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억 수준에서 선거 하는 것 아니다”

최병렬 대표가 밝힌 정치권 돈 선거 실상

15일 정치개혁연대와의 면담에서 자신의 정치개혁 구상을 밝힌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발언 중간 중간에 현재 정치권의 돈선거 풍토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얘기를 쏟아냈다. 최 대표는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각 당의 선거자금 규모가 천억원 대에 이를 것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원내 과반수 의석을 보유한 야당의 대표가 지난 대선자금 규모의 실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공개한 결과가 됐다.

정치권이 돈 선거 풍토에 대한 최 대표의 발언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수도권 융단폭격론’으로 시작됐다.

“16대 총선 끝나고 수도권과 중부에서 (한나라당이) 너무 당했다. 현장조사를 해보니, 선거도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10% 정도 앞서는 곳에서는 거의 융단폭격을 당했다. 서울 ○○지역의 ○○○ 후보는 자신이 얼마를 썼는지도 모른다. 외곽조직이 아파트를 돌면서 뿌렸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의 근본을 바꿔야 한다. 역시 우리 현실에서 방법은 완전선거공영제다.”

최 대표는 역대 대통령선거에 소요된 각당의 자금규모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나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후보 등 세 분의 선거기획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의 전모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것이 국권을 놓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여서 나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된 이후에 돈 받은 것은 공격하지만 그 전에 받은 것에 대해서는 양심상 공격할 수 없다. 저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뭐, 몇 백억, 그런 수준에서 선거하는 것 아니다.”

최 대표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12월 18일 ‘2002 대선유권자연대’가 실사를 통해 발표한 각 당의 선거자금 규모가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천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볼 수 있다. 대선유권자연대가 당시 발표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지출규모는 각각 약 299억 원, 약 254억 원이었다.

이후 민주당 정대철 전 대표의 굿모닝시티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불거진 한나라당과의 정치공방 국면에서 이상수 민주당 전 총무는 민주당의 지난 대선자금 지출액이 361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의 대선자금 동시공개 주장을 거부한 한나라당 박주천 사무총장은 “우리는 선관위에 모든 것을 신고했고,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몇 백억, 그런 수준에서 선거하는 것 아니다”고 말한 최 대표의 발언은 시중에 나도는 ‘수천억원대 대선자금설’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은 물론, 민주당과의 대선자금 공방과정에서 ‘선관위에 신고한 것이 전부’라고 밝힌 한나라당의 입장도 뒤집는 것이다.

선거공영제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정치권의 돈 선거 풍토를 설명하기 위해 튀어나온 최 대표의 이날 발언으로 정치개혁의 시급성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장흥배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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