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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연금정책
  • 2022.06.20
  • 168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한겨레21> 공동기획: 코끼리 옮기기, 연금개혁-네번째 회

원종현 국민연금기금 상근전문위원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518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급격한 저출생과 인구고령화로 세대 간 인구 균형도 변하고 있다. 미래 사회보장비용을 부담할 근로계층 수는 줄어들지만 부양받을 노인은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생산 연령대가 책임지는 총부양비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근로세대가 퇴직세대를 부양하는 ‘부과식 방식’(그해에 거둬들인 보험료를 바로 연금으로 지급하는 형태)에 기초한 부분적립방식으로 국민연금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세대의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금개혁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리한 보험료 인상은 제도 신뢰 흔들어

최근 연금개혁과 관련한 논의의 중심은 ‘연금보험료를 인상해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자’는 방향으로 모이는 듯하다. ‘국민연금기금을 소진하면 절대 안 된다’는 일종의 신념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연금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이 ‘기금 안정성’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인가. 지금 논의는 두 가지가 뒤섞여 있다.

 

물론 미래세대에 예상되는 과도한 부양비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기금을 적립해 운용하면서 각 세대의 부담을 형평성 있게 나누려고 당장 내야 하는 보험료나 현재 받는 수급액을 조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세대 간 공평성을 통해 제도의 지속성을 강화하려는 것이지 ‘기금 존속’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가 안정돼 그다음 세대의 부담이 부과식으로 안정될 수 있다면 국민연금기금의 역할은 사라질 것이다. 보험료를 올려 기금을 적립하고 운용하려 해도 인구구조가 지금처럼 계속 악화한다면 국가 사회보장시스템으로서 국민연금의 불안전성과 기금 소진을 막을 수 없다.

 

‘기금이 없어 연금을 못 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는 국민연금제도를 국가 운영과 별개로 취급하는 질문이다. 국민연금제도는 가입자들만의 관계에서 기금이 적립되면 그들끼리 운용하고, 부족하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책임지는 사적 계약이 아니다. 더구나 보험료를 몇% 올리는 것만으로 연금재정의 안정성이 담보될 수 있을까?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는 5년마다 하게 돼 있다. 2018년 4차 추계에선, 2047년 국민연금기금 소진을 예상했다.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 1.24에서 점차 올라 1.38까지 도달할 것으로 가정한 결과였다. 현실은 다르다. 2020년 합계출산율(0.84)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만약 지금보다 합계출산율이 더 낮아진다면, 보험료 몇% 올리는 것으로 기금이 소진되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보험료를 인상하면 기금 소진이 몇 년 뒤로 늦춰질지 모른다. 그런데 2007년 국민연금 개혁으로 수급액의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기존 60%에서 40%로 낮췄지만, 기금 소진 시점을 2040년대 후반에서 2050년대 후반으로 10여 년 미루는 데 불과했다. 더구나 연금 수입액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보험료를 올린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오히려 민간 연금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뿐이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노후보장

그렇다고 연금개혁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현재 같은 인구구조가 유지된다면 향후 조세로 부담해야 할 미래세대의 사회보장 부담이 터무니없는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기금 소진을 막는 것이 연금개혁의 핵심은 아니다. 보험료 인상만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많은 사람이 현세대가 보험료를 낮게 부담하면서도 급여는 높게 받는 연금 구조에서 기금 소진 요인을 찾는다. 미래세대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공적연금제도가 지속할 수 있으려면 노후에 받는 금액이 기초생활이 가능할 정도는 돼야 한다. 또한 근로기간에 납입하는 보험료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외부의 어떤 재정 지원도 기대하지 못하는 구조다. 전체 국가재정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점차 감소하는데, 보험료율 9%는 오롯이 각 노동자의 소득에서 징수한다. 자본소득이 근로소득을 초과한다는 토마 피케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근로소득만으로 노후 사회보장제도 전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국가가 어떻게 기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하다못해 정부가 선심 쓰듯 자랑하는 출산·군복무 크레디트(국민연금을 받을 시점에 과거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출산·군복무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에 대해서라도, 미래가 아니라 현재 재정 기여가 필요하다. 연금제도 운용 비용만이라도 복지제도를 운용하는 정부가 감당할 몫이 더 커져야 한다.

 

연금개혁은 단순하게 기금이 소진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부담이 그들이 앞으로 받을 혜택에 견줘 현재의 세대, 그리고 이후 세대의 부담과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미래세대의 부담은, 다시 더 먼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다. 한 세대의 일방적 부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불가피한 인구구조 불균형으로 인한 먼 훗날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려면, 그 미래세대의 부모세대부터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출산율이 혁명적으로 올라가지 않는 한, 다음 세대의 부담은 현재 근로세대에 견줘 커진다. 비단 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력구제 아닌 국가책임 원칙 세워야

연금개혁의 방향과 초점은 ‘기금 존속’이 아니라 ‘제도의 지속성’을 우선해야 한다. 기금 수익률에만 연금개혁의 방점을 찍고,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제도는 끝이라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 오히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할까 염려스럽다.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은,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가능한가? 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국민연금제도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장체계로 온전하게 인식하고, 국민 역시 국민연금제도가 자력구제 원칙이 아닌 사회보장제도로 작동하고 있음을 신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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