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14년 미뤄온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젠 국회 문턱 넘어야

상생협력법 개정안 산자중기위 통과, 연동제 도입 기대 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 처한 영세 중소기업 부담 완화 기대

하도급법도 개정하고 노무비 등 공급원가 전반으로 연동제 확대돼야

14년을 미뤄왔던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 눈 앞에 다가왔다. 어제(11/24)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명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위축,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에 금리인상, 환율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중소기업들에게 희소식이라 할만하다. 여야 공히 당론으로 입법을 약속한 만큼 본 회의 통과가 무난하다는 전망이나, 스태그플래이션이 가시화된 현 경제위기 상황상 시급한 법 통과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이번 상생협력법이 본회의에서 신속히 처리돼 공포될 수 있도록 국회 원내정당들과 정부가 힘을 모을 것을 촉구한다. 이와 동시에 상생협력법과 함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도 개정해 전 산업에 걸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완결해야 하며, 향후 원자재뿐만 아니라 노무비 등도 포괄하는 ‘공급원가연동제’ 도입을 위한 추가 입법 논의도 주문하는 바이다.

우선 국회 원내정당이 모두 대기업 중심 재계단체들과 보수 경제지, 학회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납품단가연동제’ 반대 논리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 상생과 경제위기 고통 분담을 위한 입법에 한걸음 내디딘 것을 환영한다. 주지하다시피 납품단가연동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당시 처음으로 도입이 검토되었으나 당시 재계 등의 반발에 따라 납품단가조정협의제 시범 운영 후 도입하는 것으로 미뤄져왔다. 그러나 이렇게 도입된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실효성있게 운영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올해 4월~5월 납품단가 조정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조정 협의 요청 자체가 개시되지 않거나 거부된 것만 전체 응답자의 48.8%에 달하고 42.4%는 납품 시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전속거래에 묶여있는 중소기업들이 거래상 불이익을 우려해 섣불리 납품단가조정 신청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적 원인 때문이다. 물론 납품단가조정협의제는 납품단가연동제가 도입되어도 연동제에 포함되지 않는 단가 조정을 위해 존속되어야 하며, 개선·발전시켜야 할 제도이긴 하나, 적어도 현 제도만으로는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공급원가 상승을 매출에 반영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더는 것에 큰 한계가 있어보인다.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 시급하고 필요한 이유다.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 물품 등 제조를 위탁할 때 반드시 발급해야 하는 약정서에 납품대금 연동 관련 대상 물품과 주요 원재료, 조정요건 외에도 기준지표와 산식 등을 기재하도록 해 당사자 간 계약에서 그 납품단가 조정 근거를 명확히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위탁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납품대금 연동 관련 법 규정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시 5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한 점, 위탁기업이 약정서상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기 위해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변경하지 못하도록 한 부분 역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규정으로 평가할만하다. 규제 외에도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 선정·지원, 연동지원본부 지정, 표준계약서 사용 권장 등 납품단가연동제 시행을 권장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안정적으로 법을 정착시키기 위한 규정 역시 포함되었다.

물론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안에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라는 긍정적인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사항도 많다. 연동제 대상이 되는 ‘주요 원재료’는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해야만하므로, 단순 가공 직종 이외의 다수 영역, 예컨대 하도급 공사와 같이 노무비 비중이 높은 영역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현재와 같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운임, 전기·난방비 상승 역시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현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다루고 있는 노무비, 기타경비 등 공급원가 전반이 단가에 연동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수·위탁거래 기간이 90일 이내 범위 또는 납품대금이 1억원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에 해당하거나, 위·수탁기업 상호 합의 하에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한 경우에는 연동제 적용 예외로 둔 점은 현재 대·중소기업의 불균등한 지위로 볼 때 악용될 소지가 있어 대통령령의 기준을 엄격히 설정하거나 추후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가 향후 이러한 비판 지점을 면밀히 살펴주기를 요구한다. 상생협력법에 이어 하도급법 또한 조속히 개정돼 납품단가연동제가 국내 산업을 모두 포괄하는 완결된 있는 제도로 구축되어야 함 역시 물론이다.

그간 대·중소기업의 격차는 한국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켜 한국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를 심화시켜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중소기업 취업 기피 등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70%~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반면, 한국 중소기업 노동자의 세전 기준 평균소득(259만원)은 대기업 노동자(529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과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이후에도 해결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부당한 납품단가인하(CR: Cost Reduction)와 선작업·후계약 등 구조적인 불공정 거래 문제 해결을 위해 상습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어야 하고, 하도급 노동자들의 노무비 지급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문제는 갑과 을 사이의 불균등한 경제적 지위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을들의 교섭력 강화를 위한 공동행위 허용을 촉진하는 제도 개혁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법안이 신속하게 국회 본회의와 정부 공포 절차를 통과해 조속히 시행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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