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신임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

기대보다 우려에 기우는 신임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

론스타 관련 ISD․우리은행 민영화․감독체계 개편 등 굵직한 해결과제 산적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오늘(2/17)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새로운 금융위원장에 내정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금융감독기구의 위상을 훼손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경질은 만시지탄이다. 그러나 임기제로 운영되어야 할 금융위원장의 지위가 마치 일반적인 장관의 지위처럼 대통령 뜻에 따라 자의적으로 재임과 경질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한다. 또한 임종룡 내정자는 업무추진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모피아 관료 출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특히 모피아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이 초미의 과제인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신임 임 내정자의 입장에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부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수많은 정책적 실수와 말바꾸기로 금융감독기구 수장으로서의 신뢰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2013년 6월 금융감독체계 TF를 이끌면서 ‘사실상 아무런 개혁도 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보고를 했다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원칙대로 하라”는 질책을 들은 점 △그 후에도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한 수차례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국회 협상과정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사실상 거부했던 점 △2014년 1월, 개인신용정보 유출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음에도 관련 제도개혁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점 △가계부채의 규모, 증가속도, 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감독기구의 수장이 2014년 7월, 정부 정책에 따라 그간의 태도를 바꿔 LTV・DTI 규제완화에 동의한 점 △KB금융지주 사태의 처리 과정에서 일관된 처리를 하지 못하고 사태를 불필요하게 확산시켰던 점 △하나금융지주가 2・17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외환-하나 은행간 무모한 조기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방치하면서 노사합의가 필요한 지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꾼 점 △최근에는 금산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인터넷 은행의 규제완화를 무리하게 추진했던 점 등이다. 신 전 금융위원장은 이런 실수와 말바꾸기를 통해 ‘신뢰’가 생명이어야 할 금융산업에서 불신과 불확실성을 키운 장본인이다.

 

참여연대는 신임 임 내정자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임 내정자의 업무추진 능력은 높게 평가받고 있으나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에 요구되는 업무추진 능력은 과장이나 국장급 관료로서의 그것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금융정책의 총괄자로서 가계부채 구조조정, 우리은행 민영화, 금융감독기구 개편 등에 대해 어렵고도 공정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감독의 총괄자로서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의 확립, 금융소비자 보호의 제고 등 금융감독기구 본연의 업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천문학적인 세금이 걸려 있는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소송(ISD)과 관련해서도 모피아의 이해가 아닌 금융 정의와 국익 수호의 관점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임 내정자에 대한 우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형적인 모피아 관료 출신의 임 내정자가 협소한 조직논리를 극복하고 모피아에게 손해가 될 수도 있는 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임 내정자는 2011년 5월 이명박 정부하에서 추진되었던 「금융감독 혁신 TF」에 당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서 5인의 정부측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이 TF는 △모피아를 금융혁신의 대상으로 TF 업무 범위에 포함시킬지 여부, △모피아가 저축은행 사태에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내부 위원들간에 첨예한 대립을 겪었고, 급기야 김홍범 위원(경상대 교수, 현 금융학회 회장)이 TF 위원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피아의 집단 이기주의에 대해 많은 뒷말이 오고 갔다. 이에 대해서는 장차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그 전말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NH농협금융지주회장을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으로 내정한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현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NH농협금융지주 산하 농협은행에서는 2010년 이후 무려 15차례의 금융 보안사고가 발생했고, 특히 2014년 초에는 개인카드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었고 같은 해 말에 수십 명 고객계좌에서 거액의 예금이 인출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 예금인출 사고와 관련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사고 경위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점에서 농협은 한 마디로 금융소비자 피해의 단골 은행이 되었다. 그런데 재임시 금융사고 방지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실패한 대표적인 인사가 금융소비자 보호가 어느 때보다 중대한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다양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우리은행 민영화 △외환-하나 합병 중단에 따른 후속 처리 △5월부터 본격화될 론스타와의 ISD 절차 등이 기다리고 있고, △서민금융진흥원, 핀테크 등 전임 금융위원장이 무분별하게 벌여 놓은 현안들의 적절한 수습도 골칫거리다. 더 근본적으로는 △가계부채 구조조정과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라는 큰 봉우리도 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런 문제에 대한 신임 내정자의 입장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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