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대우조선 ‘부제소합의’로 재확인된 불공정 거래, 하도급법 개정 시급하다  

선시공 후계약,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하도급 대금 결정 여전

하도급 불공정으로 하청노동자 저임금과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대금 산정 내역·기준 기재한 서면 교부 의무화, 피해구제, 처벌 강화 등 하도급법 개정 필요해

조선 산업 하도급 불공정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뉴스타파가 지난 10월 14일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회사의 예산 사정에 맞춰 하도급 대금을 제멋대로 지급했고, 대금 정산 시 ‘어떠한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까지 요구했다고 한다(자료링크). 하도급 업체들은 인건비 지급 등 당면한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애초에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해 강요한 것도 잘못되었는데, 이에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못하도록 협력업체의 입을 막은 대우조선해양의 갑질에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선 하도급 불공정 거래 행태는 비단 대-중소기업의 거래상 분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하청노동자의 비참한 현실과도 맞물린 한국 조선산업의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 하도급 불공정은 해당 산업에 대한 숙련 노동력의 기피로 이어지고, 실력있는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등 산업의 경쟁력까지도 침식하는 구조적 문제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반성과 피해업체 보상 등 책임있는 조치와 함께 이러한 불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국회의 제도 개선 노력을 촉구한다.

이번 언론보도로 재점화된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 불공정 거래 문제는 사실 새로운 문제도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년 동안 일방적인 하도급 대금 인하, 계약서 미발급과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및 강요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제재 결정을 수차례 받아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바로잡고 개선하기는커녕, 당국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으로 일관해왔고, ‘선시공 후계약’ 등 하도급 불공정 거래 관행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여기에 그간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하도급 불공정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와 재발방지를 요구한 시민사회의 요구(자료링크)에 대해 분쟁 중인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축한 바도 있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하도급 중소기업이 피해를 구제받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문제가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저임금 문제 역시 이러한 불공정 거래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수의 하도급업체 대표들은 현상 유지도 어려울 정도로 부당하게 책정된 대금 지급으로 인해 임금 체불에 직면했고, 그에 따른 노동분쟁을 겪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비용 전가로 인해 을(乙)들 사이의 갈등과 피해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공정문제 해결을 위한 1차적인 책임은 물론 대우조선해양에게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하도급 대금을 산정하고, 그 내역과 기준을 협력업체에게 제대로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업 전 예산을 산정해 하도급 계약 초기부터 대금 지급 내역을 문서화하고 교부할 책임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자발적인 실천을 바랄 수만은 없으며 제도로 문제를 해결해야함이 분명하다. 우선 원사업자에게 계약서 서면 교부를 의무화하고, 계약서에는 거래 물품·용역 종류와 물량 상세 내역, 대금 산정 기준·내역 등 구체적인 사항 기재를 법률로 명시해야 하도급 업체들이 정당하게 대금을 지급받고 불공정 거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도급 업체들이 민사적 방법으로 손해배상청구를 실질화하기 위해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이 도입되었으나 이에 더 나아가 증거개시제도 도입 역시 고려되어야 하며, 통상 하도급대금과 손해배상액을 추정하는 규정 역시 신설될 필요가 있다. 불공정 거래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현대중공업 사례(자료링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되어야 한다. 당국이 갑 측에게 부과한 과징금을 피해구제에 활용해 도산위기와 임금체불에 직면한 피해 업체를 지원하는 법안 개정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최근 조선업계의 시장환경이 호황으로 돌아섰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연간 수주 목표를 이미 다 채우는 실적을 올렸음에도 이는 자축할 일만은 아니다. 최근 숙련노동력이 불공정 거래와 저임금, 고위험 작업이 만연한 조선현장을 기피하고 있어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자료링크). 조선 대기업의 갑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행과 비용의 외주화 구조는 비단 거래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결국 조선산업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되돌아 오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하도급법 개정 등 제도개선 노력에 나서기 바란다. 시민사회도 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참여연대, 조선3사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대책위(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피해하청업체 대책위)

공동논평[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