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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22.01.10
  • 253

매주 월요일 유권자들의 대선 수다, 유권자의 스케치북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거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듣고 계신가요? 후보자의 말이나 의혹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과 무관하거나, 무분별한 의혹 제기 기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 대선을 앞두고 과연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유권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게임의 룰은 문제가 없는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꼼꼼히 파헤쳐보는 대선 <유권자의 스케치북(유스케)>을 연재합니다. 

<유권자의 스케치북(유스케)> 연재 종합 페이지 바로가기 > https://bit.ly/유권자의스케치북 

 

비호감 대선과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가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후보들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거 운동에 한창이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까지 붙은 이번 대선에서 마음 줄 곳을 쉽사리 찾지 못한 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과거 여느 대통령 선거처럼 거대 양당의 두 후보가 여론 지지율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후보의 비호감도 또한 1-2 위를 다투고 있다. 후보 자질과 도덕성 논란으로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의 비호감도가 꾸준히 60%를 넘나들고 있다. 물론 여·야 양강 후보의 높은 비호감도가 상대 진영에 대한 깊은 정서적 반감이라는 진영대립과 양극화에 의해 증폭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위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의 결과로만 주요 대선 후보의 높은 비호감도를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중도층 유권자들만 따로 놓고 볼 때도 두 후보의 호감도가 절대 높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비호감 대선에도 존재감 낮은 제3 후보, 승자독식과 사표방지 심리의 작동탓

이처럼 양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꾸준하게 높은 비호감도를 보이자, 언론에서는 심심찮게 ‘후보교체론’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몇몇 대선 여론조사는 아예 “여야 대선 후보 교체 필요성”에 대한 문항을 추가해 그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나 아쉬운 사실은 이런 “비호감 대선” 정국에서도 제3 지대 후보들의 영향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넘기게 되면서 3자 경쟁 구도가 펼쳐지는 듯도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수많은 언론 보도의 포커스는 제3 후보의 당선 가능성보다도 보수 후보단일화에 있다는 사실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양강 후보의 지지율이 소위 ‘박스권’을 쉽게 탈피하지 못하고, 두 후보가 높은 비호감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왜 제3 후보들은 존재감을 높이지 못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어떤 이는 대통령 선거는 정당도 정당이지만 후보의 자질이나 인물도 중요한데 제3 지대 후보들의 역량이나 면면도 지지율 1-2위 후보에 비해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나 이념적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 유권자들이 느끼는 참신함도 10년 전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두 후보의 비호감도는 양강 후보에 비해 크게 도드라지지 않으며, 따라서 후보 자질과 인물이라는 단일 요인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승자독식을 특징으로 하는 대통령제 권력구조와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는 소선거구제 단순다수제 선거제도에 주목하게 된다. 특히나 진보-보수 간 진영 대립과 정치 양극화가 극도로 고조된 현재 한국 정치 환경 속에서 섣불리 제3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가 내가 가장 꺼리는 최악 후보가 당선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거란 불안감 때문에 지지율 1-2위 후보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더욱 결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정치학자인 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는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낳는다’는 소위 뒤베르제 가설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뒤베르제 법칙의 이면에는 선거 결과에서 내 소중한 한 표가 버려질 수 있다는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유권자가 본인의 정치적 선호에 보다 근접하게 투표할 경우 소중한 한 표가 낭비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이해한다면, 차선(次善) 투표를 유권자 책임으로만 몰아가기는 어렵다.

 

‘최선보다 차악’을 뽑는 선거, 결선투표제로 극복할 수 있을까

따라서 우리가 대통령제 권력구조 자체를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로 개헌할 것이 아니라면, 유권자들이 적어도 마음 편하게 본인의 선호에 따라 지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도 다수제(majoritarian) 선거 방식이 본질적으로 내포하는 유권자 의사 왜곡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소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유권자가 당선가능성에 대한 걱정 때문에 차악의 선택을 강요받는 환경은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어도 본선에 앞서 소위 후보들이 단일화를 단행하였던 역대 선거의 경험들을 기억하고 있다. 어차피 선거에 앞서 또 다른 유권자 선호 왜곡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여론조사 등의 불완전한 수단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고민할 바에야 아예 결선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한다면 유권자들이 보다 마음 편하게 그들의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이 우리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 정국에서 겪고 있는 근본적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우선은 대통령제에서 국가 수반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중요하다면 보다 많은 훌륭한 정치인들이 대선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물론, 선택지가 풍부해진다면 유권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도 있겠지만, 자질이나 역량 면에서 훌륭한 지도자감이 대선 경쟁에 더 많이 보인다면 선거 경쟁의 컨텐츠도 질적으로 제고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만큼 유권자는 행복한 고민에 노출되게 마련이다. 물론, 진보나 보수 진영의 대표적 대선 후보가 반드시 거대 정당 소속일 필요는 없다. 다만, 대통령제 하에서도 행정부-의회 관계가 중요한 만큼 일정한 의석 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정당들의 후보들이 집권 역량 면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따라서 진영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선거제 개혁으로 다원화된 정당 체계와 더 많은 선택지 만들자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수의 훌륭한 대선 후보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일정하게 다원화된 정당 체계가 필수적이다. 모든 정당들이 국회에서 100석 이상을 차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원내 교섭단체 구성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의 다양한 이해가 국회에서 반영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다 많은 ‘실질적으로’ 경쟁력있는 후보들이 출현할 수 있다. 우리가 종종 불안정한 남미의 사례를 들어, 대통령제와 다당제의 조합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통령 선거에서 뽑고 싶은 후보가 부족하다는 문제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채로운 정당 경쟁 구도가 필요할 수 있다. 물론, 다원적 정당 체계는 유권자 정치 사회 지형과 그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제도적으로는 보다 비례적인 국회의원 선거제도 도입을 통해 도출될 수 있다. 우리가 이번 대통령 선거와 함께 위성정당 등장 논란으로 얼룩졌던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을 돌이켜봐야 할 이유이다.  

 

본 칼럼은 오마이뉴스,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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