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금융감독원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제도개선안 발표에 대해

‘위장 어음제도’ 본질 방치

금융감독원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제도개선안 발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오늘(2/9)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은행의 설명의무와 미결제시 구매기업에 대한 제재를 부분적으로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장된 어음제도에 불과한 현행 외담대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안 제시에 실패했다. 

 

에스콰이어의 부도로 160여 협력업체가 외담대 피해를 겪었던 지난해, 참여연대는 ‘에스콰이어 사례로 본 외담대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w.peoplepower21.org/Economy/1208692). 보고서는 외담대가 “어음제도를 폐지하고 현금 결제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마치 현금성 결제인 것처럼 위장된 어음제도에 불과하며, 구매기업의 구매대금 미결제시에는 위험과 비용 부담이 전적으로 판매업체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어음보다 오히려 판매기업에 더 불리한 제도”라고 규정하였다. 보고서는 하도급 거래 결제는 현금 결제가 기본이기 때문에 외담대는 폐지하는 것이 정상이며, 시장 혼란을 피하기 위해 대체 가능한 제도는 현금 결제에 근접한 기업구매자금어음 방식이고, 현행 외담대에서 최소한 은행의 상환청구권은 폐지하고 금융감독의 감독행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담대 대출 약관에 상환청구권에 대한 은행의 설명 의무를 강화한다는 개선안은 현행 하도급관계의 성격을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설명 의무 강화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상 열악한 지위에 있는 판매기업(하도급업체)이 자신에게 현저히 불리한 은행의 상환청구권 보유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더라도 결제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처지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 상환청구권을 폐지하고 구매기업의 결제 능력에 대한 은행의 신용평가와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해법임에도 금감원은 이를 외면했다.

구매기업 미결제시 은행권 공동으로 외상매출채권 거래를 2년간 금지한 것은 기존의 제재보다 강화된 것은 맞지만 구매기업에 납품을 하고도 구매기업의 연체로 인해 이미 지급받는 납품대금마저 은행에 상환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아예 은행거래 자체가 금지되는 판매기업에 비해서는 여전히 솜방망이 제재일 뿐이다.

잠재위험 구매기업에 대한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 매출채권보험 활성화 등도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은행의 구매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느슨해진 것은 미결제시 판매기업에 대해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인데, 상환청구권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은행이 스스로 위험관리를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전에도 외담대 상품에 대한 매출채권보험이 존재했으나 정부 보증기관마저 판매기업에 대한 보증 제공에 극히 인색했던 사실에 비춰 매출채권보험 가입기업에 대한 외담대 금리 우대는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참여연대는 이런 이유로 금감원의 제도개선안은 ‘위장된 어음제도’에 불과한 현행 외담대에 대한 근본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유럽에서 보편화된 기업구매자금어음 제도가 현금 결제로 가는 중간에 외담대를 대신할 수 있는 제도이다. 기업구매자금어음 제도는 판매기업이 자체적으로 발행하고 이자를 구매기업이 부담하며, 만기는 인수확인일로부터 7일이어서 여러 측면에서 현금 결제에 근접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맹사업관계 등 판매기업이 대기업 등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기업구매자금어음 방식이 활용되고 있으나 소위 ‘갑을관계’의 왜곡된 현실이 반영돼 외담대의 1/10 규모로만 쓰이고 있는 제도다. 납품기업이 현금 결제받는 것이 정상이라면, 현금 결제로 가는 중간 단계로 외담대를 대체할 수 있는 결제 방식은 기업구매자금어음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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