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우리는 끊임없이 맞서야 한다 : 2018청참 상반기 회원배움터 후기

청년참여연대에서는 매해 상, 하반기에 나눠 회원 대상 배움터가 열립니다. 올해 상반기 배움터의 주제는 “미투운동”이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오매 활동가님을 모시고, 우리 사회에 언제나 있어왔던 미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일상의 여성혐오에 어떻게 반응할지, 대처할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후기는 청년참여연대 교육위원회에서 이번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참여한 전찬영 님이 써주셨습니다 

5월 11일,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에서 ‘미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2018년 상반기 청년참여연대 회원배움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오매님께서 강연을 맡아주셨고, 2부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청참 회원들끼리 조를 나누어 둘러앉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80511_2018상반기 청참 회원 배움터

1. 행사에 담긴 교육위원회의 고민

   ‘미투’를 주제로 한 이번 첫 번째 상반기 교육프로그램에는 교육위원회의 간사님들과 위원들의 그간의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청참 회원들이 분과 활동이나 참여연대 행사 공지사항을 편하게 접하기 위해 모여 있는 오픈채팅방과 분과별 톡방들은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해오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종종 회원들 간에 토론이 진행되었을 때, 상대방과 생각이 다를 경우 공격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거나 일부 구성원들이 의견표명을 독식하는 일이 발생해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일부 회원들의 미투운동에 대한 공감이 결여된 발언이 있었고, 이에 상처를 받은 몇몇 회원들이 방을 이탈하기도 했다.

   이미 발생한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청년참여연대 내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번 행사에서 청참 회원들을 대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고 회원들 간 토론과정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은 데에는 그러한 취지가 잘 담겨 있다. 교육위원회는 향후 피드백 받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평화적 대화방식과 토론문화에 대한 청참 교육프로그램을 추가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20180511_2018상반기 청참 회원 배움터
20180511_2018상반기 청참 회원 배움터

2. 미투 #Me Too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활동가 오매님께서는 강연을 통해 여성운동의 흐름 속에 항상 미투운동이 함께 있어왔다는 사실을 언급하셨다. 애석하게도 우리가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거나,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무시당해왔을 뿐이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과 5.18 당시 계엄군들에게 성적 고문을 당했던 여성들의 고백처럼, 미투운동은 잠시 유행하는 ‘새로운 어떤 현상’이 아니라 계속 우리 곁에 있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과 함께 꾹꾹 눌러 담겨져 왔던 그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용기 있는 고백과 그 고백에 지지를 표하는 ‘미투 #Me Too’의 형태로 터져 나온 것이다.

   오매님께서는 미투운동과 함께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수많은 2차 가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최근에 홍대에서 남성 누드모델의 노출 사진이 유출되어 여러 여초사이트에서 조롱, 비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 착수와 함께 수차례 언론 보도가 이루어졌고 많은 남성들이 분노를 표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대적인 관심과 신속한 후속조치들은 그간 수도 없이 몰카와 성희롱의 피해를 호소했던 여성들에게 행해진 것과는 그 모양새와 속도가 판이하게 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남성 피해자’에 대한 대처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사회적 관심과 윤리의식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수준이었다. 범죄를 처벌하고 예방하는 행정당국의 체계와 능력 또한 출중하고 훌륭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우리 사회가, 그간 제기되어왔던 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겪은 문제 또한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이미 오래전부터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번 홍대 사건을 바라보며 섣부른 역차별과 젠더 역전 논쟁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성폭력 피해자들 또한 성별을 떠나서 이번과 같이 신속하고 철저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이번과 달리 하지 않는 것이다. 어째서 이전까지는 “너 그 때 무슨 옷 입고 있었어?”, “너 그 시간에 거기 왜 갔어?” 등의 질문 따위로 그토록 잔인하게 2차 피해를 가해왔던 사회였는지, 곱씹어봐야만 한다.

20180511_2018상반기 청참 회원 배움터

3.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강연 다음에는 테이블 토크를 통해 ‘나와 미투를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과 조우한 경험’을 공유하고 그때 나의 반응과 행동은 어땠는지, 나아가 미투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위해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30여분 동안 진행된 토론 이후, 미투운동을 지속해나가려는 우리들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중 하나가 도저히 설득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여성혐오와 차별을, 성폭력 문화를 없애자고 말할 때, 펜스룰과 무고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의 본질을 흐리고 부정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페미니즘’하자고 호소해야할까.

   어찌 보면 그 사람과의 대화가 매번 소귀에 경 읽기가 되는 것은 서로가 이러한 전제에서부터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거쳐야 할 과정은 젠더 권력의 존재와 남성중심적인 현 사회의 모습을 서로가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젠더 권력의 존재를 깨닫고 인정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었다.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이 비단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남성으로서 성평등의 문제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의 문제는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어려운 것처럼 느껴졌었다.

   함께 토론을 진행했던 한 청년은 남성도 #With You가 아닌 미투 #Me Too할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미투가, 성폭력과 차별과 혐오의 문제가 특정한 집단에만 작용하는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작용하는 문제가 될 때 비로소 사람들이 진정한 성평등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남성들에게도 분명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차별적인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 남성들이 미투를 외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기 때문’에 당사자성을 느낄 틈이 없어서가 아닐까. 거침없이 혐오의 발언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는 끊임없이 맞서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가 진짜 동등한 위치에 섰을 때 우리의 시야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0511_2018상반기 청참 회원 배움터
20180511_2018상반기 청참 회원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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