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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9
  • 2019.07.10
  • 593

잘못은 있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이대로 끝낼 수 없다 -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과거 검찰권 남용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과거사위)가 5월 말로 지난 18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활동 종료에 따른 입장을 밝히는 ‘나홀로’ 기자회견1)에서 검찰과거사위의 출범 의미를 “억울한 피해자를 해원(解冤)하고, 검찰이 과오에 대한 반성과 함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라고 했다.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조사단(이하 검찰조사단)의 조사보고서를 심의한 검찰과거사위는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5월 31일, 마지막 사건인 용산참사에 대한 조사결과와 권고를 발표했다. 그 조사결과를 통해 2009년 당시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검찰의 편파·부실 수사가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과거사위를 통해 수사 권고는 내려지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철거민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관련 규정의 개선(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제도개선 및 영장 없는 부검의 긴급성 판단 지침 마련, 검사의 구두지휘에 대한 서면기록 의무화 등) 권고에 머물렀다. 당시 수사팀에 잘못은 있었지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과거사위의 조사결과를 본 유가족이 문자를 보내왔다. 10년 만에 경찰청장의 사과 권고(경찰인권침해조사위원회에서 작년 9월에 권고했지만, 경찰청장은 아직까지 사과하지 않았다)와, 검찰총장의 사과 권고가 나왔다. 그런데 억울한 피해자를 해원하고자 했다던 검찰과거사위의 권고로 검찰의 사과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까? 절망이 담겨있는 유가족의 문자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과거사위에서 사과를 권고한 8개 사건에 대해 조만간 공식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의 사과 여부를 놓고는 검찰 내부의 반발이 강해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검찰과거사위가 검찰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심의한 바에 따르면, 2009년 1월 20일 당시 경찰의 긴박한 진압작전 개시의 필요성이 없었고, 위험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안전을 도외시한 채 체포에만 집중한 무리한 진압이었으며, 이는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한 위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무리한 진압작전의 결정과 졸속으로 작전을 변경하고 실행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조사가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필요했음에도, 당시 경찰의 위법성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의지가 없거나 부실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진압작전의 최종 결재권자인 서울청장(김석기, 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는 서면조사에 그쳤고, 무리한 진압작전의 이유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하는 대상에서도 김석기 서울청장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누락하는 등 당시 검찰은 김석기를 주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화재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당시 특공대의 망루 내부 촬영 원본 동영상(6mm 테이프)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나, 검찰은 원본 동영상의 존재 여부도 수사하지 않고 특공대가 임의 제출한 영상CD만을 압수했다고 한다. 나아가 당시 경찰의 무전내용의 누락, 경찰 녹취록과 실재 대화내용이 다른 다수의 경우에 나왔음에도 검찰은 이조차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부실수사’였다는 점 역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6명이 사망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경찰 지휘부나 경찰관들이 수사대상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은폐・축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진상규명의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는 현장 동영상과 무전내용을 사건 발생 직후 곧바로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은 애초부터 이 사건에 대한 철거민 유죄의 프레임을 짜놓은 검찰의 편파・왜곡 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 용역과 경찰의 유착에 대한 수사도 부실했고, 영장 없는 강제부검도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유가족 동의 없이 진행함으로써 결국 의혹을 키웠다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공판 검사들이 법원의 명령에서 수사기록 3,000쪽에 대한 열람・등사를 거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검찰 지휘부가 그대로 승인하여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과거사위는 앞선 사실 확인에도 불구하고 “화재원인을 밝히는 초기 수사 단계에서 검찰은 철거민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와 경찰관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균형 있게 다루지 못하였”으나, “당시 검찰의 수사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는 검찰과거사위가 “수사 및 재판 결과는 이 사건 화재가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보았고, (여러 한계로 인하여 충분한 조사를 다 하지 못하였지만) 조사단의 조사를 통해서도 화재원인에 대해서는 다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사의 한계로 충분히 조사하지 못했다면서도, 은폐・왜곡은 없었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경찰과 검찰 모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철거민들과 유족들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 권고도 강제부검과 수사기록 미공개에 대해서만 사과할 것이 권고되었다.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고도 없었다. 당시 수사가 부실했고 사안을 균형 있게 다루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으면서도, 그 부실수사로 인해 지난 10년간 고통을 호소해 온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권고되지 않았고, 단지 절차적인 문제에 대한 사과만 권고된 것이다. 강제수사권이 없어 진압 지휘책임자인 김석기도 조사하지 못하는 검찰과거사위 권한의 한계가, 잘못은 있지만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종결되었다. 도대체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잘못의 책임을 묻지 못한 결론에, 부실수사에 책임을 져야할 자들이 도리어 결과를 부정하며 적반하장으로 협박하고 있다. 용산참사 당시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들이 조사결과 발표 직후 2번이나 입장문을 내며 반발했다. 이들은 “‘수사에서 은폐나 왜곡은 없었다’는 위원회의 결론이, 조사단의 소극적・부실수사 결론을 배척한 것”이라며, 배척된 결론을 조사결과로 공개한 검찰과거사위의 보도자료는 규정 위반이고 허위 공문서 수준이라며 비난했다. 민간 조사단원의 경력도 문제 삼았다. 용산조사팀의 민간단원인 형사법 교수와 변호사들의 공개된 경력들을 각각 거론하며 ‘형사재판과 수사 등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한 운영규정에 결격되는 자격미달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저들은 허위공문서 수준의 조사결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사법절차를 통해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들의 행위는 소멸된 공소시효 뒤에 숨어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지금도 똑같이 할 것”이라는 망언으로 경찰 조사결과를 부정한 김석기와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뒤늦게 부실수사에 대해 반성을 해도 모자란데, 참으로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이미 검찰과거사위에 대한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지난 연말 검찰과거사위의 조사팀장은 검찰 고위직의 외압과 조사방해를 폭로하며 "민·형사 조치 언급 등 협박을 당했다고 느껴, 조사단원들이 조사와 보고서 작성을 중단하겠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고, 이후 그 사례가 용산참사 조사에 대한 외압이었음이 드러났다.

 

2009년 용산참사 특별수사본부는 당시 정병두 검사(현 변호사, LGU+ 사외이사)를 본부장으로 해, 조은석 검사(현 법무연수원장. 최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8배수에 들기도 했다)가 수사총괄을 담당했으며 그 외 17명의 검사와 24명의 검찰 수사관으로 구성되었었다. 이들의 상당수는 현직 검찰 고위직에 있거나 퇴임한지 얼마 안 된 전관 변호사로 있으면서 검찰과거사위를 압박했다. 용산참사에 대한 재조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압박한 이들이,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검찰과거사위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피해자들은 모욕감에 치가 떨린다고 한다.

 

이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의 ‘2라운드’가 필요한 이유이다. 경찰과 검찰이 스스로의 잘못을 조사하고 사과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여섯 명의 국민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이명박 정권의 국가폭력 사건의 규명을 끝낼 수 없다. 국가폭력의 공범임이 드러난 경찰과 검찰뿐만 아니라, 국정원과 기무사, 청와대가 가담한 용산참사 국가폭력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독립적인 국가폭력 진상조사 기구의 출범이 필요하다. 경찰인권침해조사위원회와 검찰과거사위에서 밝혀내지 못한 의혹들과 진실에 대해 철저히 권한을 갖고 규명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경찰과 검찰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조사받지 않았던 당시 진압책임자 김석기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규명된 국가폭력 사건의 진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반인권적인 국가폭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특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책임자 처벌 없는 진상규명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만 남길 뿐이다. 10년을 절규해온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유가족의 물음에 하지 못한 답을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고, 반복되는 국가폭력을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1) 박 장관이 입장문만 발표하고 질의응답은 받지 않겠다고 일방 통보해, 출입기자단이 보이콧 의사를 밝혔지만, 박 장관은 “그래도 강행하겠다”며 8분간 입장문만 낭독하는 나홀로 기자회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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