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20주년 선언문 – 2014. 9. 10.

2014년 9월 15일, 참여연대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단체사진

모두가 주권자로 참여하는 민주사회, 
모두가 존엄한 인권의 공동체를 향해 나아갑시다

1994년 9월 10일, 참여연대는 ‘참여와 인권을 두 개의 축으로 하는 희망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 권력의 남용과 집중, 기회의 독점을 감시하고 고발함으로써 시민의 민주적 참여에 바탕을 둔 법의 지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구성원 모두에게 인간다운 삶이 권리로서 보장되도록 수많은 정책과 대안을 제안하고 제도화하는 데 전념해왔습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모든 시민들과 기꺼이 연대하고 국경을 넘어 동료애를 발휘해왔습니다. 회원과 시민들의 회비와 후원에 기초한 자립재정은 참여연대의 큰 자부심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의 힘은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수많은 기념비적인 시민행동이 일어나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참여연대의 믿음이 옳았음을 입증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렵게 쟁취한 제도와 권리조차도 시민이 부단히 참여하고 연대하여 지켜내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쉽사리 후퇴한다는 것 역시 깨달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부패와 특권의 사슬, 냉전의 유산과 분단의 장벽,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에 가로막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왔습니다. 대결의 평행선을 만들어내는 이념적 정치적 편가르기, 공존을 거부하는 적대와 혐오, 공론의 형성을 방해하는 정보 불균형과 언론매체의 독점도 큰 장애물입니다. 시민의 권리는 더디게, 시장의 권력은 빠르게 확대되어 왔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경쟁사회, 소수에게 권력과 기회가 집중되는 양극화 사회, 나날의 안전이 위협받고 생태가 파괴되는 위험사회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했던 남북관계가 상호 불신과 군사대결의 덫에 갇히면서 한반도 정전체제는 더욱 불안정해졌습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거세지고 있는 군사주의와 새로운 패권경쟁은 이 지역 주민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2014년 오늘 우리 사회와 지구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와 평화를 향한 시민들의 오랜 노력은 큰 시련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영리추구를 다른 가치보다 앞세우는 부패한 사회체제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위협하고 국가의 공공기능을 약화시키는지 충격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고장 난 체제가 강요하는 대로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는 시민들의 다짐과 행동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민들은 탐욕과 특권을 정당화하고 대다수 시민을 불행으로 내모는 거꾸로 선 가치기준과 사회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참여하고 연대하고 있습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참여연대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위기와 시련, 그리고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온 역사를 직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 시민의 파수꾼이자 대변자로서 주어진 사명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주권을 옹호하는 것은 참여연대의 한결같은 사명이며 지난 20년의 활동과정에서 확인된 존립근거입니다.
  • 감시자를 감시하는 참여연대의 고유한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외교안보영역까지 시민의 감시를 확대하겠습니다. 첨단 정보화 시대의 정보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 국가와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경제민주화와 모두를 위한 복지를 실현하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필수적인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고 시민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확립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 참정권과 자치권의 실현을 제약하는 낡은 정치구조를 개혁하고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시민의 의사표현과 행동수단을 확대함으로써 온전한 참여민주주의가 뿌리내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일방적인 편가르기를 경계하고 편견과 차별에 맞서겠습니다. 사회의 약자들과 소수자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대화와 소통을 촉진하겠습니다. 이기심과 경쟁 대신 시민의 공감과 연대에 바탕을 둔 사회 대안을 모색하겠습니다.
  • 국경을 넘어서는 시민의 참여와 연대를 더욱 촉진하겠습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와 화해가 정착되도록 시민의 교류와 협력을 극대화하겠습니다. 
  • 행동하는 시민의 동반자, 시민연대의 징검다리가 되도록 더욱 혁신하겠습니다. 시민의 참여와 연대는 사회변화의 수단이자 새로운 공동체의 기본 원리입니다. 혼자 앞장서기보다 시민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참여연대가 성숙한 시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신실한 동반자, 더 나은 세상을 여는 시민연대의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향상하고 각계각층 시민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촉진하는 데 참여연대의 미래를 걸겠습니다.
  • 현장으로 찾아가 당사자들과 함께 해결의 길을 찾겠습니다. 시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시민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겠습니다.
  • 젊고 활기찬 참여연대를 만들겠습니다. 시민운동의 미래세대를 위한 문턱 없는 놀이터, 깨어있는 시민들을 위한 학습과 치유와 훈련의 도장으로 만들겠습니다. 회원들이 보다 주도적인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참여연대를 개방하고 개혁하겠습니다.
  • 자립재정을 바탕으로 나눔과 협력의 재원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겠습니다. 언제든 우리보다 어려운 여건에서 행동하는 시민들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활동가들의 역량을 계발하고 시민운동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투자하겠습니다.  
  • 참여연대는 행동하는 시민을 위한 변화의 도구가 되겠습니다. 참여와 연대 20년, 청년 참여연대가 시민과 함께 가꾸어온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성찰과 쇄신의 신발 끈을 고쳐 맵니다. 더 새롭고 성숙한 모습으로, 더 따뜻하고 굳세게, 참여연대가 행동하는 시민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모두가 주권자로 참여하는 민주사회, 모두가 존엄한 인권의 공동체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2014. 9. 10. 참여연대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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