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배주주 특권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도입 유감이다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안 통과, 상법 우회한 복수의결권 도입 유감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에 악영향,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시킬 것
비상장벤처기업 외 재벌을 포함한 상장기업까지 확대돼선 안 돼

복수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어제(4/27)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직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발행주식 총수 기준 30% 미만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할 경우, 1주마다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한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하여 지분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 법 제안의 주요 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가 무색하게도 이 법은 법이 제안한 목적의 실현도, 그에 대한 부작용 방지도 모두 달성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을 위배함은 물론이고 벤처투자 활성화와 성장을 보장하기보다는 대주주의 지배력 공고화와 소수주주 및 투자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이런 기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복수의결권 제도는 오히려 벤처기업 투자유치를 방해할 것이다. 반대 토론을 통해 충분히 그 문제점이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과시킨 국회에 유감을 표한다.

어제 본회의에서 이루어진 찬반토론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해외에서도 복수의결권 제도로 창업자의 가치를 보장해 혁신 가치를 극대화한다고 밝혔고, 재벌 2, 3세의 편법증여에 활용될 수 없도록 행위규제를 담았으며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법임을 강조했다. 복수의결권 존속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고 기업상장 시 3년 유예기간 내 복수의결권 폐지하는 규정을 둔 것, 복수의결권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의 보수, 이사의 책임 감면, 감사 및 감사위원회 선임과 해임, 자본금 감소, 이익배당, 해산 결의 등 결정 시에는 복수의결권도 1개의 의결권만을 갖도록 해 문제를 해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법 자체가 이종 혼용의 법률이 되어버렸으며 향후 이런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칠 것이 자명하다.

우선 복수의결권은 벤처기업 전 과정에 걸쳐 필요하다기보다는 이미 상당히 성장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유니콘기업 수준의 회사 대주주가 상장시 지분희석으로 지배력을 상실하는 것을 막는 의도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이다. 즉, 이는 복수의결권의 주요 대상이 이미 충분히 성장했고 기업공개 후 더 많은 투자가 있을 것으로 확실한 기업의 오너를 위한 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상장 벤처기업이 상장된 후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는데, 상장된 후에는 복수의결권을 없애는 형태로 법을 통과시켰으니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제도가 창업 초기의 혁신가가 아니라 상당한 규모를 갖춘 회사의 지배주주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법이니만큼 재벌을 포함해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벤처기업 외 다른 회사에도 복수의결권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지배주주의 권한과 경영권 보호를 강조하는 한국 특유의 기업지배구조 및 제도 하에서 경영진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소수주주 권익 보호에 악영향을 줄 것은 물론이고 이미 현저한 수준으로 확인되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상사에 관한 기본법인 상법에서는 1주 1의결권을 기본원칙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심도있는 검토와 논의를 배제한 채, 주주 평등 및 소수주주 권리 원칙을 침해하는 제도가 개별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도입된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이렇듯 현재 상법상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하고, 그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제도 도입 목적과 모순되는 규정을 넣어서 법 개정의 목적 자체가 불분명해지는 법안을 통과시킨 저의가 무엇인가. 일반 소수주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지배주주의 입장만을 편향적으로 대변한 정치권에 매우 유감이다. 향후 이러한 법률 개악은 다시 수정되어야 할 것이며, 당장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도입된 복수의결권이 다른 상장기업에게까지 확대되는 빌미를 만들지 않도록 정치권에 당부한다.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끝까지 감시하고 비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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