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법 어디까지 왔나

‘인간복제만이라도 우선금지’ 비윤리적 연구 촉진할 것

2003년초, 생명윤리법과 관련한 정부부처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국회 차원에서 새로운 법안(이상희, 이원형)이 제출되어 다시금 논의가 촉발되었다.

당시 클로네이드사가 계속해서 복제인간의 출생을 발표하고 있던 상황에서 일부 언론은 “인간복제 금지부분만 시급히 법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미 이상희 의원 등이 제출한 법안은 ‘인간복제 금지’만을 명시한 채 다른 연구분야는 법안에서 제외시켜, 사실상 그동안 관련 법 없이 진행해오던 연구를 계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만들었다.

국회에 이 법안이 제출된 만큼 해당 상임위원회에서도 각각 공청회를 열고 부처 업무보고를 듣는 등 관심을 보였다. 과기정위원회는 지난 1월 7일 공청회를 열고 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고, 보건복지위원회는 다음날인 1월 8일 복지부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생명윤리법 제정에 대한 업무보고를 들었다.

이날 복지부장관은 ‘인간복제금지’ 부분만 분리 입법하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배아복제연구를 ‘치료용’에 한해 허용하는 방향으로 과기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러한 복지부의 정책결정을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공동캠페인단은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분과와 면담을 갖고 ‘통합적 입법과 배아복제의 금지’라는 입장을 다시금 천명하였다. 하지만 인수위는 선거당시부터 명확한 입장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6일, 정부 단일 안이 마련되었다. 예상대로 ‘배아복제연구’를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다. 배아의 종류를 이원화하여 인간의 정자와 난자로 인공수정된 배아와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복제된 배아를 구분하고, 각각을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 한해서 허용하고 있다. 또한 배아연구 계획서를 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여 승인 받도록 하고 있으나, 연구비를 지원하는 다른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여, 사실상 현재 줄기세포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과기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지원과 규제를 동시에 관장하겠다는 과기부의 일관된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단일 안이 심사절차를 밝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19일에 열렸던 보건복지위원회의 생명윤리법 관련 공청회는 현재 국내의 논쟁 지형을 그대로 보여준 자리였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생명윤리’, ‘인간 존엄성’ 등을 주장하는 종교·시민단체를 과학발전을 가로막는 고리타분한 집단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법안은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인간복제를 막아야 한다는 대내외적 요구의 목소리가 높지만 ‘배아복제 허용여부’를 둘러싸고 지지부진한 공방이 거듭되면서 정작 법제정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복제만이라도 우선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명분에 밀려 법제정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경제적 가치만을 앞세운 무분별한 투자와 연구로 비윤리적 연구의 촉진, 사회적 갈등만을 유발할 것이다. 또한 일부 정치화된 과학자의 주장이 담긴 법안은 지난 수년간 생명윤리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던 시민사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 뻔하다.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생명공학 발전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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