘정말 따뜻한 사람이구나.’ 이런 인상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또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이태석 신부나 나이팅게일이나 테레사 수녀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희생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보고 헌신했다, 희생했다, 봉사했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실 그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고 얘기했다고 하더라구요. 자신이 무엇을 해야 가장 행복하고, 또 무엇을 했을 때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이기적으로 그 방향을 지키려고 했다는 것이죠. 저 역시 먹고 사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로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사회를 위해서 나의 능력과 지식을 쓰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식적인 인터뷰를 마치고 사담을 나누었다. 각자가 사는 이야기, 앞으로 살게 될, 또 살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니 함께 한 공간이 따뜻해졌다.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에, 열심히 들어준 덕분이라고 답하는 수정님을 통해 자원활동가 인터뷰를 왜 하게 되었는지 새삼 곱씹어보았다. 당신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예전 마음을 떠오르게 해준 수정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 날의 인터뷰 역시 기억하고 기록하겠습니다!   

 

인터뷰 작성_박영민 자원활동가 (활동가를 위해 활동하고 싶은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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