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환은행 되찾기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

외환은행 되찾기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외환은행 가족들에게 보내는 글

외환은행 가족들께 誥(고)함

외환은행 가족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돌이켜 보니 지난 2012년 2월 16일에 있었던 토론회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날 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배가 무효라는 점과 따라서 론스타로부터 주식을 취득한 하나금융지주의 지배 역시 무효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제 발표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부탁을 드렸습니다.  
우리가 끝났다고 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그 때까지 어떤 모습으로건 반드시 살아남아 달라.”
 그 토론회 바로 다음날인 2월 17일, 외환은행 노조는 두 장 짜리 합의서에 서명하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지배를 받아들였습니다. 김승유 회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내정자,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당혹해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저도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 “어떻게든 살아남아 있기 위한 몸짓”이라는 점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고요? 우리 모두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외환은행의 생존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는 론스타 시절에 있었던 주주총회의 결의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소송을 통해 끈질기게 주장했습니다. 론스타 시민소환운동을 벌였던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그 운동의 제2단계로 외환은행의 이사 및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자인 론스타 주요 인사를 상대로 부당한 지배권 행사를 통해 그들이 외환은행에 끼친 손해를 보전받기 위해 새롭게 주주를 모아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론스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론스타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주선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해 왔습니다.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박원석 의원(정의당) 등 여러 국회의원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제2차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진행하여 승소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론스타가 일본의 산업자본 자회사의 존재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했고, 산업자본임을 스스로 인정했었다는 엄청난 사실이 밝혀진 것도 바로 이 정보공개청구소송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름을 거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수많은 외환은행 관계자들이 이 문제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끊임없는 도움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은 계속되고 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적 심판을 청구하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제 진실은 거의 다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부분은 론스타 사태가 외환은행에 끼친 잘못된 결과들을 정리하고, 외환은행의 장래를 여러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뜬금없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간 통합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은 매우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적법한 지배주주가 아니었습니다. 외환은행은 온전히 론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것입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론스타로부터 주식을 산 하나금융지주가 어떻게 합법적인 대주주가 될 수 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이번 통합 추진은 외환은행 노조가 그토록 욕을 먹어가면서 서명했던 합의서의 내용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배신행위입니다. 합의서는 “외환은행의 독립법인 유지 및 명칭 사용”을 가장 중요한 합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이런 저런 말을 동원해 합의서 내용을 부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서명의 당사자가 김승유 회장이므로 김정태 회장이 지킬 이유가 없다느니, 금융감독당국은 입회인으로 서명한 것이므로 이 합의서는 노사정 합의라고 볼 수 없다느니 하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참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승인해 주었으니, 금융위원장이 바뀐 지금은 무효”란 말입니까?  또 이 합의서가 노사정 합의가 아니라 노사합의에 불과하다면 “마구 어겨도 괜찮다”는 말입니까?
하나금융지주가 이처럼 사리에 맞지 않는 처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오직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부당한 처사에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미래는 불확실하고,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어떤 가시적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보다 좋은 날이 반드시 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노력의 결과로 절대로 드러날 것 같지 않았던 진실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결국은 그 진실들이 말을 하고 상황을 바꿀 날이 올 것입니다. 그것은 비단 외환은행 문제를 바로 잡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금융질서와 사회 운영방식에도 소중한 교훈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외환은행 가족 여러분,
어둠이 짙다는 것은 새벽이 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부디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멀리서 인사드렸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9월 2일자에 실렸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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