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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정치시평
  • 2014.12.03
  • 1387

 

[시민정치시평 283]

 

어미가 자신의 새끼를 먹는 사회

 :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의 찬반 논쟁을 넘어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대표

 

며칠 전 대학 동기의 결혼식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요즘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누가 자기 돈으로 집 사냐!"

 

하긴 그렇다. 2012년도 기준으로 서울의 중위 가격 아파트를 중위 소득을 가진 국민이 저축으로 집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75년으로, 20살에 취직을 해서 돈을 모아도 95살이 되어야 자기 분위에 맞는 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다. 전세 가격은 소득보다 더 빠르게 올라서 대졸 초봉 대비 서울 평균 전세가의 비율은 2000년도 2.45배에서 2010년 3.2배로 늘어났다. 그 이후에도 전세 가격은 꾸준히 올라 2010년의 평균 1.1억 원이던 전세가가 최근 수도권 평균 2억 원을 넘었다. 국내총생산(GDP)이 오르고 무역 규모는 8위권의 국가가 되었지만 정작 국민들의 보금자리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에게 스스로의 소득으로 전세나 매매로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가능한 희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포기할 만큼은 아니다. 조금 길긴 해도 90살이 되면 보금자리를 기대할 수 있다. 100세 시대에 걸맞은 포부가 아닌가.

 

최근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을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행복주택'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에 신혼부부에게 집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더 어려운 사람들을 함께 고려하며 추진될 수 있는지 등의 현실 가능성과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이 논쟁의 중심이다.

 

실제로 정부가 공급 의지를 가져도 주택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부지의 문제,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 예산의 부담 등 하나하나 난제이다. 그리고 우선순위에 대한 입장도 다양하다. 장애인, 편모 편부 가구, 저소득층 등을 두고 우선적으로 지원할 대상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더해 청년에 대한 지원까지 함께 논의하자고 하니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손사래 칠만하다. 청년의 불안, 누구나 젊었을 때 겪었던 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청년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젊은 날 한때의 가난은 낭만이 아니라 벗어나기 힘든 늪이 되었다. 최악의 고용률, 주거 불안의 상승, 생애 부채의 상승은 청년을 설명하는 꼬리표가 되었고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비율이 청년 사망 원인의 첫 번째를 차지하게 되었다. 더욱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불안한 삶을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이를 가지는 일마저 망설이게 하였고, 이는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를 만들어 냈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상실한 사회, 그 사회가 스스로의 목숨을 끊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이것이 보통의 청년이 마주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다시, 우리에게 필요한 논쟁은 청년이 다른 집단보다 얼마나 더 어려운가의 분별이 아니라 청년이 살아가는 삶을 통해 드러난 이 사회 전체의 희망과 절망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실현 가능한가', '우선 지원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되어야만 정책 집행의 구체적 방법도 찾을 수 있고, 다른 사회적 약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청년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청년 스스로 견디면 되는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 전체가 다루어야 할 문제인가.

 

청년 세대의 붕괴는 단순히 새로운 사회적 약자 집단의 등장과는 다르다. 생애 주기적 과정에서 특정 단계의 세대가 전체적으로 붕괴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사회 구성원이 겪는 어려움을 넘어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구조적 영향을 미친다. 유아, 청소년, 청년, 장년, 노인의 연결 고리로 구성되는 사회에서 청년층의 붕괴는 사회 전체의 붕괴와 연결된다. 한쪽이 빠져버린 굴렁쇠는 굴러갈 수 없다. 청년이 붕괴한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득도 세대)'의 출현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의 출현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의 위기로 이해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년의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특히 집을 둘러싼 갈등은 심각하다. 지난해 예산 660억 원을 편성하여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지으려고 했던 서울시 대학생 공공 기숙사는 부지 옆 단지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같은 해 목동에 지으려 했던 신혼부부가 입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은 여당 국회의원의 반대 서명운동으로 계획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성북구 의회에서 고려대학교 기숙사 승인을 반대한다는 결의문마저 채택되었다. 환경 파괴, 교통대란, 우범 지역화 등의 이유로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지만, "내 집이 6억인데 10억에 사줄 게 아니면 나는 절대 반대다"라는 외침 앞에서 기숙사를 반대하는 주장은 무색했다. 파행되었던 여러 공청회들 중 주민들이 청년들의 불안을 언급한 적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절망스러웠다.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한 어른이 청년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었다. 스크럼 밖으로 자식 세대의 보금자리가 내팽개쳐졌고 사회는 무력했다. 우리는 우리가 훗날 부양해야 할 그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버스를 대절하여 집회를 하고 피피티로 '왜 청년이 여기에 들어오면 안 되는지'를 설명해내는 어른들과 자신의 집을 더 높은 가격으로 사줄 것이 아니면 절대 반대라고 외치는 한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문득 빙하가 녹으면서 어미 북극곰이 새끼 곰을 잡아먹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어미가 자신의 새끼를 먹는 사회. 우리 사회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을까.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두 나라가 있다. 스웨덴과 일본이다. 두 나라는 1980년 후반 부동산 버블이 터져, 주택 가격이 폭락하였다. 경제는 빠르게 악화되었고 두 정부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일본은 한국 돈으로 800조 원에 달하는 정책 자금을 투여하고 저금리 등의 부동산 부양 기조를 취했지만 집값은 오르지 않았고, 반면 스웨덴은 양육, 보육, 주거 부분 지원 등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을 확대하여 청년이 자립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주택 가격이 회복되었다. 청년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간 나라와 청년이 아닌 기성세대를 통해 미래를 그리려 했던 나라의 차이는 분명했다. 우리는 그 기로에 있다. 한국 사회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우리 사회는 청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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